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사고 예방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대형건설사들이 건설현장에 로봇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보 단계이지만 몇 년 안에 건설현장이 '사람 반, 로봇 반'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건설현장 '사람 반 로봇 반' 시대 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앞당겨

▲  GS건설이 큐픽스와 함께 건설현장에 도입한 4족 보행로봇 스팟. < GS건설 >


31일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대형 건설사들은 현장 안전관리와 사고예방을 위해 앞다퉈 건설로봇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GS건설은 2022년 4족 보행로봇 ‘스폿’을 아파트 건설현장 등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다관절 산업용로봇을 시범적으로 현장에 적용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올해 반도체공장, 클린룸 등 시설 건설현장의 위험한 작업을 대신할 시공로봇을 상용화하고 최근 평택 반도체공장 현장에 투입했다.

지금까지 건설로봇 등 산업용로봇은 생산성을 증대하는 측면이 부각돼 왔는데 최근에는 현장 안전부문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연구개발과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건설현장 안전관리문제가 건설사들의 최대 과제이자 경영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각 건설사들이 현장 안전수칙 교육, 관리 등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작업장의 모든 작업자와 상황을 통제하고 살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건설사들은 건설로봇의 역할을 새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건설현장 안전사고의 주요한 원인으로는 작업 장비 정비 불량, 작업 준비 과정의 미흡, 근로자의 부주의나 실수 등이 가장 많이 꼽힌다. 건설로봇을 적절히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사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건설사들은 바라본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실제 최근 3년 동안 건설업 산업재해 사망 근로자 1371명 가운데 259명(18.9%), 즉 5명 가운데 1명은 건설기계·장비 문제에 따른 사고로 숨졌다.

건설로봇을 비롯한 첨단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런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하거나 차단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삼정KPMG는 미래 건설산업 관련 보고서에서 로봇과 드론 등의 적용이 건설현장 사고 발생률을 감소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삼정KPMG는 “로봇·드론의 활용을 비롯한 디지털기술 접목으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와 환경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디지털전환을 통해 최근 기업 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ESG 추세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산업용 로봇은 제조업 분야에 먼저 투입되고 있는데 최근 건설사들도 로봇기술을 실제 현장에 도입하는 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아산 디스플레이 공장 건설현장 등에서 추락사고 위험이 높은 고층 벽면 작업 등에 시공로봇을 투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드릴타공, 앵커시공, 내화뿜칠 등 단순·고위험 작업을 수행할 로봇기술도 개발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이들 작업은 천정이나 벽체 상부에서 작업자가 불완전한 자세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대표적 고위험작업으로 분류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로봇을 활용한 시공 자동화에 힘쓰고 다양한 로봇 전문회사 등과 협업을 통해 건설현장의 안전과 전문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현대건설은 2020년부터 현장관리용 무인순찰 로봇을 비롯해 용접, 페인팅 등을 대신할 시공로봇을 국내 현장 일부에 적용했다.

현대건설은 사내 스마트건설 전담조직을 통해 로봇과 드론, 사물인터넷(IoT)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고 계열사 현대로보틱스와 기술부문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포천~화도 고속도로 4공구 터널공사 현장에 자율보행로봇을 시범적용했다.

자율보행로봇은 발파 작업 뒤 인력을 투입하기 전에 낙하위험이 있는 암반 등 위험요소를 사전에 파악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레이저로 지형을 측정하는 라이더와 고성능 카메라도 탑재해 터널 내부 시공오류, 균열 등의 확인도 가능하다.

GS건설은 4족 보행로봇 스폿을 아파트와 공연장, 도로 건설 마감공사 현장에 투입해 하자점검과 품질검사 등 감리에 활용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이 발표한 월드로보틱스2021-산업용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로봇밀도 세계 1위 국가다. 

로봇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산업용 로봇 도입 대수를 나타낸다. 한국은 2010년부터 8년 동안 로봇밀도 1위를 차지했고 싱가포르에 내줬던 정상을 2020년 다시 찾아왔다. 

그만큼 로봇산업과 연구분야 잠재력이 높은 국가로 볼 수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은 많은 건설사들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 스마트 기술과 시스템뿐 아니라 건설로봇 등도 점차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라며 “재해 예방과 관리분야에서는 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