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자체 ‘챗GPT’ 개발 완성단계, 윤송이 12년 ‘한 우물’ 결실 눈앞

▲ 엔씨소프트가 올해 하반기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초거대 AI언어모델을 선보인다. 지난 3월 미국 GDC에서 신작 '프로젝트M'과 디지털휴먼을 소개하고 있는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 사장.

[비즈니스포스트] 엔씨소프트가 국내 게임사 최초로 초거대 인공지능(AI) 언어모델을 자체개발해 선보인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이 12년 전 시작한 AI연구의 결과물인 만큼 업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8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초거대 AI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초거대 AI언어모델은 오픈AI가 출시한 챗GPT 기반의 언어모델 GPT3.5와 같은 175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 규모로 개발된다.

엔씨소프트는 AI언어모델의 개발 완료 전에 자체 소형언어모델(sLLM, LLM보다 적은 파라미터 수의 언어모델)을 외부에 공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AI언어모델은 빠르면 7~8월경에 사내 개발 조직에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에서 자체 AI를 개발하는 것은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LG전자 등에 이어 엔씨소프트가 6번째다. 게임 회사 가운데는 처음이다.

엔씨소프트는 AI언어모델을 활용해 디지털휴먼을 고도화하려는 목표를 세워뒀다.

디지털휴먼은 사람의 신체구조와 움직임, 목소리 등을 데이터화 해 실제 존재하는 사람같이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기술과 이런 기술로 만들어진 개체를 말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3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개발자 콘퍼런스 ‘GDC 2023’에서 신작 ‘프로젝트M’을 소개하며 김택진 대표이사를 콘셉트로 제작한 디지털휴먼 ‘TJ Kim’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는 디지털휴먼에 AI 기술을 적용해 MMORPG 게임의 보스 몬스터나 NPC(이용자가 조종할 수 없는 게임 내 캐릭터)를 생성해낼 수 있다. 기존처럼 미리 입력된 내용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NPC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설명이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개발 조직을 위한 AI플랫폼도 만들어 게임 콘텐츠 개발 과정에서도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이러한 엔씨소프트의 AI연구 성과는 다른 게임사들보다 한 발 앞서 AI 연구조직을 만들어 운영해온 결과다. 특히 윤송이 CSO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여겨진다.

 
엔씨소프트 자체 ‘챗GPT’ 개발 완성단계, 윤송이 12년 ‘한 우물’ 결실 눈앞

▲ 엔씨소프트는 AI언어모델을 활용해 디지털휴먼을 고도화하려는 목표를 세워뒀다.

SK텔레콤 시절부터 AI챗봇을 연구하던 윤 CSO는 엔씨소프트에 합류한 뒤 2011년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AI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윤 CSO는 SK텔레콤에서 함께 일하던 이재준 부사장(당시 상무)을 2011년 엔씨소프트에 영입해 AI센터장을 맡겼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AI센터는 LG전자 출신인 이경종 상무가 이끌고 있다.

2015년에는 자연어처리(NLP)센터도 설립해 한국어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AI를 연구하고 있다. 2022년에는 이제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데려다 최고연구책임자(CRO)에 앉혔다.

윤 CSO는 2012년 북미 지역법인인 엔씨웨스트홀딩스의 대표로 취임하면서 미국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AI연구는 계속하고 있다.

윤 CSO는 2019년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인간중심AI연구소의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는데 이곳을 통해 맺은 인적 네트워크도 엔씨소프트의 AI연구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AI관련 서적도 출판했다.

윤 CSO는 이달 16일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되는 사람과디지털포럼에도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AI와 인간의 공존에 대해 발표한다.

이재준 부사장(당시 AI센터장)은 2018년 3월15일 판교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NC AI 미디어 토크’ 행사에서 “엔씨소프트에 들어오면서 인공지능 조직을 만들라는 미션을 주신 분이 윤송이 사장이다”며 “엔씨웨스트홀딩스 사장으로 미국에 가시기 전까지 조직과 지속 논의하고 조직의 방향성을 잡을 때 가장 많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 연구개발 능력은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사장 두 분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가 하반기 선보일 AI언어모델에 대한 평가는 곧 윤 CSO를 향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셈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자체 AI 언어모델은 게임 콘텐츠와 디지털 휴먼 개발에 순차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며 ”GPT3.5 크기의 초거대 AI 모델은 하반기 중 선보이는 일정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