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90, 최고급 세단의 묵직한 존재감

▲ 제네시스G90 정면.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고급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겠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11일 경기 용인시 제네시스 수지 전시장에서 열린 제네시스 G90쇼케이스에서 한 말이다.

새로 출시하는 G90 완전변경 4세대 모델은 2021년 12월 처음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시작했다. 지난해 G90 직전모델 전체 판매량의 3배가 넘는 1만8천 대 이상의 사전계약 물량이 접수돼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자사가 보유한 모든 최첨단 기술을 집약한 새 G90을 해마다 2만 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G90이 좋은 반응을 얻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플래그십(기함)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제네시스 수지 전시장을 찾아 G90을 직접 타봤다.

◆ 우아하고 섬세한 디자인에 편의성 더해져

시승차량으로는 제네시스 G90 기본모델에 프레스티지 컬렉션, AWD(상시사륜구동), 멀티챔버 에어서스펜션, 뱅앤올룹슨 사운드패키지 등 모든 옵션이 들어간 1억3380만 원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완전변경 모델답게 달라진 디자인부터 눈에 들어왔다.

제네시스의 모든 모델은 브랜드의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바탕으로 하는데 새 G90은 젊은 감각과 섬세한 디자인 요소를 더욱 강조했다.

앞에서 보면 중앙에 자리한 커다란 크레스트(방패형) 그릴 좌우에 얇은 두 줄의 헤드램프가 제네시스 엠블럼을 상기시킨다.

제네시스는 렌즈 크기를 줄이면서도 같은 양의 빛을 낼 수 있는 MLA(마이크로렌즈어레이) 기술을 통해 브랜드에서 가장 얇은 디자인의 헤드램프를 구현했다.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90, 최고급 세단의 묵직한 존재감

▲ 제네시스G90은 후드와 펜더가 하나의 패널로 구성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엔진을 덮고 있는 후드와 양 옆의 펜더가 하나의 패널로 구성돼 이음새(파팅라인)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도 눈에 띄었다.

뒷 면의 램프에도 얇은 두 줄 디자인이 적용됐고 그 밖의 기능 부품은 범퍼 하단에 배치돼 간결함을 더했다.

전체적으로 이전모델보다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로 다가왔다.

스마트키를 들고 G90에 다가서자 자동차 문에 매끈하게 붙어있던 손잡이가 솟아났다.

디자인에 도움이 되는 장치로는 보였지만 문을 여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지, 한파에도 차질없이 작동될 수 있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반면 일단 문을 열고 올라탔을 때 중앙콘솔의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닫히는 이지클로즈 기능은 만족스러웠다.

뒷좌석 가운데 위치한 암레스트(팔걸이)에 마련된 자외선 살균 수납공간에서도 제네시스의 섬세함이 느껴졌다. UV-C LED 램프가 적용돼 소지품을 넣고 커버를 닫으면 10분 동안 작동된다.

더불어 뒷좌석 암레스트에는 8인치 터치 디스플레이가 처음 추가돼 공조, 시트, 마사지, 커튼 등을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90, 최고급 세단의 묵직한 존재감

▲ 뒷좌석 암레스트에는 살균 수납공간과 8인치 터치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충전기 등이 갖춰져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안정적 주행성능에 뛰어난 승차감과 정숙성 갖춰

시승은 용인시 제네시스 수지전시관을 출발해 경기 광주시의 한 리조트를 들렀다 수원 영통구 컨벤션센터로 돌아오는 왕복 120Km 가량의 구간에서 이뤄졌다.

G90은 주행성능과 승차감, 정숙성이 모두 훌륭했다.

G90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승차감을 위한 컴포트, 가속 성능을 위한 스포츠, 연비 위주의 에코, 운자가 설정하는 커스텀주행 등 4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모든 주행모드에서 가속페달에 부드럽게 반응하며 2톤이 넘는 차체의 중량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스포츠모드에서는 핸들링이 단단해지면서 충분히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도 가속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빠르게 치고 나갔다.

주행모드를 바꾸면 디지털 계기판(클러스터)에 해당 모드에 맞춘 그래픽이 나타나는데 스포츠모드를 발동하면 속도계가 붉은 형광색으로 변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나타나 운전의 즐거움을 더했다.

시승차량인 G90은 가솔린 3.5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대출력 380마력(PS), 최대토크 54.0kgf·m의 성능을 낸다.

무엇보다 G90의 승차감은 가장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반 및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안정적 승차감을 보였지만 방지턱을 넘을 때 확연한 차별성을 느낄 수 있었다.

방지턱 앞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몸에 전달되는 진동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넘어갔다.

G90에는 멀티챔버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돼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 등을 통해서 미리 판단한 전방 상황에 따라 차고 및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느껴지는 승차감은 제네시스 측이 설명한 것보다 훨씬 더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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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네시스G90 실내. <비즈니스포스트>

반자율 주행의 편의성과 관련해선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시스템의 기능이 뛰어나 보였다.

새 G90은 기존 모델과 달리 스티어링 휠에 손을 가볍게 올려놓는 것 만으로도 운전자를 섬세하게 인식했다.

제네시스는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잡는 면적에 따라 측정되는 전류의 크기를 감지하는 직접식 그립 감지 시스템(HOD)을 통해 반자율주행에서 스티어링 휠을 꽉 잡아야 하는 부담을 크게 줄였다

이를 놓고 윤성훈 현대차 대형PM센터장 전무는 스티어링 휠을 쥔 상태를 정밀하게 판단하는 기술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를 미리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래그십 모델 답게 정숙성도 훌륭했다.

내비게이션 안내음이 작다고 느끼면서도 볼륨을 조정하지 않고 일단 출발했는데 고속도로에 진입해서도 소리를 알아듣는데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G90 전체 차문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하는 한편 노면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반대 주파수를 스피커로 송출하는 소음저감 기술을 적용했다.

뱅앤올룹슨 사의 사운드 시스템도도 마음에 들었다.

제네시스가 이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세계최초로 적용했다는 ‘버추얼 베뉴(가상장소)’ 기술은 매우 생소했는데 이번 시승에서 그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포테인먼트 화면에서 보스턴 심포니 홀 모드를 선택하자 콘서트홀에 있는 것처럼 깊게 울리는 음향감이 느껴졌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OTA(오버더에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더 다양한 공연장 모드를 제공한다. 100분 남짓 이어진 120여 km의 시승 코스에서 G90은 10.6km/L의 연비를 보였다. 시승차량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8.3km다.

G90 판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세단모델은 8957만원, 롱휠베이스모델은 1억6557만 원부터 시작한다. [비즈니스포스트 허원석 기자]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G90, 최고급 세단의 묵직한 존재감

▲ 제네시스G90 뒷면. <비즈니스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