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 LG엔솔 GM 배터리공장 '정조준', 임금인상 요구 더 거세져

▲ 전미자동차노조(UAW)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영상 메시지를 내놓았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로이터>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최대 자동차산업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직접 겨냥해 근로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을 첫 타깃으로 삼아 강력한 공세를 예고한 만큼 미국에서 배터리공장을 설립하는 SK온과 삼성SDI에도 여파가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6일 미국 지역언론 WFMJ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가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 전기차 배터리공장의 근로자 근무환경과 낮은 임금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들을 겨냥하는 공식 영상을 공개하며 GM이 2019년 오하이오주 자동차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수많은 지역 주민들이 실직 상태에 놓이거나 거주지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GM이 해당 지역에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으로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신설하고 2022년 가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대규모 배터리공장이 지역 주민들에 다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실제 공장 가동이 시작되고 난 뒤 현실이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공장 건설을 발표하며 약속했던 것과 매우 달랐다고 비판했다.

공장 근로자 임금이 평균 16.5달러로 GM의 기존 자동차공장에서 제공하던 최대 30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미자동차노조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정부에서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공장을 설립했음에도 이러한 혜택이 근로자가 아닌 기업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비판했다.

낮은 임금뿐 아니라 위험한 근로환경도 문제로 지적됐다. 내부에서 화재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는 관계자의 증언도 이어졌다.

숀 페인 위원장은 노조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 싸워나가야 하는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며 이러한 노력은 단지 LG에너지솔루션과 GM 오하이오 공장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이처럼 두 회사의 배터리공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이른 시일에 GM을 비롯한 빅3 자동차기업과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4년 만에 이뤄지는 이번 임금협상은 앞으로 장기간 자리잡을 내연기관 자동차 및 전기차 관련 생산설비의 근로자 임금 및 복지, 근무환경 등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번 노사협상에서 임금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입 근로자의 임금을 숙련된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

노조는 빅3 자동차기업과 진행하는 임금협상 내용이 배터리 생산공장까지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는 모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운영하게 된다.

자연히 자동차기업에 적용되는 노사 합의는 별도의 회사인 배터리 합작법인에는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전미자동차노조 LG엔솔 GM 배터리공장 '정조준', 임금인상 요구 더 거세져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미국 오하이오주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다만 전미자동차노조가 이번 협상에서 요구하는 대로 배터리공장 근로자까지 동일한 조건을 적용받도록 하는 데 성공한다면 평균 임금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는 현재 미국 고용시장에서 실업률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노조가 사측과 협상에 유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빅3 자동차기업이 현재 한국 배터리업체와 함께 미국에 건설 계획을 내놓았거나 가동을 시작한 전기차 배터리공장은 최소 7곳에 이른다. 앞으로 더 추가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자연히 이들 공장에서는 단기간에 대규모 인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노조가 협상에 우위를 점하게 될 공산이 크다.

CNN은 2019년 노사협상 당시 GM에서 근무하던 전미자동차노조 조합원 5만여 명이 6주에 걸친 파업에 돌입하면서 30억 달러(약 3조9천억 원)에 이르는 금전적 피해를 입힌 적이 있다고 전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번에도 파업 등 강경한 대응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한국 배터리기업까지 악영향이 번질 수밖에 없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것도 결국에는 인건비 부담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숀 페인 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등 기업에 금전적 지원을 제공하면서도 근로자에 돌아가는 혜택은 고려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그동안 친노조 성향을 뚜렷하게 보여 온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미자동차노조의 비판에 딜레마를 안게 될 수밖에 없다.

CNN은 “미국 정부도 자동차기업과 전미자동차노조 사이 임금협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자칫하면 그동안 바이든 정부가 등에 업고 있던 노조의 지지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WFMJ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전미자동차노조의 영상과 관련해 “노조 측과 공장을 성공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