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Who Is ?]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정현호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이다.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과 인사를 담당하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책임지며 인수합병(M&A)과 차세대 먹거리 확보를 구체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1960년 3월6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삼성전자 국제금융과에 입사해 삼성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삼성비서실 재무팀에서 일했다.

삼성전자 IR그룹장을 거쳐 삼성 비서실의 후속 조직인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에서 삼성그룹 전반의 경영을 총괄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과 디지털이미지사업부장을 거쳐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과 인사팀장을 지냈다.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에 책임을 지고 퇴사했으나 같은 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으로 복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지시를 받아 증거자료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재무와 전략기획 전문가다.

이학수 전 그룹 전략기획실장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을 잇는 ‘삼성그룹 2인자’라는 평을 듣는다.

경영활동의 공과


△사업지원TF에 인수합병 바이오 전문가 수혈
정현호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 인수합병 전문가와 바이오 전문가를 수혈하면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2021년 연말에 삼성증권 1본부장이었던 임병일 부사장, 삼성바이오에피스 생산본부 김용국 부사장을 영입하면서 사업지원 역량을 높였다.

이로써 2022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임원은 14명에서 16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2017년 10월 사업지원TF 출범 당시보다 4명이 늘어났다.

임 부사장과 김 부사장은 사업지원TF에서 전략을 담당하는 팀으로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임 부사장은 리먼브라더스, 크레디트스위스, UBS증권에서 한국사업 총괄을 맡은 바 있다. 2019년 KCC·원익·SJL 파트너스 컨소시엄의 미국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인수를 돕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잡코리아 인수 관련 자문을 맡은 경력이 있어 인수합병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 부사장은 2021년 6월 삼성증권에 합류한 뒤 6개월 만에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김용국 부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바이오 관련 중장기 전략을 수립한 이 분야 전문가다.

전자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전문가 수혈을 놓고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로봇,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부산엑스포 지원 태스크포스(TF) 가동
삼성전자는 2022년 5월부터 정현호를 중심으로 30~40명 규모의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면서 적극적으로 유치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최대한 많은 표를 확보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7월5일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부회장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을 만났고, 박학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등은 카르멘 모레노 토스카노 멕시코 외교부 차관 등을 만났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은 7월6일 엔리케 레이나 온두라스 외교부 장관을 만나 삼성전자를 소개한 뒤 정부 관계자들을 연이어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7월11일부터 14일까지 피지 수바에서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정상회의’가 열리는 동안 수바의 시내와 주요 공항에 부산엑스포 유치를 기원하는 옥외광고를 내걸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도 2022년 7월25일 헝가리를 방문해 페테르 씨야르토 외교부 장관을 만나 부산엑스포 유치 지지를 부탁했다.
[Who Is ?]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정현호 삼성미래전략실 사장이 2015년 12월2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 독려
정현호는 2022년 초 부사장 직위 이상 임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독려하고 심지어 대출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2년 3월 한종희 부회장이 1만 주, 노태문 사장이 8천 주, 박학규 사장이 6천 주를 사들인 데 이어 4월 경계현 사장이 8천 주, 이정배 사장이 5천 주를 사들이는 등 임원들의 삼성전자 주식 매입이 이어졌다. 이인용 사장도 8월 삼성전자 주식 950주를 샀다.

일반적으로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성장 및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이는 행동이자 책임경영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2022년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주가 부양책으로 자사주 매입 처방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2022년 1월3일 7만8600원에서 같은 해 6월17일 5만9800원으로 떨어져 6만 원 선이 붕괴됐다. 그 후 소폭의 등락을 거듭됐고, 2022년 8월4일 6만1500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 일각에서는 자사주 매입만으로는 저하된 주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주가치 창출을 목적에 두고 지속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면서 가시적인 성장가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
삼성전자가 2021년 12월7일 발표한 ‘2022년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정현호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현호의 부회장 승진은 2015년 말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지 6년 만이고, 1983년 입사한 지 38년 만이다.

애초에는 2021년 말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큰 개편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1년 11월 미국 출장 후 돌아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돼 마음이 무겁다”면서 위기론을 내비친 뒤 큰 폭의 인사가 이뤄졌다.

김기남 DS부문장 부회장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승진했고,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이재용과 한종희, 정현호의 3인 부회장 체체를 갖추게 됐다.

정현호가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2022년 1월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수원사업장에서 서초사옥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과거 미래전략실이 사용하던 서초사옥 40~41층에 입주해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두 달 만인 2022년 3월 사업지원TF가 다시 수원사업장으로 돌아갔다. 이는 보안 및 소통의 문제가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전자 계열사 시너지 주도
정현호는 사업지원TF를 통해 삼성 미래전략실의 갑작스런 해체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던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를 다잡는 데 집중했다.

