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애경그룹이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다.

애경산업과 애경케미칼, 제주항공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코로나19 사태 탓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최근 모습을 보면 그 여파에서 벗어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애경산업 애경케미칼 제주항공 훈풍 가득, 채형석 '인고의 시간' 끝나가나

▲ 애경그룹 주요 계열사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사진)은 코로나19 시기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앞으로 과거의 성장 속도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고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에게 앞으로 중요한 임무는 코로나19 이전의 애경그룹 성장세를 되찾는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애경그룹 주요 계열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증권가를 중심으로 호실적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제주항공을 놓고는 올해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에 사실상 이견이 없다.

환율과 유가 등 항공업계를 둘러싼 외생변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리오프닝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덕분에 그 수혜가 리스크를 상쇄하고도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말 리포트에서 “제주항공은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제여객 수요 증가로 고정비 부담이 완화돼 영업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1분기 흐름도 고무적이다.

제주항공은 1분기 여객수송실적에서 창사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제쳤다. 제주항공의 여객수송실적은 139만8969만 명으로 아시아나항공(138만9708명)을 약 1만 명가량 앞섰다.

저비용항공사가 대형항공사를 뛰어넘은 것은 항공업계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제주항공은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신규 노선을 발굴하고 기존 노선 운항을 확대해 이런 흐름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상장업체 분석기관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479억 원, 영업이익 1395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보다 매출은 106.1% 증가하고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다.

애경산업 역시 실적 회복을 예고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화장품과 생활용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데 코로나19에 따른 화장품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2020년과 2021년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6104억 원, 영업이익 390억 원을 내면서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이는 2021년보다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60.1% 늘어난 것이다.

물론 애경산업이 지난해 낸 실적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애경산업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8~2019년에 평균적으로 매출 7천억 원, 영업이익 700억 원을 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욱 멀다는 얘기다.

AK플라자를 운영하는 AKS&D도 점차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AKS&D는 지난해 매출 2473억 원, 영업손실 191억 원을 봤는데 이는 2021년보다 매출은 9.1% 늘어나고 적자 폭은 56억 원 축소된 것이다.

비록 적자가 계속 유지된 탓에 자본잠식률이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애경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애경케미칼이다.

애경케미칼은 애경유화와 애경화학, AK켐텍이 합병해 2021년 11월 출범한 화학 계열사인데 최근 2차전지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리튬이차전지와 관련한 특허권을 상용화하는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10일과 11일 이틀 연속으로 애경케미칼 주가는 상한가를 쳤다.

애경케미칼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1764억 원, 영업이익 951억 원을 냈다. 2021년보다 매출은 38.6%, 영업이익은 2.0% 증가했다.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는 채형석 총괄부회장 입장에서도 안도할 만한 일이다.

애경그룹의 주요 사업은 화학을 제외하면 모두 경기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를 유독 힘겹게 겪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 통계를 보면 애경은 2005년부터 2019년까지 딱 한 차례(2016년)를 제외하면 그룹 전체의 매출이 항상 성장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애경그룹은 전방위적 위기를 겪었다.

애경그룹이 2020년에 낸 매출은 2조8294억 원, 영업손실 2284억 원이었는데 이는 2019년보다 매출은 34.1% 줄어들고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적자를 본 것은 2000년대 이후 처음이다.

애경그룹은 2021년에도 매출 2조6889억 원, 영업손실 1759억 원을 내며 2년 연속으로 부진했다.

이런 성적표는 애경그룹의 위상도 흔들리게 했다. 애경그룹은 2019년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며 재계순위 58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2020년 60위, 2021년 61위, 2022년 61위 등으로 위상이 소폭 하락했다.

채 총괄부회장이 전례 없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인사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세대교체와 쇄신에 방점을 찍은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며 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의 새 대표에 재무 전문가인 백차현 전 애경자산관리 투자부문 대표를 발탁했다.

애경산업은 올해 2월 사내이사 2명을 교체하며 실적 반등을 위한 이사회 정비도 마쳤다.

애경그룹을 둘러싼 외부 상황이 나아지고 내부 조직 정비까지 얼추 마무리된 만큼 채 총괄부회장은 앞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던 애경그룹의 옛 위상을 되찾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