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KB금융지주의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만간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민간 금융권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의 포문이 열릴지 주목된다.
 
노동이사제 민간기업 확산 가능성, 금융사 포문 KB금융에서 열릴까

▲ KB금융지주 로고.


13일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3월 KB금융지주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추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중이다"며 "다음주에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노조 측이 KB금융지주에 노조추천이사제도 도입을 시도한 것은 2017년 이후 이번이 5번째다.

특히 11일 국회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향후 민간기업에도 도입이 확대될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 5곳은 하반기부터 노조가 추천하거나 근로자 과반 이상이 동의한 비상임 이사 1명을 이사회에 포함시켜야 한다.

류 위원장은 "노동이사제가 당장 시중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면서도 "사회전반의 분위기가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노동자의 의사반영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가는 만큼 긍정적 요인이 존재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한 외부 전문가가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으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직접 참석하는 노동이사제의 전단계로 여겨진다.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은 2017년부터 꾸준히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해오면서 금융권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다만 지금까지 모두 주주총회에서 부결되기는 했다.

특히 2017년 11월 하승수 변호사 사외이사 신규선임건과 관련해서는 당시 9.79%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기도 하는 등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

가장 최근인 2020년 11월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로 꼽히는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면서 ESG강화를 외치는 회사의 기조에 발맞춘 인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노조 우호적 성향을 보이는 강성 인사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이만하면 회사에서도 받아들일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인물을 추천하는 유연성도 보였다.

KB금융그룹을 바라보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응에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이번에는 어떤 의견을 낼 지 관심이 모인다.

KB금융지주의 주주구성을 살펴보면 외국인 지분률이 70%를 넘기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사외이사 선임안건 등에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큰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기업의 현안을 세세히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의결권 자문사들의 보고서를 대부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ISS는 그동안 KB금융지주의 노조추천이사들에 모두 반대의견을 내왔다.

2020년 11월에는 "KB금융지주는 대형 상장 금융회사 가운데 최고 성과를 보여주는 회사로 ESG 전문가의 부재가 회사 성과와 주주 환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거나 회사의 ESG 관련 성과가 경쟁사보다 부진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ESG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노조 측 의견을 일축했다.

이밖에 2017년 하승수 변호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과거 정치 경력과 비영리단체 활동 이력이 금융지주사 이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고 자문했고 2018년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선임안건에는 "상장사 이사회 활동 경험이 없어 이사로서의 성과를 평가할 수 없고 KB금융지주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냈다.

KB금융지주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소 1명 이상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게 된다.

2017년 3월부터 사외이사를 맡아온 스튜어트 B. 솔로몬 사외이사가 금융회사 사외이사의 총임기규정 5년을 모두 채우게 됐기 때문에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

솔로몬 사외이사를 제외한 6인의 사외이사 임기도 모두 3월에 끝난다.

KB금융지주는 이들을 대상으로 중임 희망 여부를 묻고 이를 바탕으로 몇 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외부 인선자문위원회의 평가를 받아 숏리스트를 압축한 뒤 평가와 평판조회, 자격검증을 실시해 최종후보를 선정하게 된다.

새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하기 위한 절차는 주주총회를 한달여 앞둔 2월경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