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국내선에 비즈니스 좌석을 도입하면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간 이어진 데 따른 억눌린 소비심리를 자극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선이 정상화하지 않으면 이같은 노력에도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제주항공 티웨이 진에어 코로나19 버티기, '국내선 비즈니스석' 먹힐까

▲ (위부터)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로고.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저비용항공사들이 내놓고 있는 비즈니스석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비즈니스석 탑승률이 70%가 넘을 정도로 고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도입 이후 6개월 동안 판매된 누적 좌석수는 약 7500석에 이른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6월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먼저 김포~제주 노선에 비즈니스 좌석인 ‘비즈라이트’를 도입했다. 기존에 일부 국제선에서만 제공했던 서비스를 확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비용항공사의 항공기 좌석이 복도를 기준으로 3개씩 양옆으로 놓여있는 것과 달리 비즈라이트 좌석은 2개씩 양옆으로 놓여있으며 앞뒤 좌석 사이 간격이 약 106cm로 이코노미석(74cm)보다 훨씬 넓다.

이뿐만 아니라 사전 좌석 지정 혜택, 우선 수속 및 탑승, 무료 위탁수하물 30kg 제공, 빠른 짐 찾기 서비스, 전자기기 충전 포트 등이 제공된다. 

김포~제주 노선 비즈라이트 좌석 가격은 공항시설 사용료와 유류할증료 등을 모두 포함한 편도 총액 기준으로 14만500원에서 16만8100원 사이다.

김포~제주 노선 일반좌석이 할인받지 않았을 때 편도 총액 기준으로 8만600원부터 9만5600원 사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최대 10만 원 가량 차이가 난다. 

가격이 많이 비싼데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비즈라이트 좌석에 대해 ‘부모님을 태워드렸더니 좋아하셨다’, ‘기존 좌석보다 편해서 잠이 왔다’, '충전 포트가 있어 편하다' 등의 긍정적 반응이 많이 올라온다.

코로나19로 장기간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면서 국내 여행에서라도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고자하는 이른바 ‘보복소비’ 심리를 잘 노린 셈이다. 

제주항공의 비즈니스석이 좋은 반응을 얻자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도 하나 둘 비즈니스석을 도입하고 있다. 

진에어도 지난해 12월부터 김포~제주 노선과 김포~부산 노선에 비즈니스 좌석인 ‘지니비즈’를 장착한 항공기를 띄웠다. 

진에어의 비즈니스 좌석도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좌석이 2개씩 배치됐으며 앞뒤 좌석 간격이 102cm로 이코노미석보다 24cm 더 넓다. 이밖에 전용 체크인 서비스와 무료 위탁 수하물 30kg 등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지니비즈 김포~제주 노선 운임은 편도 총액 기준으로 13만2천 원부터 16만2천 원 사이다. 
 
티웨이항공도 새로 도입하는 중대형 항공기 에어버스 A330-300를 올해 3월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띄우고 비즈니스석을 운영하기로 했다. 
 
중대형 항공기인 만큼 비즈니스석 좌석 간격은 150cm에 이르며 165도로 좌석을 기울일 수 있는 이른바 ‘누워가는 좌석(플랫베드)’이 장착됐다. 

티웨이항공의 김포~제주 노선 비즈니스석 운임은 편도 총액 기준으로 13만3천 원부터 16만3천 원 사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국내선에 비즈니스 좌석을 도입하는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이어지면서 국제선을 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1월 인천~괌 노선 운항을 재개하면서 12월부터는 주 4회 운항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주 2회로 운항 편수를 줄였다.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여행수요가 회복될 것을 기대해 운항을 재개한 인천~태국 치앙마이 골프 관광 전세기도 지난해 12월부터 띄우지 못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주 2회 일정으로 운항하던 인천~사이판 노선 운항을 이달 28일까지 멈췄다.

에어서울은 인천~괌 노선을 지난해 12월23일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 1월29일로 연기했다가 다시 3월27로 늦췄다. 

수요가 얼어붙은 국제선과 달리 국내선 수요는 점차 회복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이 내놓은 가장 최근 내놓은 항공시장동향을 보면 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국내선 여객수는 2693만 명으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31.3%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선 여객수는 242만 명으로 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저비용항공사들을 이용한 국내선 탑승객은 모두 1947만 명으로 2020년 같은 기간보다 43.8% 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저비용항공사들을 이용한 국제선 탑승객은 16만7천 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95.3% 감소했다. 

이런 상황이라 저비용항공사들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국제선 여객 수요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비즈니스석 도입 등 수요가 회복되고 있는 국내선에서 수익성을 올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항공사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항공기 1대에 설치된 비즈니스 좌석은 8~12석에 그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항공기 1대에 12석, 진에어는 8석의 비즈니스 좌석을 마련했다. 

운항 편수도 한정적이다. 

진에어는 비즈니스 좌석이 있는 항공기를 1대 도입하는 데 그쳤고 티웨이항공이 도입하는 중대형 항공기는 모두 3대 뿐이다. 

가장 먼저 비즈니스 좌석을 도입한 제주항공도 비즈니스 좌석이 탑재된 항공기를 하루 8편 운항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국내선 항공권을 두고 할인경쟁을 펼치며 이코노미석 가격이 1만 원대까지 떨어져 상대적으로 비즈니스석의 수익성이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수익성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많게는 매출의 80%가량을 국제선에서 거둬들였던 저비용항공사들로서는 국제선 회복이 절실하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재확산하면서 해외여행 수요는 아예 다 사라졌다고 봐야한다“며 ”항공사로서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