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소셜커머스 1세대 플랫폼들이 서로 다른 길을 찾아가고 있다.

티몬은 동남아시아 이커머스기업 큐텐을 새 주인으로 맞아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쿠팡은 이미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업계 1위 자리 굳히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늘Who] 위메프도 변신하나, '괴짜 경영인' 허민 선택의 시간 다가온다

▲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사.


반면 이들과 함께 소셜커머스 1세대 3인방으로 불렸던 위메프는 유독 조용하다.

하지만 위메프에도 조만간 변화의 움직임이 일 수 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속된 적자 탓에 현금이 소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 투자와 기업 매각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허민 위메프 창업주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6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위메프가 올해 영향력 회복을 위해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자에서 탈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위메프는 지난해부터 경쟁력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기술 고도화’를 설정한 뒤 이를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 ‘메타쇼핑 채널로 진화하겠다’는 것이 위메프의 목표였다.

위메프가 1년 동안 내놓은 여러 서비스들은 모두 이런 방향성을 구체화한 것이다.

온라인 가격 검색 인공지능(AI) 서비스와 상품비교 서비스, 유튜브 리뷰 검색 서비스 등을 연달아 내놓은 것은 위메프라는 플랫폼에서 쇼핑의 모든 과정을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위메프로 발길을 돌리는 고객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앱 분석업체 모바일인덱스가 8월 말 발간한 모바일 쇼핑앱 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위메프는 주요 쇼핑앱 순위 톱5에 오르지 못했다.

주요 쇼핑앱의 7월 월간사용자수(MAU)를 보면 쿠팡이 2766만7천여 명으로 압도적 1위에 올랐고 당근마켓(1630만8천여 명)과 11번가(942만4천여 명), G마켓(560만5천여 명), GS샵(459만8천여 명) 등이 뒤를 이었다.

위메프의 월간사용자수는 412만6천여 명으로 티몬에게 밀린 7위였다.

점차 이커머스시장의 쏠림현상이 강화되는 현실에서 위메프가 경쟁력을 회복해 주요 쇼핑앱으로 발돋움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흐름 탓에 재무적 상황도 좋은 편은 아니다.

위메프는 2010년 창립 이후 단 1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최근 3년 동안 낸 누적 적자만 1600억 원이 넘는다.

물론 영업손실 규모가 2019년 758억 원에서 2020년 542억 원, 2021년 339억 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지만 덩달아 매출도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외형 성장에 따른 적자 확대를 개선하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다 보니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이커머스업계의 평가다.

지속된 적자는 위메프의 현금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위메프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 말 기준으로 763억 원이다. 2019년 대주주인 원더홀딩스에서 자금을 수혈한 직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4615억 원까지 늘었지만 불과 2년 만에 보유현금이 4천억 원가량 줄었다.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 역시 2020년 -2468억 원, 2021년 -1151억 원 등으로 마이너스 상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영업활동 과정에서 빠져나간 현금이 들어온 현금보다 많다는 의미다.

위메프가 손익을 흑자로 돌려세우지 못한다면 앞으로 자금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메프 창업주인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사의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위메프의 자금 소진 속도를 살펴볼 때 조만간 추가 투자가 필요해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허 대표의 결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허민 대표는 2010년 5월 위메프를 설립한 뒤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을 직접 이끌었지만 2013년 7월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단 한 번도 대표이사를 맡지 않았다.

사내이사 자리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2020년 10월 말 그만 뒀다. 다만 그는 위메프의 지분 86.2%를 보유한 최대주주 원더홀딩스의 대표로 위메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위메프 수장인 하송 대표이사는 허민 대표와 서울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허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위메프를 향한 허 대표의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위메프는 향후 투자 계획 등과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위메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추가 투자나 경영권 매각 등과 관련한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며 “현재는 체질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허 대표는 위메프 창업주로도 유명하지만 ‘괴짜’ 행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위메프 대표이사를 맡을 당시 그가 설립했던 게임회사 네오플을 매각해 번 돈으로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를 창단해 3년 동안 운영한 바 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독립리그의 한 야구단 소속 너클볼 투스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한국에 돌아온 뒤 키움히어로즈의 이사회 의장에 선임돼 야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야구단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키움히어로즈의 1군, 2군 선수들을 개인 집무실로 불러 그 옆에 마련된 야구연습장에서 캐치볼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인 적도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