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매년 8월은 국회에서 통상 9월에 열릴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원들이 외유를 떠나거나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는 등 여름 휴가철로 여겨진다.

그러나 올해 상황은 다르다. 여느 때보다 뜨거운 정치 현안이 여의도를 달구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자리를 지키며 대기 태세에 만전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여름휴가 잊은 정치권, 국정조사·영장 청구 여야 갈등에 8월 여의도는 용광로

▲ 정치권에서 8월은 휴가철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여야 갈등 수위가 높아져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3일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지도부 모두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출장 및 휴가 자제령을 내리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피해가 확산되자 17일 해외출장 자제령을 내렸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해외출장은 물론 휴가 또한 자제해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국회 공식 일정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28일 출발 예정이었던 미국·캐나다 해외출장 6박8일 일정을 취소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여름휴가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24일 윤석열 대통령 여름휴가 계획과 관련해 “지금은 처리할 국정 현안이 너무 많아서 휴가를 논의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초 7월 말 8월 초로 예정했던 휴가를 뒤로 미루거나 아예 하루 정도만 쉬는 방향으로 휴가 기간을 단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가 기간에도 윤 대통령은 관저에서 휴식을 취하며 각종 현안을 비롯해 개각 등 하반기 국정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첫 휴가 때는 닷새간 자택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휴가 중 부부동반으로 대학로에서 연극을 감상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휴가 반납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1998년 IMF 사태를 이유로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탄핵사태, 2006년 태풍, 2007년 아프가니스탄 국민 피랍 사태로 5년 동안 3번의 휴가를 포기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2019년 일본 수출규제, 2020년 집중호우 피해 대응, 2021년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취소까지는 아니지만 조기복귀하거나 휴가를 연기한 사례도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경기북부 폭우 수해로 휴가를 떠났다가 하루 만에 복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2011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문제 등의 현안이 터지자 휴가를 일주일 연기했다.
 
여름휴가 잊은 정치권, 국정조사·영장 청구 여야 갈등에 8월 여의도는 용광로

▲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7월27일 국회 의안과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이 쉽사리 자리를 비우지 못하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각종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8월에도 여야가 다양한 현안을 두고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에 따른 후폭풍이 8월에도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원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현안질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란은 잦아들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27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양평고속도로 의혹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의혹 해결을 위해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이 윤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와 관련해 출구전략을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국토부가 55개 문건을 공개했는데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임시회의가 열리지 않는 8월초에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의 영장을 청구해 민주당의 사법 리스크가 극대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이 국회 비회기 기간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바로 현역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대로 검찰이 비회기를 피해 회기가 열리는 8월 중순 이후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법원에서 이 대표의 주거지가 명확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회기 도중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해 당내 분란을 유도하는 쪽으로 활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검찰이 자신 있으면 자신 있는 대로 정치적인 고려 없이 정면으로 승부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7월 말부터 8월15일까지 비회기 기간에 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여름휴가 잊은 정치권, 국정조사·영장 청구 여야 갈등에 8월 여의도는 용광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월26일 충남 청양 수해 피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에는 집중호우 수습 및 인명피해 책임 공방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 청주 오송 궁평제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은 충청북도, 청주시, 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5개 기관 36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한다고 27일 최종발표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정무직을 포함한 인사조치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정부의 무책임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충남 부여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진행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조금만 신경을 썼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던 것이 확실하다”며 “무정부 상태라는 해시태그가 유행이라고 하는데 최근엔 ‘무정부 시대다, 통째로 세상이 그렇게 됐다’는 자조적 표현이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인명피해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물 관리 환경부 일원화, 4대강 보 해체 및 보수 미흡 때문이라며 역공에 나서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1일 경북 예천을 찾아 피해 복구 작업을 도운 뒤 기자들과 만나 “환경도 중요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 목숨 아니겠는가”라며 “목숨을 지키고 기본적 생계를 유지할 재산을 지키는 안에서 우리 환경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8월 중으로 예상되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 언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기시다 총리가 방류에 반대하는 어민들과 조율을 거쳐 다음 달에라도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여름 안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의 해양 방류 시기는 올해 봄부터 여름이라는 방침에 변경이 없다”며 “구체적인 방류 시기는 안전성 확보와 소문 피해 대책 대처 상황을 정부 전체가 확인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8월 주요 외교행사로 한미일 정상회담도 예정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8월18일 미국 캠프 데이비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3국 안보협력 방안, 공급망 관련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