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금융 시가총액 1위'라는 본래의 위치로 반드시 복귀할 수 있을 것임을 굳게 믿는다."

올해 새로 취임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3일 취임식에서 밝혔던 포부다.
 
외국인 카카오뱅크 팔고 KB금융 샀다, '대장주 탈환' 이재근 꿈 현실로

▲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뱅크에 시가총액이 단숨에 밀려버린 상황에서 금융의 새로운 흐름인 플랫폼 강화 등 KB국민은행을 역동적으로 이끌어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선언이었다.

이 은행장의 발언 이후 1주일 동안 KB금융지주 주가는 위로, 카카오뱅크 주가는 아래로 가파르게 움직이면서 이 은행장의 '예언(?)'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이 됐다.

11일 KB금융지주 주식은 6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 6만 원대를 보인 것은 2018년 5월3일 이후 3년 반여 만에 처음이다.

시가총액 규모는 24조9천억 원으로 카카오뱅크(23조4천억 원)를 넘어섰다.

주식을 사들인 주체를 살펴보면 연말연시에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한 영향이 컸다.

외국인들은 2021년 12월28일부터 1월10일까지 9거래일동안 연속으로 KB금융지주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기간에 외국인 보유주식 수는 237만 주가량 순증했다. 외국인 지분율은 69.36%에서 69.93%로 70%대 고지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KB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0% 가까이 뛰었다.

올해 국내외 금리인상의 흐름에 따라 전통 금융주가 선호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전문가들은 1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연 1.25%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역시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금리를 4번에 걸쳐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국내외 금리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서는 우세하다.

은행은 금리인상에 따른 수혜를 받는 대표 업종이다.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 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보다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던 카카오뱅크는 시장에서 '팔자'로 돌아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KB금융지주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외국인들은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9거래일간 카카오뱅크의 외국인 지분율은 17.21%에서 16.54%로 낮아졌다.

11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전날보다 3.42% 내린 4만9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후 최저가다.

전날에는 7%가 넘는 하락세를 보였으며 올해 들어서만 15%가 넘게 주가가 빠지는 등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적으로 금리인상은 성장주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미래가치에 대해 더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현재 평가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하는 IT회사라는 점에서 전통은행주와 비교해 시장으로부터 미래가치에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KB금융지주와 비교해 1/20 수준의 순이익으로 더 큰 시가총액 규모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상장가치 산정 때도 전통 은행이 아닌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컴퍼니', 브라질 금융기술 회사 '파그세구로', 러시아 디지털 은행 'TCS그룹' 등 핀테크 기업을 '피어그룹(비교 회사)'으로 잡으면서 회사 스스로 기존 은행과 차별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인상 문제가 시장에서 부각되면서 플랫폼 경쟁력으로 얻었던 관심이 빠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1~2년간 카카오뱅크를 둘러싼 환경도 녹록치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골드만삭스는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36.5% 내리고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변경했다. 

박신영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가계 대출 증가 단속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의 조치는 고객의 대출 중단과 모기지 상품의 출시 연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뱅크의 올해 실적 추정치를 종전 추정치에서 23%, 2023년 추정치는 29% 각각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8만2천 원에서 5만2천 원으로 대폭 내렸다.

이에 더해 정치권의 플랫폼 규제 가능성과 그룹의 윤리성에 치명상을 입힌 '카카오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주가에 부담이다.

앞서 2021년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및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 900억 원어치를 한 번에 매각하면서 '먹튀' 논란이 일었다. 류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지만 10일 결국 자진사퇴의사를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은행주의 상승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의 미래가 플랫폼 등으로 대변환이 일어나는 장기적 방향은 맞지만 경기변동에 따라 금리가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세심한 관찰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