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올해에 이어 내년 임금협상도 순조롭게 진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복수노조 사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둘러싼 대립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은 복수노조 사이의 소송 때문에 임금협상을 진행하기는 어렵겠지만 두 노조에서 제기하는 직원들의 복지문제 등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삼성화재 복수노조 갈등 해 넘겨, 홍원학 임금협상 뒤로 하고 소통부터

홍원학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29일 삼성화재 안팎에 따르면 홍 사장이 노조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도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화재 노조와 평사원협의회 노조도 조심스럽게 홍 사장을 향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 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전에는 요구사항을 전달하기 만남을 잡는 것도 어려웠다"며 “홍 사장이 기존 사장과 달리 소통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평사원협의회 노조 관계자도 “홍 사장이 이전 사장과 달리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사장도 두 노조와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 사장은 23일 이사회 의결을 통해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에 사장 내정자 신분으로 16일 평사원협의회 노조 대표를 만났고 20일에는 삼성화재 노조 대표를 만나 이들의 요구사항을 각각 들었다.

또 16일에는 임금협상이 중단되기 전에 노조에 제시했던 임금조정안을 바탕으로 직원 개인별로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결정해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홍 사장은 복수노조 갈등이 지속적으로 불거지면 삼성화재의 대외적 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고 제때 임금 인상분이 반영되지 못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 삼성화재의 현안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홍 사장은 노조 사이에 소송이 얽혀있는 관계로 당장 어느 한 노조와 임금협상을 시도하지는 못하겠지만 새해에도 초반부터 두 노조와 소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 노조에 따르면 홍 사장은 노조와 만남에서 노사관계를 잘 쌓아가기 위해 사안이 있을 때마다 자리를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화재 노조는 장기 미승격 직원들의 승격 문제 등을 전달했고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주니어급 직원들의 과도한 업무량 조절 문제 등을 홍 사장에게 이야기했다.

이러한 사안들은 임금협상과는 무관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홍 사장이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삼성화재와 임금협상을 할 수 있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둘러싼 삼성화재 노조와 평사원협의회 노조 사이의 대립은 서울중앙지법이 최근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 노조의 단체교섭 금지 가처분 신청에 관한 이의신청을 기각되면서 길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앞서 삼성화재 노조는 올해 평사원협의회 노조의 설립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평사원협의회 노조와 삼성화재의 단체교섭을 중지하라는 가처분 판결을 받아냈고 임금협상은 중단됐다.

이에 삼성화재와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교섭중지 가처분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24일 이의신청이 기각됐다.

두 노조는 평사원협의회의 노조 설립 무효소송으로도 다투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는 평사원협의회 노조가 설립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고 노조로서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며 7월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내년 5월 평사원협의회 노조가 지닌 임금협상권이 만료될 때까지 삼성화재 노조와 평사원협의회 노조 사이의 공방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사원협의회 노조는 삼성화재 내근직 직원 5800명 가운데 3200명을 확보하며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교섭단체대표노조 지위를 얻어 회사측과 임금협상을 진행해 왔다. 삼성화재 노조는 내근직 직원 600명 가량과 설계사 3600여 명을 확보하고 있다.

홍 사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요직을 두루 거친 보험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990년 삼성생명에 입사했고 임원이 된 뒤에는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경영전략팀 상무를 지내기도 했다. 2011년 삼성생명으로 돌아온 뒤 인사팀장 전무, 특화영업본부장 전무, 전략영업본부장 부사장, FC영업1본부장 부사장으로 일했다.

2020년 12월부터 삼성화재로 이동해 자동차보험본부장 부사장으로 일해왔다.

홍 사장은 10일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됐다. 이미 삼성화재 사내이사로 있기 때문에 23일 이사회 의결만으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