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ESG 회의론 늘었다, 블룸버그 "미국에서 정치적 무기 된 탓"

▲ 블룸버그가 자사의 금융서비스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ESG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많은 고객들이 지난해와 비교해 ESG에 회의적인 입장으로 선회했다. 사진은 친환경에너지 관련 그래픽 이미지. <위키미디아 커먼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투자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전략에 회의를 느끼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미국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ESG 경영에 반론을 제기하는 활동을 하면서 ESG가 진보 진영의 정치적 무기로 전락했다고 느끼는 투자자들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자사의 유료 금융정보소프트웨어 블룸버그 터미널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ESG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블룸버그가 ESG를 주제로 진행한 두 번째 설문조사다. 2개월 동안 349명이 참가했고 이 가운데 60%가 미국인이었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시행한 첫 번째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해 'ESG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not directly involved) 응답자’들이 'ESG에 직접 참여한(directly involved) 응답자'들보다 ESG 관련 좀 더 회의적으로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응답자 가운데 90% 이상이 내년 ESG 투자성과가 벤치마크 지수보다 낮을 것으로 예측했다.

ESG에 직접 참여(directly involved)했다는 응답자는 55%가 같은 답을 내놨다.

ESG 비참여 응답자의 70%는 ESG가 ‘지나가는 유행’에 불과하다고 대답했다.

ESG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답변이 줄어들었다. '앞으로 ESG가 비즈니스와 시장에서 더 중요해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엔 ESG 직접 참여자 가운데 25%가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올해는 그 비율이 18%로 감소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ESG에 부정적으로 답변한 이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이 ESG 관련 투자를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왜 투자를 중단하지 않았냐'는 추가 질문에 대다수는 여전히 “세계 자원 절약에 우리 모두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렇게 대답한 고객들 가운데 “ESG는 정치적 목적을 두고 조성된 개념이기 때문에 전문 투자자들의 투자의사 결정 과정에 설 자리가 없다”라고 대답한 고객도 있었다.

이는 신념을 가진 투자자들은 ESG 전략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설문 응답자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인들이 ESG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게 된 이유로 최근 ESG 경영 반론 활동에 나선 공화당 의원들의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 고객은 블룸버그에 “ESG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 사용하는 정치적 무기로 전락했다”며 “우리가 맡은 일은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지 세상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일부 고객들은 ESG의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 이슈를 한꺼번에 묶어서 관리하기에는 성격이 너무 다르다며 이슈별 분리해 따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