▲ 우성훈 대표와 조영석 이사 등 MIT 출신 한국인들이 창업한 아모지는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 후 드론과 트럭 주행 실증까지 성공했다. 사진은 올해 초 미국 경제지 포춘의 '브레인스톰 테크 2023'에 참석한 우성훈 아모지 대표. <아모지> |
[비즈니스포스트] 창업 2년 반 만에 2억2천만 달러(약 2947억 원)을 투자 받은 한국인 창업 벤처가 있다.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업 아모지(Amogy)다.
우성훈 대표와 조영석 이사 등 MIT 출신 한국인들이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창업한 이 기업은 기존에 공장 크기 정도의 암모니아 분해장치를 100분의 1 크기로 소형화 했다. 비결은 연료전지에 들어간 ‘촉매’.
'루테늄'이라는 은백색의 전이금속으로 만든 아모지 촉매의 효력은 이미 실증을 통해 인정 받았다. 이 촉매로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해 2021년엔 드론, 2022년엔 트랙터, 올해 1월엔 대형트럭을 주행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리튬이온배터리가 자동차의 탈탄소화를 이끌고 있듯 암모니아 연료전지가 선박 같은 큰 운송수단의 탈탄소를 이끌 수 있을까? 아모지 그리고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자들이 어떤 문제를 풀고자 하는지,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 온실가스 3%는 해운이 배출, 2050 넷제로 달성하려면?
아모지가 풀고자 하는 궁극적인 문제는 선박의 탈탄소화다. 선박 등 해운에서 배출되고 있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3%대라고 국제해사기구(IMO)는 분석한다.
국제화물의 80%는 해상에서 운송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D) 조사결과다. 특히 바다와 휴전선으로 둘러싸인 한국은 수출입 물량 99.7%가 해상으로 운송된다. 대부분 대형선박을 이용한다.
국제해사기구 목표대로 2050년까지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즉 넷제로로 만들려면 대형선박의 연료유를 저탄소 혹은 무탄소로 전환해야 한다.
올해 7월 국제해사기구의 전 세계 150여 개 회원국이 이 목표를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전략을채택했다. ‘무탄소 선박 연료’라는 거대한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 때문에 주목 받고 있는 게 바로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술이다. 자동차에 쓰이는 배터리로는 장거리 운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성훈 아모지 대표는 블룸버그TV와 한 인터뷰에서 “컨테이너선만큼 큰 배터리가 있어도 에너지 밀도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횡단할 수 없다”며 “대형선박이 액체 수소나 암모니아 같은 연료를 써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제성이다. 수소는 기체 상태로 운송하면 밀도가 낮아 경제성이 낮다. 그래서 액화 수소로 만들려면 온도를 영하 250도 밑으로 내려야 한다. 암모니아는 영하33도에서 액체가 된다.
암모니아(NH3)를 분해하면 질소(N)와 수소(H)가 나온다. 전처리 장치와 후처리 장치를 붙여서 질소산화물 생성을 억제하면 유해가스 없이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에너지밀도도 액체 암모니아가 액체 수소보다 높다. 우 대표는 “액체 수소에 비해 암모니아는 부피 기준으로 40%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지고 있고 좀 더 높은 온도에서 액체가 되기에 훨씬 저렴하고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특성으로 암모니아는 “수소 생태계의 전체 비용을 50~60% 낮출 수 있다”는 게 우 대표의 주장이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를 사용해서 만든 그린암모니아, 블루암모니아를 사용한다면 암모니아 연료전지는 대형선박의 넷제로 전환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 아모지의 트럭 암모니아 탱크. 액체 암모니아로 구동되는 이 트랙터는 90초 만에 하루 종일 작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충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모지> |
◆ 한국 일본 독일 등 전 세계에서 경쟁적 개발 중, 아모지는 실증 마쳐
암모니아의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아모지 외에도 세계 각국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이 설립한 합작회사 ㈜에프씨아이(FCI, Fuel Cell Innovations)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기계연구원(기계연)이 있다.
에프씨아이는 SOFC(고체산화물연료전지) 관련 특허들을 기반으로 암모니아 SOFC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기계연은 암모니아 SOFC와 AEMFC(음이온 교환막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길형배 기계연 선임연구원은 “암모니아 SOFC는 발전 또는 선박 분야에 적합한 연료전지”라며 “내년까지 1kW(킬로와트)급 SOFC 스택을 개발하고 시스템 기술, 실증 평가를 거쳐 5~6년 후에는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는 AEMFC는 소형 모빌리티에 적합한 동력원이다. 길 선임연구원은 “AEMFC는 수소뿐 아니라 암모니아도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도 개발 초기 단계이기에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세계 많은 기업, 대학들이 암모니아를 이용한 연료전지 개발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중공업회사 IHI는 교토대와 1kW급 SOFC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암모니아 연료전지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독일 응용과학연구기관 프라운호퍼의 마이크로엔지니어링시스템(IMM)은 2021년부터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전지 개발을 시작했다.
이런 경쟁자들보다 아모지는 좀더 빨라 보인다. 올해 연말 뉴욕 북부에 예인선을 띄워 선박용 암모니아 연료전지를 시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른 어느 기업이나 연구기관보다 빠른 개발 속도다.
이에 아모지는 아마존으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데에 이어 아람코벤처스, SK이노베이션, 고려아연,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등 존재감 있는 투자자들을 끌어오는 데에 성공했다.
◆ 수소경제 밸류체인에도 연료전지는 필요하다, “2025년 이후 대량 생산 목표”
수소를 미래에너지로 보고 수소경제 가치사슬(밸류체인)를 조성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등 투자자들은 아모지와 사업 궁합도 맞추고 있다.
SK이노베이션 한 관계자는 “암모니아는 지난 수십여 년간 세계 곳곳에 공급망을 널리 갖춘 원료”라며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1년의 에너지 공급 경험을 바탕으로 아모지와 함께 무탄소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투자뿐 아니라 기술협력 또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지 또한 이러한 가치사슬이 필요하다. 그린암모니아와 블루암모니아를 저렴하게 공급 받을 수 있어야 자사의 암모니아 연료전지가 탈탄소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우 대표는 “사우디의 아람코와 함께 우리의 투자자이기도 한 SK는 재생 가능한 암모니아 생산에도 많은 투자를 시작했다”며 “우리의 기술이 무르익는 3~5년 후에는 시장에서 비용 경쟁력 있는 그린암모니아, 블루암모니아를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모지는 2025년 혹은 2026년부터는 대규모 생산을 고려하고 있다. 우 대표는 “미국 휴스턴에 연료전지 제조시설을 연말 혹은 내년 1분기까지 완공해 내년부터는 사전 주문한 일부 고객에게 제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자 출신인 우 대표와 창업멤버들은 어떻게 이런 혁신을 일으킨 걸까. 우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편으로 이어짐) 이경숙 장상유 기자
[편집자주]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등 기후재앙이 지구를 휩쓸고 있다.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즉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전 세계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기후테크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범위의 기술을 총칭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문제는 기술적 혁신을 제외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SK, LG, 한화 등 국내외 대기업들은 저마다 기후테크와 핵심기술 보유기업에 투자하고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혁신적 기술로 희망을 만들고 있는 기후테크, 기술기업과 투자자 등 관련 전문가들을 소개함으로써 기후위기의 해법을 조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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