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디지털 혁신에서 구체적 '실행'을 강조하고 나섰다.

KB국민은행과 KB금융그룹은 빅테크 기업과 경쟁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플랫폼전환의 구체적 성과가 필요한 시기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장 이재근 '실행' 강조, 윤종규 허인의 디지털 씨앗 수확해야

이재근 KB국민은행장.


4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4년만에 수장이 교체되고 신임 이 행장이 실행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디지털 플랫폼의 고도화와 고객 확보 등 구체적 실현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올 한해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KB스타뱅킹의 성공여부가 이 은행장의 디지털 성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KB국민은행은 1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준비한 대대적 개편을 통해 2021년 10월 새로워진 KB스타뱅킹을 내놨다.

단순히 일부 시스템을 바꾸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KB금융그룹 전체의 디지털 플랫폼 방향성을 담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새로워진 스타뱅킹에 계열사 전체의 주요 서비스를 담아내면서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은행장의 취임 후 첫 과제이자 최대과제는 개편된 KB스타뱅킹을 '성공한 플랫폼'으로 안착시키는 일이 됐다.

2021년 말 차기 은행장 내정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 행장은 "3개월 이내에 핀테크업체에 뒤지지 않는 앱을 만들겠다"며 KB스타뱅킹을 발빠르게, 지속해서 고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역시 3일 신년사에서 "스타뱅킹을 슈퍼 앱으로 자리잡게 하고 계열사 앱과 상호 연계, 보완을 강화해야 한다"며 "페인 포인트(불편사항)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플랫폼 전환이라는 큰 틀의 방향성을 제시했던 것에서 나아가 개별앱에 대해 구체적 주문을 내놓은 것이다.

이 행장은 신년사에서도 빅테크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최대 과제로 제시했다.

이 행장이 제시한 네가지 핵심 경영방향을 살펴보면 △고객 중심 서비스 경쟁력 강화 △미래성장을 위한 사업모델 강화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창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KB 등이다.

상생과 포용의 가치를 강조한 마지막 부문을 제외하고 나머지 경영방향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직간접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새로운 경쟁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KB국민은행이 막 상장한 카카오뱅크에 '금융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따라잡힌 점을 상기시키면서 각오를 다졌다.

KB국민은행장 '선배'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허인 부회장이 플랫폼전환의 씨앗을 뿌렸다면 이제는 이 은행장이 진검승부를 통해 열매를 따낼 때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 행장의 취임사에서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전략실천"을 마지막에 넣은 것도 이제는 디지털 혁신에서 구체적 성과를 보여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모두에게 강조하는 것으로 읽힌다.

KB국민은행이 플랫폼을 강조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KB국민은행은 윤 회장이 은행장과 KB금융그룹 회장을 동시에 맡던 시기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의 태동을 지켜보며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의 진화를 어떻게 선도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 왔다.

2015년 카카오뱅크 설립 컨소시엄에 참여해 모두 2335억 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도 IT기술을 앞세운 플랫폼 기업이 앞으로 은행 산업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재까지 시중은행 가운데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보유한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이후 윤 회장은 '넘버원 금융플랫폼'이라는 최우선 목표를 KB국민은행을 비롯한 모든 계열사의 목표로 설정했으며 허 행장은 지난해부터 '은행을 넘어 플랫폼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디지털 전환에 모든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KB금융지주는 대고객 콘텐츠의 질적 고도화를 지원하는 디지털플랫폼총괄(CDPO) 산하 디지털콘텐츠센터와 디지털 플랫폼 품질관리 전담 조직인 플랫폼 퀄리티콘트롤(QC) 유닛을 신설하기도 했다.

디지털전환 부문에서 구체적으로 열매를 수확해야 하는 것은 KB금융그룹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계열사들의 맏형인 KB국민은행이 주도해서 이뤄내야 할 사업들이기 때문에 이 행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현재 윤 회장과 허 부회장이 디지털 전환에서도 금융지주에서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향후 주요 현안에서 다양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