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이 한국미니스톱 인수에 과감하게 나섰다.

코리아세븐을 편의점업계 3강 구도로 굳혀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성장 동력으로 키우는 방안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롯데 한국미니스톱 품에 안나, 김상현 유통 시너지 노린 회심의 한 수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당초 한국미니스톱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던 롯데그룹이 신세계와 넵스톤홀딩스 컨소시엄을 제치고 가장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했다.

롯데지주가 한국미니스톱 지분 전량 인수를 위해 적어낸 입찰가는 3천억 원대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예상한 적정 기업가치 2천억 원대를 웃도는 가격이다.

한국미니스톱 매각을 맡은 삼일PwC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다르게 입찰에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높은 가격을 썼다는 점에서 김 부회장이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회심의 한수를 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미니스톱 인수는 김 부회장이 롯데그룹 유통부문을 총괄하는 자리를 맡기로 결정한 뒤 처음 나온 인수합병 매물이다.

앞서 김상현 부회장이 롯데그룹에 정식 합류하는 시점은 2월1일이지만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인 유통부문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정식 부임 전에 직접 챙겼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본입찰에 참여한 것은 맞지만 인수와 관련해 통보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코리아세븐 가맹점수는 1만501개다. 한국미니스톱(2603개) 인수에 성공하면 2위인 GS25(1만4688개) 뒤를 좇아 3강 구도를 굳힐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이마트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븐일레븐 점포를 늘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이마트24의 추격보다 GS그룹이 발을 넓히는 것을 더 우려했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GS리테일은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편의점과 홈쇼핑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이커머스시장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이는 곧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입지를 좁게 만들 수 있는 만큼 김 부회장이 유통부문 전체를 고려해 판단했을 수 있다.

김 부회장은 한국미니스톱 인수로 오프라인 점포를 늘리면 고객 접점을 효율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 편의점망이 소비자가 상품을 전달받는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마일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이미 자체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에서 주문한 상품을 세븐일레븐 점포에서 수령하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 만족도와 편의성을 높이려면 오프라인 점포망을 더 촘촘히 만들어야 하는데 편의점은 상생협약으로 근접 출점이 제한돼 있다.

이에 한국미니스톱 인수가 편의점 점포를 크게 늘리는 비교적 쉬운 방안이 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미니스톱 점포들을 편의점이 아니더라도 도심형 물류센터인 ‘다크스토어’로 활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 점포에서 즉석조리식품을 판매해온 미니스톱은 중대형 매장이 많기 때문에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유리하다.

이 경우 가맹점주와 협의가 더 용이할 수 있다. 인건비와 재고 관리 등 경영 관리가 필요한 편의점 점포보다 물류 매장을 운영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이 선호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미니스톱은 일본 이온그룹이 지분 100% 지분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2018년에도 매각이 추진됐지만 이온그룹은 당시 예상 매각가격인 3천억~4천억 원대가 낮다는 이유를 들어 매각을 백지화했다.

만약 롯데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3년 전보다 대략 1천억 원 가량 낮은 가격에 한국미니스톱을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미니스톱은 지난 회계연도(2020년 3월~2021년 2월)에 143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순손실은 138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