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등 주요 보험회사들이 금리상승기를 맞아 운용자산 가운데 대출 비중을 늘려 나가고 있다.

보험사들은 올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등으로 은행권에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보험사 대출을 찾는 고객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사 갈아타기 수요 잡는다, 삼성생명 주담대 금리 우리은행보다 낮아

▲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14일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된다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1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이미 연 3.82~5.58% 수준까지 높아져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오르면 보험사 대출과 금리차이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는 보험사 대출금리가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최근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되살리는 대신 가산금리를 높이면서 3대 생명보험사(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와 5대 손해보험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히려 시중은행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현재 삼성생명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3.33~5.25%로 4.01~5.58%인 우리은행보다 낮다.  

또 올해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로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더 어려워 보험사 대출로 발길을 옮기는 사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DSR이란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올해 1월부터 총 대출이 2억 원을 초과하면 DSR을 적용받아 소득에 따라 대출한도가 제한된다.

은행에서는 DSR 비율이 40%로 제한되지만 보험사는 50%가 적용돼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KIF) 연구원은 ‘보험사의 대출채권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DSR 규제에서 은행과 보험사의 차등 적용, 은행과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격차 축소 등의 유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보험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보험사의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보험사 가운데 대출채권의 증가율이나 규모 면에서 압도적 1위다. 2021년 3분기 기준 삼성생명의 대출채권 규모는 53조8740억 원으로 2022년 3분기보다 4조300억 원 증가했다.

두 번째로 대출 규모가 큰 곳은 한화생명인데 대출채권 규모가 21조8030억 원으로 삼성생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출은 삼성생명의 주요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1년 3분기 기준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대출채권 비중이 21.9%에 이른다. 이 외에는 채권이 52.9%, 주식이 22.9%를 차지하고 있다.

아직은 채권이나 주식보다 비중이 낮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오히려 채권보다 유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생명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대출과 채권의 수익률을 공개하는 보험사들을 보면 2021년 1~3분기 대출채권 수익률은 4%대인 반면 채권 수익률은 2%대에 그쳤다.

게다가 삼성생명 등 일부 보험사들은 최근 약관대출 금리를 인하하며 대출 수요를 발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약관대출은 보험 계약자가 자신이 납입한 보험금의 범위 내에서 받는 대출로 DSR 규제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가계대츌 규제가 강화되면 약관대출로 ‘풍선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약관대출은 고객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 때문에 부실채권이 될 위험은 낮은 반면 금리는 은행 예금담보대출보다 높아 보험사의 수익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보험사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자 자산운용 능력을 높이기보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출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사 대출이 증가한 것은 은행 대출이 막힌 풍선효과의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