삼성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는 2017년 2월 박근혜 게이트의 여파로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됨과 동시에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전자 계열사의 인사와 사업전략 수립, 투자 등을 총괄하던 미래전략실의 기능을 대체할 조직이 없어 급하게 독자적 경영체제를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1월 신설된 사업지원TF는 이런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신설된 조직으로 전자 계열사의 시너지 추진을 주요 역할로 부여받았다.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다른 전자 계열사가 모두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두면서 서로 사업적으로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만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이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현호는 삼성 미래전략실의 일부 기능을 물려받은 사업지원TF의 수장을 맡아 전자 계열사의 사업에 가급적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하는 데 힘썼다. 인사안이나 조직문화 개선방안 등도 사업지원TF에서 방침이 정해진 뒤 삼성전자와 계열사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실용주의’ 일등공신
정현호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승계를 준비하며 본격적으로 보폭을 넓히던 2014년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에 올랐다. 삼성그룹 모든 계열사의 인사를 총괄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큰 책임을 안게 된 것이다.

삼성그룹이 비주력사업을 매각하고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앞둔 상황에서 정현호가 이를 주도하고 조율하는 실무를 대부분 담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삼성그룹은 방산과 화학사업 등을 매각하고 계열사들로 하여금 비주력사업 매각에 나서도록 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런 기조는 2016년까지 이어졌다.

삼성그룹의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은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뒤 실시된 만큼 ‘실용주의’ 기조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이재용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관측이 이어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후계자로 인정받기 위한 발판을 구축하는 데 정현호가 일등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정현호는 삼성그룹의 인사와 조직 등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며 ‘시스템의 삼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룹 감사업무 맡아
정현호는 2011년 6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으로 임명돼 그룹 감사업무를 맡았다. 이후 삼성생명, 삼성화재, 제일모직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현호의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임명은 연말 정기인사 때가 아닌 시기에 이뤄진 데다가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도 함께 바뀌어 주목을 받았다.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의 핵심인 경영진단(감사) 책임자와 인사 책임자를 동시에 교체한 것이 이례적 사례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때 인사지원팀장에는 정금용 삼성전자 전무가 임명됐다.

이는 같은 달 불거진 삼성테크윈(현재 한화테크윈) 내부 비리에 대해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강도 높게 질책한 뒤 첫 번째 쇄신책이었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이 기자들에게 삼성테크윈의 비리 내용에 대해 브리핑했으나 감사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4년에는 삼성그룹 인사를 총괄하는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을 맡았다. 인사 경험이 없는 정현호가 인사총괄에 기용되자 또다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삼성전자 ‘디지털카메라 일류화’ 수포로 돌아가
정현호는 2010년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카메라의 ‘일류화’를 주문하며 특별히 육성에 신경을 쏟은 디지털이미지사업부 수장에 올라 카메라와 캠코더 사업을 총괄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계열사였던 삼성디지털이미징을 흡수합병해 사업부로 편입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던 만큼 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정현호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의 후임으로 디지털이미지사업부장에 올랐는데, 당시 이건희 회장이 특별히 신임하는 핵심 경영자들을 잇달아 앉히며 특별히 카메라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사업전망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던 카메라 사업을 두고 ‘다른 회사는 포기해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며 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정현호 체제에서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는 미러리스카메라 NX시리즈 등 신제품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며 소니 등 선두업체를 넘기 위해 물량공세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삼성전자의 디지털카메라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 향상 등 ‘대세’를 거스르지 못했고, 실적에 의미 있게 기여하지 못하다가 점차 축소됐다. 2014년 조직개편에서 무선사업부 안에 축소 편입되는 구조조정을 한 차례 겪은 뒤 2016년부터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비전과 과제/평가

◆ 비전과 과제
[Who Is ?]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2019년 6월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현호는 삼성전자의 미래 전략과 인사를 담당하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를 책임지며 인수합병(M&A)과 차세대 먹거리 확보를 구체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삼성증권 1본부장이었던 임병일 부사장, 삼성바이오에피스 생산본부 김용국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인재 확보에 나섰다.

정현호는 내부 논의를 수렴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전달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함에 따라 이에 대응해 미래 먹거리를 어디에서 찾을 것인지를 놓고 치열하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DX부문의 전장사업팀과 삼성전자 DS부문의 전기차TF가 자동차 전장과 관련된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뿐만 아니라 이미지 센서, 디스플레이구동칩, 전력관리반도체(PMIC) 설계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의 전장사업팀은 2015년 출범했고, 사업지원TF 출신 이승욱 부사장이 팀장을 맡고 있다.

