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21FE 국내 내놓을까, 노태문 S22 잠식 가능성 고심

▲ (왼쪽부터) 갤럭시S21FE의 블랙, 화이트, 올리브, 라벤더 색상 제품. <삼성전자>

국내 소비자들도 갤럭시S21FE(팬에디션)를 만나볼 수 있을까?

갤럭시S21FE는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A 시리즈 사이의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제품이지만 자칫 올해 나올 갤럭시S22 시리즈의 내부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장 사장으로서는 주요 스마트폰시장인 한국에서 갤럭시S21FE를 출시하는 사안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6일 해외 IT매체들의 갤럭시S21FE를 향한 평가와 반응을 정리해보면 ‘훌륭한 제품이지만 구매는 보류하는 게 좋다’로 요약된다.

갤럭시S FE 시리즈는 갤럭시S 시리즈의 디자인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핵심 사양은 유지하면서도 재고부품을 활용하고 부가적 기능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제품 가격을 낮춘 준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는 5~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2022’에서 올해 1분기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22 시리즈가 아닌 갤럭시S21FE를 공개했다.

대부분의 IT매체들은 갤럭시S22 시리즈의 공개 역시 머지않았다는 점을 들어 갤럭시S21FE의 구매를 일단은 보류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으로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시리즈를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기기 박람회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2022’에서 공개한 뒤 늦어도 3월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씨넷(CNET)은 “갤럭시S21FE의 구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삼성전자가 갤럭시S22 시리즈를 발표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며 “더 많은 정보에 입각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씨넷을 포함해 구매 대기를 추천하는 매체들조차도 갤럭시S21FE의 성능 자체는 준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더버지(The Verge)의 경우는 “세로 모드 카메라의 미리보기에서 약간의 지연이 발생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120Hz 주사율에 기반한 화면의 부드러움을 포함해 전체 성능이 플래그십 수준으로 느껴진다”며 “갤럭시S21FE는 699달러의 가격을 고려하면 훌륭하다”고 보도했다.

애초 갤럭시S21FE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도체 공급부족 탓에 공개가 올해로 미뤄졌다. 

다수의 매체들이 갤럭시S21FE의 구매와 관련해 갤럭시S22를 언급하는 것은 갤럭시S21FE가 가장 최신의 스마트폰을 원하는 고객층을 제외하면 갤럭시S22 시리즈와도 경쟁이 가능할 만큼의 매력을 갖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뛰어난 스마트폰을 국내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1FE를 11일부터 글로벌 100여개 나라에서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1월 출시 지역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과 소비자 수요에 따라 국내 출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21FE가 갤럭시S21의 재고부품을 활용해 생산되는 제품인 만큼 해외에서 갤럭시S21FE를 향한 초반 반응이 뜨겁다면 국내 판매는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해외 소비자들이 갤럭시S22를 염두에 두고 갤럭시S21FE의 구매를 유보하는 현상이 나타날 경우에도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S21FE의 국내 출시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갤럭시S21FE가 갤럭시S22 시리즈의 수요를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21FE 국내 내놓을까, 노태문 S22 잠식 가능성 고심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MX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에게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텃밭’이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5%로 집계됐다.

노 사장이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 시리즈의 판매량 확대 과제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국내 스마트폰시장은 핵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노 사장은 갤럭시S20과 갤럭시S21 두 시리즈 제품 모두 판매량 3천만 대를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판매량 3천만 대는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그런 만큼 노 사장으로서는 갤럭시S22의 판매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갤럭시S21FE의 국내 판매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더욱 세분화해 대응하는 전략이지만 동시에 갤럭시S22의 판매 흥행에는 자충수가 되는 선택일 수도 있다는 점을 놓고 심사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노 사장이 이 점을 고려해 갤럭시S21FE의 1월 출시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했다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그러나 갤럭시S FE 시리즈가 틈새시장 공략에 효과가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노 사장의 고민이 기우일 수도 있다.

IT매체 GSM아레나에 따르면 갤럭시S20FE는 지난해 1천만 대 이상 판매됐다. 매체는 “갤럭시S20FE는 2021년 많이 팔린 갤럭시 스마트폰 중 하나다”고 보도했다.

갤럭시S FE 시리즈의 이런 틈새시장 공략 효과를 노 사장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4일 노 사장은 갤럭시S21FE의 CES2022 공개 계획을 밝히며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 최신의 모바일 혁신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갤럭시S20FE를 향한 소비자 반응이 좋았던 만큼 갤럭시S21FE에도 가장 중요한 수요를 충족하는 프리미엄 기능을 탑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로 3억 대를 내세우고 있다. 이 목표는 2018년 이후 3년 연속으로 달성에 실패한 수치다.

갤럭시S21FE도 틈새시장 공략 효과를 통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 달성에 일정 부분 기여하는 것이 요구되는 제품인 만큼 노 사장의 기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사장으로서는 갤럭시S22의 판매 확대를 고려해 갤럭시S21FE의 국내 판매를 쉽사리 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외 판매량, 국내 수요, 갤럭시S22의 흥행,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 등 다양한 문제가 얽힌 만큼 노 사장에게 갤럭시S21FE의 국내 출시 문제는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고차방정식이라고 볼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