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3위의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을 신청하며 유동성 위기 우려가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업계 등으로 확산되는 등 자금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14일 가상화폐업계에 따르면 FTX에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비트코인 시세가 1만 달러(약 1318만 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1만 달러대로 추락 전망도, FTX 쇼크 IT 및 게임업계까지 번져

▲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으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가 다른 거래소와 함께 IT, 게임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상 이미지.


현재 비트코인 시세가 약 2100만 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향후 40%의 가격 하락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는 11일(현지시각)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FTX사태로 비트코인이 1만 달러 또는 1만2천 달러까지 떨어져 새로운 바닥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최근 발생한 거래소의 유동성 위기가 FTX에서 멈추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FTX의 유동성 위기로 바이낸스, 게이트아이오, 쿠코인, 플로닉스, 비트겟, 후오비, OKX, 비트멕스 등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뱅크런(예금자들이 돈을 찾기 위해 일거에 창구로 몰려드는 일) 사태를 막기 위한 머클트리 준비금 증명에 나섰다. 

머클트리 준비금 증명이란 중앙화 가상화폐 거래소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계좌의 해시값을 머클트리의 리프 노드에 저장하면 누구든 리프 노드의 자산을 감사하고 보유 자산도 확인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 거래소의 자산 수준이 공개돼 지급준비율의 정도도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머클트리 준비금 증명에 나선 거래소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기 시작했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3일 크립토닷컴 계좌에서 이더리움 32만 개가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인 게이트아이오로 송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더리움 32만 개는 크립토닷컴이 보유한 전체 가상화폐의 약 80%, 약 5162억 원에 달한다. 

동시에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크립토닷컴의 이더리움 송금이 게이트아이오의 유동성 부족을 일시적으로 막아내기 위한 ‘돌려막기’가 아니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크리스 마잘렛 크립토닷컴 최고경영자는 “게이트아이오로 이더리움이 송금된 것은 자금이 잘못 송금된 것이다”며 “게이트아이오에서 4억 달러(약 5천억 원)의 이더리움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동성 부족 의구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 거래소 크립토닷컴이 발행한 가상화폐 크로노스는 이날 24시간 전보다 약 30% 급락했다. 

FTX 유동성 위기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물론 다른 업계에도 번지고 있다. 

일본 최대 IT기업이자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는 FTX에 투자한 자금 약 1억 달러(약 1317억 원)를 12월에 상각(자산의 가치 감소를 회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FTX 투자금 상각 소식이 전해지며 이날 소프트뱅크 주가는 이전 거래일보다 12.28% 하락했다. 

직접 투자는 하지 않았지만 국내 게임 개발사 컴투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컴투스는 앞서 3월 가상화폐 C2X를 FTX에 상장했다. 이에 FTX의 위기가 C2X까지 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컴투스는 14일 6만1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직전 거래일보다 14.74% 하락했다. 

시장 분석 서비스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FTX 이용자는 최소 1만 명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번져가는 악재에 기름을 더 끼얹을 수 있을 소식이 더해졌다.  

블룸버그는 13일(현지시각) FTX의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FTX인터내셔널의 재무제표에서 ‘숨겨지고 내부적으로 분류되지 않은’ 항목으로 80억 달러(약 10조5천억 원)에 달하는 부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FTX가 미국 법원에 신고한 부채 66조 원에 이어 10조 원이 넘는 부채가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FTX 사태가 확산하자 미국 정부와 바하마 정부 등이 조사에 착수했고 뉴욕 월가 기관들은 가상화폐를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내려 피해확산을 차단하는 데 나서고 있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는 FTX가 파산을 신청한 뒤 FTX 소유 가상화폐 지갑에서 미승인 거래가 여러 차례 발생한 건을 수사하고 있다. 

미승인 거래로 사라진 자산 규모는 약 10억 달러(약 1조31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 정부는 FTX 붕괴와 FTX 디지털 마켓의 청산에서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날 “가상화폐에 관한 투자 손실이 너무 크고 시장 구조도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가상화폐를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기관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X 사태는 앞서 2일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재정부실을 보도하며 시작됐다.

FTX가 자체 발행 코인인 FTT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 규모를 키웠고 FTT를 관계사인 알라메다리서치가 구매해 두 회사 모두 재정부실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식 이후 부정적 관측이 계속 확산되자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 경영자는 8일 FTX를 인수하려던 계획을 철회했고 보유하고 있는 FTT를 모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FTX 고객들도 가상화폐 거래소 FTX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뱅크런을 시작했고 FTT가 하루 만에 80%가 급락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FTX는 11일 파산을 신청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