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중국과 반도체 패권 경쟁에 불을 붙이면서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TSMC 등 대만 반도체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이 중국에 맞서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는 사이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자칫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불리해지거나 오히려 더 압박을 받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
CNN은 현지시각으로 6일 “대만은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확실한 리더로 자리잡아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의 위협으로 대만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개입으로 대만의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전 세계의 스마트폰과 자동차, 가전 등 제품 생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CNN은 특히 대만 TSMC가 퀄컴과 애플, 엔비디아 등 첨단 기술기업을 고객사로 두며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물량의 약 90%를 위탁생산하고 있어 가장 중요한 기업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중국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삼아 대만을 향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결과적으로 대만의 반도체기술 확보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의 반도체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관건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대만이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방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군사력을 키우는 사이 미국도 대만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대만과의 반도체 동맹 강화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 대만 및 TSMC를 향한 미국 정부의 군사 및 경제적 지원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대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더 긴밀한 관계 구축을 추진할수록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반도체기업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미국이 대만과의 협력에 집중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원폭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당장 약 20조 원을 들이는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투자에서 정부 지원금 확보를 위해 TSMC와 인텔 등 경쟁사와 맞붙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운영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공장에 첨단 장비를 도입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상무부가 최근 중국을 경계해 SK하이닉스 중국공장에 첨단 반도체장비 도입을 반대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압박을 강화하면서 잠재적으로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현지시각으로 6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과 반도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면 모두 520억 달러에 이르는 반도체공장 투자 지원금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반도체시장에서 경쟁하는 일은 국가 차원의 긴급사태에 해당하는 만큼 하루빨리 지원 계획을 확정하고 실행해 반도체기업들에 실제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 및 TSMC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반도체 동맹 구축과 지원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도체공장 투자 지원이 TSMC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이뤄지거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공장을 향한 압박이 더 커지는 등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와 퀄컴, 애플, AMD와 같이 자율주행과 통신, 인공지능 등 차세대 핵심 산업에 주력하는 미국 반도체기업들은 대부분 TSMC에 생산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대만에 유리한 요소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도 이런 미국 고객사들에 중요한 협력사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미국 정부가 대만 및 TSMC와 관계를 강화하는 데 더욱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TSMC 역시 대만과 중국에 반도체공장 대부분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미국 등 지역으로 반도체 생산거점을 분산하는 데 힘써야만 할 이유가 크다.
대만을 향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커질수록 이런 흐름도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CNN은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와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대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중국이 대만에 지배력을 확보한다면 미국이 대만 반도체기술에 접근하지 못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