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금이 코스피 바닥일까?

개미투자자는 언제나 바닥이 궁금하다.
 
바닥 다지기 들어간 코스피, 지금이 과연 장기 저점 될 수 있을까

▲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가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보이며 중기 바닥을 다질 것으로 내다본다. <게티이미지>


주식에 물려 물타기를 준비하는 투자자도, 주식에 질려 주식시장을 떠나려는 투자자도 최적의 매수·매도 시점을 잡기 위해서는 지지선 역할을 해주는 바닥을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지금 지수 수준이 코스피의 중기 바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지금 바닥을 지나고 있더라도 글로벌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코스피가 바닥을 딛고 크게 반등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고 바라본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당분간 큰 하락 없이 지금의 지수 수준에서 박스권 장세를 보이며 중기 바닥을 다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22%(4.97포인트) 오른 2213.12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 하락으로 0.34%(7.50포인트) 내린 2210.59에 장을 시작했으나 이내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후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다 결국 약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 이후 확대됐던 증시 변동성이 최근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스피는 다음 주 대형 통화정책 이벤트를 앞둔 시점에서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27일(현지시각)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회의가 열리고 11월1~2일에는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과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선택할 것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 모두 이례적인 고강도 긴축정책을 펼치는 것인데 시장이 이를 이미 예상하고 있는 만큼 이전과 같은 큰 폭의 증시 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가 기술적으로 중기 저점을 확인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날 리포트에서 “코스피가 10월 반등으로 15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하면서 중기 저점을 확인했다”며 “코스피는 지난해 8월 이후 계단식 장기 하락 과정을 보면 한 달가량 크게 내린 뒤 15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하면 3개월가량 조정기간을 거쳤다”고 분석했다.

향후 코스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요인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미국 물가상승률이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잡히면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물가하락을 시사하는 요인들이 생각보다 많고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며 “미국 물가가 여전히 높지만 하방 압력에 점차 무게가 실리면서 내년 초부터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도 둔화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20일(현지 시각)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사임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든 점도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는 국채와 파운드화 가치 하락을 동반한 9월 영국의 대규모 감세안 발표 이후 크게 흔들렸는데 트러스 총리의 사임으로 영국 감세안은 설 자리를 완전히 잃게 됐다.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힘이 점점 빠지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날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4개 점령지(도네츠크인민공화국, 루한스크인민공화국,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적 물가상승을 유발해 세계 주요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을 이끈 결정적 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종전은 글로벌 증시에 큰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긍정적 요인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코스피의 불안요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만 보더라도 러시아가 현재 밀리고 있다고 하지만 언제든 핵사용 등 극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각국 중앙은행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세계 주요국의 대규모 부채에 따른 신용위험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유로화와 파운드화에 이어 주요 기축 통화인 엔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세계 외환시장이 동요하고 있다”며 “엔화 초약세 현상은 자칫 또 다른 주요국의 자금경색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영국의 대규모 감세안과 이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충격은 정부 부채의 신용위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며 “엔화 추가 약세는 향후 일본정부와 기관의 글로벌 투자자금 회수 혹은 일본은행의 긴축 기조로 이어지면서 세계 자금시장의 경색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코스피는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투자자의 이탈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외국인투자자는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9월28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는데 엔화와 위안화 약세 등에 따른 달러화 강세 흐름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나정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외국인투자자는 아시아 환율 약세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으로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섰다”며 “아시아 통화 약세가 이어지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추가 이탈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바라봤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피가 지난 6~7월 하락 당시 바닥 역할을 했던 2300선을 넘어설 수 있느냐 중장기 흐름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7월 저점대가 자리잡고 있는 2300포인트 수준이 당분간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이 지수대를 회복한다면 장기 하락 추세의 변화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