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엑시노스로 모바일GPU 재도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 큰 힘

▲ AMD의 그래픽반도체(GPU) 아키텍쳐 RDNA2 안내.

미국 시스템반도체 전문기업 AMD가 삼성전자의 자체 브랜드 모바일프로세서(AP) ‘엑시노스2200’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그래픽반도체시장에 다시 진입한다.

삼성전자는 차기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그래픽 성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AMD와 중장기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며 연구개발과 투자를 적극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IT전문매체 더레지스터는 18일 “AMD는 이전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모바일 그래픽반도체시장에 진입했다”며 “애플과 ARM, 이매지네이션 등을 상대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AMD의 RDNA2 아키텍쳐(설계 기반)를 활용해 AMD와 공동으로 개발한 ‘엑스클립스’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새 모바일프로세서 엑시노스2200에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RDNA2는 AMD의 최신 PC용 그래픽반도체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아키텍쳐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서도 PC에 사용되는 수준의 그래픽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MD와 약 2년6개월에 걸친 공동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엑스클립스를 개발했다”며 “삼성전자 프로세서에만 독점적으로 쓰이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더레지스터 등 외신들은 AMD가 엑시노스를 통해 모바일GPU시장에 재도전을 선언했다는 데 주목한다.

AMD는 과거 모바일GPU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지만 2009년에 해당 사업을 퀄컴에 매각했다.

퀄컴은 6500만 달러에 인수한 AMD 모바일GPU 기술을 발전시켜 현재 스냅드래곤 모바일프로세서에 쓰이는 아드레노 GPU를 개발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프로세서는 퀄컴 스냅드래곤 프로세서와 성능 대결을 벌이고 있는 만큼 AMD도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퀄컴을 경쟁사로 맞이하게 된 셈이다.

현재 모바일GPU시장은 자체 모바일프로세서를 생산하거나 고객사에 아키텍쳐를 제공하는 애플과 ARM이 막강한 경쟁자로 자리잡고 있는 분야다.

엔비디아는 모바일GPU 시장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는 만큼 PC용 GPU 전문기업 가운데 모바일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기업은 AMD가 유일하다.

AMD는 현재 PC용 CPU시장에서 인텔과, PC용 GPU시장에서 엔비디아와 치열한 성능 경쟁을 벌이고 있어 현실적으로 모바일GPU 연구개발에 들일 여력이 크지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성능 강화를 위해 AMD와 협력하고 있는 만큼 연구개발비 등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결국 차기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경쟁력을 꾸준히 끌어올리기 위해 AMD와 장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연구개발 투자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아직 퀄컴과 미디어텍 등 외부업체에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공급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엑시노스 경쟁력을 높여 자급체계를 구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모바일프로세서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는 현재 삼성전자에서 전사적으로 힘을 싣고 있는 새 성장동력에 해당하기 때문에 앞으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AMD가 과거 모바일GPU사업을 외부에 매각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AMD의 모바일GPU 개발 관련한 부서와 인력 등을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MD 엑시노스로 모바일GPU 재도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에 큰 힘

▲ 삼성전자 '엑시노스2200' 프로세서.


삼성전자 경영진은 최근 IT전시회 CES2022 기자간담회에서 부품과 완제품 모든 분야에서 인수합병 가능성을 보고 있다며 중장기적, 단기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MD도 모바일GPU시장에 뒤늦게 본격적으로 진입하기는 실익보다 부담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공동 연구개발체제를 계속 이어가며 AMD의 GPU 분야 기술력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AMD는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사업에도 매우 중요한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만큼 다방면으로 협력을 강화해 삼성전자가 얻게 될 이득도 크다.

모바일GPU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메타버스, 인공지능 로봇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핵심적 기술로 자리잡을 잠재력이 매우 크다.

다만 삼성전자나 AMD가 엑스클립스 GPU의 구체적 성능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만큼 엑시노스2200이 탑재되는 갤럭시S22 등 제품의 실제 성능을 통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