자율주행 시대 전장사업의 방향과 큰 흐름을 잡는 역할은 사업지원TF를 맡고 있는 정현호가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현호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전략을 세워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대만, 일본을 묶어 이른바 ‘칩4동맹’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현호로서는 국제정세를 빠르게 파악하고 유연하게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약 170조 원 가운데 중국으로 수출되는 규모가 약 66조 원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다른 전자 계열사의 최대 고객사이기 때문에 계열사들 사이에 긴밀한 협업체제가 구축되고 부품 거래, 연구개발 기술 공유 등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자원이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일도 사업지원TF를 맡고 있는 정현호의 또 다른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 평가
[Who Is ?]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2019년 6월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기에 역할이 확대되어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대표하는 삼성 경영자로 꼽힌다.

삼성 비서실과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조직에서 오랜기간 경험을 쌓은 삼성 오너일가의 최측근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관련 재판에 방청객으로 종종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2020년 1월 재계 인사 중 처음으로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빈소를 조문할 때도 정현호가 동행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경영진단팀장과 인사팀장 둘 다를 역임한 유일한 인물이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후 미래전략실의 사장급 임원 8명 중 유일하게 삼성전자로 복귀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1일자로 삼성 미래전략실의 팀장을 대부분 교체하는 강도 높은 세대교체 인사를 실시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준비하기 위한 변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정현호는 이때 처음으로 인사팀장에 올라 삼성그룹 전반의 인사를 담당했다. 51세에 미래전략실 팀장에 올라 파격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건희 회장은 대규모 인사를 실시한 지 9일만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들었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 역할을 점차 확대하는 과정에서 정현호는 2014년 말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현호는 삼성전자에서도 주요 보직을 도맡으며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07년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 무선사업부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할 때 정현호가 지원팀장으로 이동해 실무를 담당하며 갤럭시S 시리즈가 시장에 자리잡게 하는 데 기여했다.

이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전략사업으로 꼽으며 육성을 지시한 카메라사업을 총괄하는 디지털이미지사업부장으로 이동해 삼성전자 디지털카메라의 시장 확대를 이끌었다. 삼성그룹이 그룹 차원의 대규모 조직쇄신과 구조조정이 필요하게 됐을 때부터는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큰 그림을 구상하는 역할을 맡았다.

정현호가 삼성전자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삼성전자가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기 전부터 꾸준히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대규모 세대교체와 핵심인사 포진이 예상된 만큼 자연스럽게 정현호가 거명된 것으로 해석된다.

당초에는 정현호가 이상훈 사장의 후임으로 경영지원실장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사업지원TF장에 임명돼 전자 계열사와 사업협력 등을 논의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정현호가 몸담은 사업지원TF는 과거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과 사실상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어 ‘작은 미래전략실’로 불리기도 한다.

사업지원TF 전략팀에는 안중현 부사장, 정해린 부사장, 이병준 부사장, 여형민 부사장, 최광보 부사장 등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모두 과거 미래전략실 전략팀 출신이다. 2022년 기준으로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임원은 16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중현 부사장과 정해린 부사장, 이병준 부사장, 여형민 부사장, 최광보 부사장은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각각 무선사업부(현재 모바일경험사업부), 북미총괄, 삼성SDS, 삼성전기로 흩어져 경영지원 업무를 맡다가 사업지원TF에 집결했다.

사업지원TF는 미래전략실의 연장선 조직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업무 영역은 줄어들었다. 과거 미래전략실은 전략, 인사, 진단, 기획, 법무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사업지원TF는 전략과 인사만 맡고 있다.

정현호는 이학수 전 그룹 전략기획실장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을 잇는 ‘삼성그룹 2인자’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기업분석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수직적이고 계급적이던 조직을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으로 바꾸면서 소통을 강화하고 있는데 삼성도 이런 추세를 따르고 있다고 본다.

덕수상고 출신으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조재연 대법관, 김효준 전 BMW코리아 회장 등이 동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하버드 경영대 동문이다. 정현호는 1995년 경영대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 부회장은 2001년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집요할 정도로 추진력이 강한 일벌레형 경영자로 알려졌다.

