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AI로 소프트뱅크 활로 찾아, ARM 상장에 인텔 삼성전자 역할도 주목

▲ 손정의(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이 주주총회에서 인공지능(AI) 사업과 관련한 비전과 계획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

[비즈니스포스트] 손정의(마사요시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를 인공지능(AI)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해 막대한 적자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를 딛고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을 성공적으로 상장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인텔과 삼성전자 등 협력사의 역할도 더욱 주목받는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손 회장은 약 7개월에 걸친 ‘잠행’을 마치고 21일 일본에서 열리는 소프트뱅크 주주총회에 참석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손 회장은 당분간 ARM의 기업공개(IPO) 작업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소프트뱅크의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등 공식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지금의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정기 주주총회에 손 회장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앞으로 소프트뱅크의 중장기 사업 계획 및 방향성을 투자자들에 공유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소프트뱅크의 실적 부진이 깊어지면서 파산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만큼 손 회장이 미래에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필수적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마감한 회계연도 2022년에 소프트뱅크는 9701억 엔(약 8조76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회계연도 2021년 1조7천억 엔(약 15조3500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손실을 봤다.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이유는 소프트뱅크의 IT기업 투자 펀드 ‘비전펀드’를 통해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소프트뱅크는 우버와 T모바일, 중국 알리바바 지분 등 주요 자산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힘썼다. 그리고 신규 투자도 사실상 중단하며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블룸버그는 손 회장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현재 IT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 분야와 관련한 사업 계획을 주주들에게 공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 관련주 주가가 연초부터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소프트뱅크도 이러한 흐름에 충분히 올라탈 것이라는 점을 들어 투자자 설득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등공신’은 연내 미국 증시에 상장을 앞두고 있는 자회사 ARM으로 꼽힌다.

ARM은 주로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과 미디어텍 등 반도체 고객사에 모바일 반도체용 설계기반(아키텍처)을 제공하며 기술 사용료를 받는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공지능 반도체에 적합한 아키텍처 기술 발전에 성과를 내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핵심 반도체기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ARM이 인공지능 수혜기업으로 지목되며 소프트뱅크 주가가 2분기 들어서만 25%에 이르는 상승폭을 보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손 회장이 자연히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 트랜드에 올라탈 수 있도록 힘을 싣게 될 공산이 크다.

소프트뱅크는 반도체 업황이 장기간 침체되며 ARM을 성공적으로 미국증시에 상장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인공지능 반도체 유행이 상황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손정의 AI로 소프트뱅크 활로 찾아, ARM 상장에 인텔 삼성전자 역할도 주목

▲ ARM의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기술 안내 이미지. < ARM >

ARM이 인공지능 분야 잠재력을 인정받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면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자금 조달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연히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 상장 성과에 더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인텔과 삼성전자, TSMC 등 ARM의 주요 협력사 및 고객사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ARM은 상장을 앞두고 대형 반도체기업을 앵커투자자 역할로 끌어들여 기업공개 성과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와 TSMC, 애플 등이 투자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반도체기업이 ARM 상장 전 대량의 지분을 매입하는 앵커투자자로 자리잡으면 투자기관들이 향후 성장성 및 기업가치에 더 큰 확신을 두고 투자에 참여할 공산이 크다.

자연히 ARM의 성공적 상장 가능성을 높여 소프트뱅크와 투자자로 참여한 반도체기업의 투자 성과를 더욱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 삼성전자와 ARM 지분 공동인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지난해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하기도 했다.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를 인공지능 전문 기업으로 바꿔내 새로운 성장 계기를 확보하겠다는 목표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반도체기업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문사 어시메트릭어드바이저는 블룸버그를 통해 “손 회장은 최근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알트만 CEO를 만나는 등 행보로 주목받았다”며 “소프트뱅크가 일본 최고의 인공지능 기업이라는 점을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