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이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요즘 자주 올라오는 문구다.
 
[오늘Who] 정용진 '돌출발언' 리스크 언제까지, 속타는 신세계 주주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인스타그램에 롯데백화점을 방문한 모습.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하지만 정 부회장 말처럼 그의 발언이 한 개인의 SNS 활동으로 여겨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0일 네이버 신세계 종목토론 게시판에는 성난 주주들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신세계 주가는 10일 직전 거래일과 비교해 6.8% 급락하며 곤두박질쳤다. 

주주들은 신세계 주가가 급락한 것을 두고 정 부회장의 '오너 리스크' 때문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 부회장이 연일 인스타그램에 ‘#멸공’ 태그와 함께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자 오너 리스크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신세계 주식을 내다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날 주가 하락과 관련해 "K뷰티와 면세 사업 등 중국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관련 업체들과 함께 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Who] 정용진 '돌출발언' 리스크 언제까지, 속타는 신세계 주주들

▲ 10일 네이버 신세계 종목 토론실 게시판 갈무리.  

정 부회장이 한 개인으로서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에서 파장은 개인을 넘어 신세계그룹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 '멸공' 표언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으로 퍼지면서 논란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 회장이 있다. 거의 윤석열 수준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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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 갈무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인스타그램>  


이에 정 부회장은 물러서지 않고 조 전 장관의 트위터 글을 캡처한 사진과 함께 "#리스팩"이라는 글을 올리며 응대했다.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8일 신세계그룹 이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멸공'을 연상시키는 멸치와 콩 등을 들고 있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정 부회장의 '멸공'은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당연히 정 부회장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이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고 윤석열 후보를 비롯한 야권이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라이벌 의식으로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10일 TBS 라디오에서 기자 시절 취재원으로 알고 지낸 전 삼성그룹 임원의 말을 전하며 "(정 부회장이) 현재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라이벌 의식 때문에 저렇게 좀 과속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1968년생으로 동갑이다. 그들은 경기초, 청운중, 경복고등학교를 거쳐 이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정 부회장은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갔다. 

김 의원은 "(이 부회장에)강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정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 부회장을 구속, 처벌해 준 윤석열에 대해 정서적인 공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고 취재원이 분석한다"고 전했다.
 
[오늘Who] 정용진 '돌출발언' 리스크 언제까지, 속타는 신세계 주주들

▲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이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정부의 방침에 불만을 품고 이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10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도 방역패스를 적용했다. 이에 대형마트 등에 가려면서 백신 접종증명서나 48시간 내 발급받은 PCR(유전자증폭)검사 음성확인서를 내야한다.

그동안 정 부회장이 온라인에서 '튀는' 행동으로 논란이 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닌 만큼 이번 논란 역시 '자유분방한 성격' 탓이라는 시선도 있다. 정 부회장이 별다른 의미 없이 던진 발언을 정치권이 받아치면서 논란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앞서 정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월호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올렸을 때도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난해 5월26일 인스타그램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귀가 포함된 음식 감상평을 남겼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3월 팽목항에 있는 세월호 분향소를 찾아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천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방명록을 남겼던 발언과 겹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 부회장이 문 대통령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같은 논란에도 정 부회장은 지속적으로 음식 사진을 올리면서 ‘Sorry and thank you(미안하다 고맙다)’, ‘OOOO OOO’ 등으로 바꿔 글을 올리는 등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관심받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정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신세계그룹과 이마트로서는 긍정적 면도 있었다. 
 
[오늘Who] 정용진 '돌출발언' 리스크 언제까지, 속타는 신세계 주주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0년 12월1일 스타벅스코리아 유튜브 공식채널에 출연해 한국 스타벅스 1호 매장 운영 21주년을 축하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커피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피코크’와 ‘노브랜드’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의 유튜브에 직접 등장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벅스 메뉴를 꼽으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정용진 최애메뉴’가 회자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김의겸 의원은 "자기(정 부회장)가 멸공을 외쳤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윤석열이 그걸 받아 멸치와 콩을 이마트에서 사면서 받아줬다"며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는데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큰 리스크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10일 오후 이같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듯 자신의 발언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사업가는 사업을 하고, 정치인은 정치를 하면 된다. 나는 사업가로서, 그리고 내가 사는 나라에 언제 미사일이 날아올지 모르는 불안한 매일을 맞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느끼는 당연한 마음을 얘기한거다"며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 내 갓 끈을 어디서 매야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 함양할 것이다"고 썼다.

이어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며 "왜 코리아 디스카운팅을 당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나하한테 머라 그러지 못할거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그룹은 이와 관련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