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롯데건설, 한화건설, 호반건설.’

최근 10년 사이 기업공개(IPO)를 검토했거나 추진했던 건설사들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장에 성공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다.
 
현대엔지니어링 공모주 흥행 빨간불, 건설사 상장에 시장 싸늘한 이유

▲ 현대엔지니어링 로고.


현대차그룹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코스피 입성을 준비하던 현대엔지니어링도 최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부진하며 상장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 건설산업의 성장성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그만큼 차갑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돼 앞으로 건설사의 상장 도전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한국거래소의 신규 상장기업 현황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은 2017년 대원의 코스닥 입성이 마지막이다.

최근 10년 사이 새로 상장한 건설사를 봐도 대원, 엔에스컴퍼니, 청광건설, 남화토건 등 4곳에 그친다.

최근 10년 사이 다수의 대형 건설사가 기업공개를 검토하거나 추진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호반건설이 대표적이다. 호반건설은 호반건설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로 2019년 그룹 최초로 야심차게 기업공개를 준비했으나 2020년 초 글로벌 경기와 증시를 강타한 코로나19 탓에 결국 상장을 뒤로 미뤘다.

호반건설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상장을 미뤘지만 모든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해 국내 기업공개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활황을 보였다.

뜨거운 기업공개시장에서 건설업이 배제된 셈인데 올해 초 대어급으로 꼽힌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만 봐도 확실히 차이가 난다.

올해 들어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사상 처음으로 1경 원이 넘는 주문이 몰리며 희망공모가가 최상단으로 결정된 것과 달리 현대엔지니어링은 흥행에 실패하며 희망공모가가 최하단으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장성을 건설사 상장의 어려운 요인으로 꼽는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건설사는 국내에서는 규제를 받는 주택사업과 정부사업인 토목에 실적을 크게 의존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해외사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지만 이 역시 과거 경쟁적 수주로 큰 손실을 떠안은 경험이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해 성장성이 잘 부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장을 준비하는 건설사들이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신사업을 내세우지만 이 역시 차별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엔지니어링만 보더라도 상장을 준비하며 수소사업, 초소형원자로사업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강조했지만 모회사인 현대건설과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장 건설사들 역시 성장성을 향한 의구심 때문에 시장에서 저평가 받는 상황에서 신규 건설사가 상장하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일이 쉽지 않은 셈이다.

대기업 건설사의 경우 상장 목적이 투자 확대를 위한 재원마련보다는 총수일가의 경영승계나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 깊다고 여겨지는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진행하기 전부터 높은 구주매출 비중이 상장 흥행의 걸림돌로 꼽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시장에 내놓는 1600만 주 가운데 400만 주(25%)를 신주모집, 나머지 1200만 주(75%)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보유한 구주매출로 구성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돼 앞으로 건설사의 기업공개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최근 HDC현대개발산업 사례에서 보듯 안전을 향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는 건설사의 기업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설업은 국내에서 중대재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산업으로 안전을 지속해서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매분기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형건설사를 공개하고 있는데 현대엔지니어링만 보더라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노동자 사망사고가 1건 이상 발생한 건설사에 이름을 올렸다.

안전사고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상장을 준비하는 건설사의 기업가치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흥행하지 못하면서 상장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일정대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8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와 확정 공모가 등을 포함한 증권신고서를 공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