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YMTC, 미국 규제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 맹추격

▲ 중국 YMTC가 이른 시일에 200단 이상 3D낸드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YMTC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YMTC가 200단 이상의 적층기술을 적용한 3D낸드 메모리반도체 양산을 이른 시일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가 YMTC를 겨냥한 수출규제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선두기업 기술 추격 시도를 막았지만 대응이 이미 한 발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만 IT전문지 디지타임스는 12일 관계자를 인용해 “YMTC가 200단 이상 3D낸드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YMTC는 미국 정부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 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데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정부가 YMTC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를 막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 장비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강도 높은 수출규제를 도입했지만 시기가 다소 늦었던 셈이다.

YMTC는 8월 글로벌 반도체 행사에서 232단 적층기술을 활용하는 3D낸드 메모리반도체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양산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YMTC가 연내 가동을 계획하고 있는 제2 반도체공장 생산라인 구축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대량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었다.

YMTC가 두 곳의 반도체공장을 모두 가동하면 전 세계 낸드플래시시장에서 10%에 이르는 출하량 점유율을 확보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단 이상 적층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는 가격 경쟁력과 성능 등 측면에서 우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선두기업을 강력하게 위협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현재 232단 3D낸드 양산을 연말부터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238단 3D낸드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아직 양산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36단 제품으로 추정되는 8세대 3D낸드 반도체 생산을 올해 안에 시작하기로 했고 2024년 차세대 적층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다는 중장기 계획도 발표했다.

이처럼 200단 이상의 3D낸드 양산 시기를 두고 주요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열띤 속도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YMTC가 경쟁에 가세하는 일은 반도체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선두기업에 기술력이 수 년 정도 뒤처져 있던 YMTC가 단기간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의 기술을 확보하고 맞대결에 나선다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YMTC는 특히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반도체 생산공장을 최대치로 가동하며 저가 공세를 중심으로 앞세울 가능성이 큰 만큼 전체 메모리업황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YMTC의 시장 진입 시기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중국 YMTC, 미국 규제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사업 맹추격

▲ 중국 YMTC가 8월3일 열린 플래시메모리써밋을 통해 3세대 '엑스태킹' 기술을 적용한 200단 이상 3D낸드 반도체를 선보였다.

미국 정부가 YMTC를 겨냥해 강력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놓은 것은 애플이 아이폰에 YMTC 메모리반도체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큰 영향을 받았다.

의회를 비롯한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YMTC의 기술 발전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여당과 야당이 모두 미국 상무부를 향해 수출규제 도입에 속도를 내라는 요구도 내놓았다.

바이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YMTC의 반도체 기술 발전과 생산 확대를 어렵게 하는 강도 높은 규제를 실시했지만 당장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디지타임스의 보도 내용대로 YMTC가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장비와 시설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앞으로 수 년 동안은 시장 진입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YMTC가 중국 반도체기업 가운데 최초로 세계 주류시장에 진입하는 사례를 남길 것이라는 데 큰 기대를 걸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YMTC는 2016년 칭화유니그룹 자회사로 설립됐다. 이후 꾸준히 3D낸드 연구개발에 투자해 자체 기술력을 확보해 왔고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시설 투자를 늘려 왔다.

칭화유니그룹은 결국 무리한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 영향으로 파산 위기에 놓여 있었지만 중국 국부펀드 지원을 받아 회생에 성공하면서 다시 사업을 궤도에 올릴 수 있었다.

YMTC가 처음 설립될 때부터 사업을 이끌어 왔던 사이먼 양 CEO가 최근 뚜렷한 이유 없이 물러난 점도 중국 정부가 경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근거로 꼽힌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YMTC는 지난해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5%의 출하량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는 세계 6위에 해당해 아직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애플 아이폰에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시작하고 올해 제2공장 가동도 시작된다면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며 주요 경쟁사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기업이 올해 낸드플래시 업황 악화에 대비해 시설 투자 축소를 검토하고 있는 점도 YMTC에는 중요한 성장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수출규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YMTC가 성장에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