사건사고
[Who Is ?]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장이 2019년 6월12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조사를 받은 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급식사업 일감 몰아주기 혐의 입건
검찰은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사건을 수사하면서 2022년 3월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정현호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는 최 전 실장과 정현호를 피의자로 입건한 뒤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사와 성남시에 있는 삼성웰스토리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3년부터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불공정행위를 지원하고 지시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2021년 6월 삼성전자와 최 전 실장 , 정현호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등이 삼성웰스토리가 급식을 전담할 수 있도록 일감을 몰아주고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계약구조를 만들었다며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에 과징금 2349억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심사관이 정현호의 주소도 파악하기 어렵다며 삼성 측에 성실하게 절차에 대응해 달라고 강하게 비판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21년 6월 2일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 2차 전원회의에서 한 심사관은 “정현호가 이번 사건에 관여한 혐의로 조사대상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서면·대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변호사가 대신 의견서를 써줄 테니 고발대상에서 (정현호를) 빼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 심사관은 "정현호의 집을 직접 방문하기 위해 집주소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답변이 안 와 (변호사 말대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모 아파트라고 나와 그곳에 가봤지만 아파트가 너무 커서 정현호의 집을 특정할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지원TF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의혹 조사
정현호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의혹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두 건 모두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를 앞두고 회계자료 및 이재용 부회장과 관련된 자료 등을 삭제하는 그룹 차원 작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2019년 6월11일 정현호를 소환해 사업지원TF의 증거자료 삭제를 주도한 혐의와 관련해 조사를 벌였다. 이어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김모 부사장, 백모 상무 등 삼성전자 임원 5명을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구속된 삼성전자 임원들이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2018년 5월5일 회의를 열고 증거자료 삭제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봤다.

삼성전자TF 임원들은 회의 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로 이동해 임직원 PC와 휴대전화에서 '이재용', 'JY', '부회장' 등의 단어가 포함된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회사 공용서버도 숨기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의 PC와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자료삭제 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사업지원TF 임직원이 그룹 차원의 자료삭제 작업을 주도한 것으로 봤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대량으로 확보할 때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부풀려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분식회계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본안 수사를 진행하면서 다시 한 번 정현호를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2020년 2월14일 정현호를 불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에 관해 조사했다.

검찰은 정현호가 미래전략실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봤다. 정현호는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시절인 2015년 6월 삼성 계열사 임원들을 긴급 소집했는데 회의에서 합병 찬성 위임장을 받아오라는 지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현호는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2020년 9월1일 이재용 부회장 등 11명을 기소했으나 정현호는 기소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화려한 복귀’와 비판적 시선
정현호는 2017년 2월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급 임원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기소에 책임을 지고 일제히 퇴사를 발표할 때 행동을 같이했다. 삼성 미래전략실도 같은 날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삼성 미래전략실이 비공식 조직으로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 유지를 돕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정치권과 여론에서 이어져온 것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이런 배경에서 정현호와 같은 미래전략실의 대표적 임원이자 오너 일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 삼성전자에 핵심 역할을 맡으며 복귀한 것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가 사장단과 대표이사를 대거 교체해는 인적쇄신을 실시하면서도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오히려 더 높아지는 변화를 추진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오너 일가의 역할을 대체할 만한 전문경영인이 여전히 없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를 위한 준비가 진행 중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블룸버그 등 외국 언론 사이에서 나왔다.

정현호 개인으로 보면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퇴진한 뒤 삼성전자에 화려하게 복귀해 어느 정도 실세 역할을 맡게 되어 명예회복을 이룬 셈이다.

경력/학력/가족
◆ 경력

1983년 삼성전자 국제금융과에 입사했다.

1988년부터 삼성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삼성비서실 재무팀에서 일했다.

2000년 삼성전자 IR그룹장에 올라 경영관리를 책임졌다.

2003년 삼성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전략기획실로 이동하며 상무로 승진했다.

2007년 전무로 승진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지원팀장을 맡았다.

2010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카메라와 캠코더 사업을 담당하는 디지털이미지사업부장으로 이동했다.

2011년 삼성 미래전략실로 자리를 옮겨 경영진단팀장을 맡았다.

2014년 삼성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에 오른 뒤 연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 2월 삼성 미래전략실이 해체될 때 퇴사한 뒤 12월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에서 사업지원TF장으로 복귀했다.

2021년 12월 그룹 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 학력

1978년 덕수산업정보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83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 가족관계

◆ 상훈

◆ 기타

어록


“문제 없이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 중이다.” (2016/11/02, 박근혜 게이트가 삼성그룹 채용에 영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올해 채용 규모는) 검토 중이다. (채용 규모가 15%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2016/03/09, 삼성그룹의 채용 규모 감소설에 관한 질문을 받고)

“계열사별로 경영 여건과 상황에 따라 채용 계획을 수립하겠다.” (2015/01/28, 삼성그룹의 채용 계획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삼성전자는 고객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디자인과 기능, 성능을 차별화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올해도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다.” (2011/01/12, 전자전시회 CES 2011에서 삼성전자 카메라 신제품을 선보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