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 대표이사 겸 GS그룹 회장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Corporate Venture Capital)을 통해 바이오와 에너지 신사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GS그룹은 다른 대기업집단과 비교해 그동안 새 성장동력 발굴에 소극적이라는 시선이 많았는데 국내 지주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형 벤처캐피털을 설립한 만큼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앞선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GS 스타트업 투자 서둘러, 허태수 바이오와 에너지 신사업 발굴 잰걸음

허태수 GS 대표이사 겸 GS그룹 회장.


10일 GS에 따르면 GS벤처스는 조만간 금융위원회에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허가를 신청한 뒤 허가를 받는 대로 펀드를 결성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GS벤처스는 GS그룹 지주사 GS의 100% 자회사로 7일 설립된 기업형 벤처캐피탈이다.

기업형 벤처캐피탈은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탈을 말한다. 모기업이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설립한 뒤 자체 증자나 40% 이내에서 외부자금을 유지해 스타트업 등에 투자한다.

허 회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에 맞춰 GS벤처스 설립을 추진해왔고 그 결실로 지주사 가운데 가장 먼저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설립하게 됐다.

GS그룹이 과거 신사업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허 회장은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새 성장동력 발굴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국내 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GS는 한발 앞서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통해 투자를 체계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동안 금융과 산업 사이 상호소유 및 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 지주사는 금융사인 기업형 벤처캐피탈 보유가 금지됐었다.

그러나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여건의 변화에 벤처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일반 지주사가 예외적으로 기업형 벤처캐피탈 보유할 수 있게 했다. 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2020년 12월29일 개정된 뒤 2021년 12월30일 시행됐다.

GS는 공정거래법 개정 뒤 지난해 3월 제1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하며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GS벤처스 설립을 준비하며 지난해 10월 기업형 벤처캐피탈을 이끌 허준녕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GS벤처스 초대 대표이사에 오른 허 부사장은 1974년생으로 미래에셋 글로벌투자부문, 글로벌투자은행 UBS 뉴욕본사 등을 거친 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허 회장은 바이오와 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GS는 GS벤처스 설립 이전부터 두 분야 스타트업 발굴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GS는 스타트업 육성(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더지에스챌린지’를 지난해 2월과 9월 진행해 각각 바이오테크와 에너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특히 바이오사업은 GS가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있는 사업이다.

GS는 지난해 8월 1억5천만 달러(약 1750억 원)를 투자해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국내 보툴리눔톡신 1위 업체 휴젤에 지분 투자를 했다. 이를 통해 휴젤 지분을 인수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아프로디테의 지분 27.3%를 확보하며 바이오사업에 첫 투자를 했다.

또 GS가 지난해 2월부터 진행한 더지에스챌린지 1기를 통해 선발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2개(잰153바이오텍, 큐티스바이오)는 ‘대전규제자유특구 블루포인트 투자펀드’를 통해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투자펀드는 2020년 12월 조성된 120억 원 규모의 펀드로 여기에 GS는 30억 원을 출자했다. 

에너지 신사업은 에너지사업 중간 지주사 GS에너지와 GS칼텍스의 사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부분으로 꼽힌다.

GS는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더지에스챌린지 2기에서 △탄소포집·활용 및 순환경제 △차세대 에너지 생산 및 관리 △전기자동차 관련 사업 및 수소경제 등 세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GS는 에너지 신사업 분야의 스타트업에 GS에너지와 GS칼텍스의 인프라를 활용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GS에너지는 해외에서는 이미 2020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벤처 투자 해외법인인 GS퓨처스를 설립했다.

GS퓨처스는 설립과 함께 GS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 10곳이 1800억 원가량을 출자해 투자펀드 ‘GS 콜렉티브 펀드1’을 조성했다.

허 회장은 이전부터 꾸준히 스타트업에 관심을 보였다. 과거 GS홈쇼핑 대표이사 시절 디지털 역량과 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벤처 투자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GS홈쇼핑이 허 회장의 대표이사 시설 투자한 펀드 규모는 3300억 원이다. 특히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인 텐바이텐은 GS홈쇼핑이 직접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허 회장은 GS벤처스를 출범하며 “불확실성이 큰 시대에는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하는 사업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며 “혁신 스타트업을 향한 투자 및 스타트업과 협력은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전략이다”고 강조했다.

GS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에서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 허가를 취득한 뒤 GS벤처스가 결성하게 될 펀드에는 GS를 비롯해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출자자로 나서 투자 시너지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