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VS 1989년’. 현대자동차와 일본 토요타가 각각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렉서스를 선보인 해다.

제네시스는 올해 들어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딛고 렉서스의 핵심시장인 미국 고급차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미국에서 일본차 렉서스 맹추격, 전기차는 이미 추월

▲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판매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미국 판매모델 수를 지속해서 늘려 미국 고급차시장에서 렉서스와 격차를 빠르게 좁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고급브랜드 성공신화로 여겨지는 렉서스를 잡을 수 있다면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높아질 수 있다.

26일 해외자동차판매통계사이트 베스트셀링카블로그닷컴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올해 미국에서 주요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제네시스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미국에서 4만4622대를 판매했다. 1년 전보다 236% 늘었다.

제네시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판매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네시스는 11월 미국에서 5002대를 팔았다. 2020년 11월보다 435% 증가했다.

제네시스는 2021년 1월 2814대를 시작으로 3월 3천 대, 6월 4천 대, 7월 5천 대 판매를 넘겼고 이에 따라 판매 성장률도 1월 101%에서 11월 400%대까지 확대됐다.

반면 렉서스는 올해 미국에서 제네시스와 비교해 성장세가 저조했다.

렉서스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미국에서 28만432대를 판매했다. 1년 전보다 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11월에는 1만8996대를 팔아 1년 전보다 32% 감소했다.

절대적 판매 규모 차이가 아직 큰 만큼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렉서스를 잡기 위해 가야할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 등 완성차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만큼 제네시스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제네시스는 이미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인 GV60을 출시하는 등 전기차 전환에서는 렉서스보다 앞선 것으로 여겨진다.

토요타는 최근 전동화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렉서스의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기를 2035년으로 잡았는데 이 역시 2030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제네시스보다 5년가량 느리다.

현대차는 중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70 전기차의 미국 현지 생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현재 제네시스 차량을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제네시스를 생산한다면 현지 수요 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모델을 지속해서 늘리는 점도 미국 판매 확대 전망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에서 세단인 G70과 G80, G90, SUV인 GV70과 GV80 등 모두 5종의 제네시스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세단과 SUV, 쿠페까지 모두 10개 모델을 팔고 있는 렉서스의 절반에 그친다.

현대차는 앞으로 제네시스 라인업을 8종 이상으로 늘리고 각 모델의 전동화 차량도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올해도 미국에서 GV70과 GV80 출시 효과에 힘입어 판매를 크게 늘렸는데 지속해서 신모델 추가 효과를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제네시스는 이미 일본 완성차업체 혼다의 고급브랜드 아큐라와 격차를 크게 좁힌 것으로 여겨진다.

아큐라는 11월 미국에서 완성차 9374대를 팔아 제네시스와 차이가 2배도 나지 않는다. 제네시스가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으로 여겨진다.

제네시스는 출범 당시부터 렉서스, 아큐라 등 일본 완성차업체의 고급브랜드와 자주 비교됐다.

렉서스는 토요타가 1980년대 미국에서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1989년 론칭한 고급브랜드로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함께 미국 고급차시장 1위를 다투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토요타는 렉서스의 성공으로 자연스럽게 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급 브랜드로 거듭났는데 현대차 역시 제네시스를 통해 비슷한 효과를 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미국 안착에 힘입어 이미 미국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미국에서 혼다를 제치고 연간 판매 '톱5'에 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미국에서 일본차 렉서스 맹추격, 전기차는 이미 추월

▲ 제네시스 미국 홈페이지 화면 캡쳐.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지속해서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제네시스는 올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서 실시한 평가에서 전 차종이 ‘가장 안전한 차’ 등급을 받았다. IIHS평가에서 모든 차종이 최고등급을 획득한 고급브랜드는 제네시스가 유일하다.

제네시스는 올해 2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GV80을 타고 가다가 차량을 폐차해야 할 정도의 사고가 났는데 크게 다치지 않으면서 안전성이 부각받기도 했다.

제네시스 GV70은 2021년 미국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랜드의 ‘올해의 SUV’에 선정된 데 이어 현재 ‘북미 올해의 유틸리티’ 최종후보에도 올라 내년 1월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올해 유럽과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전동화 모델 확대에 속도를 내는 등 브랜드 출범 7년 만에 글로벌 주요 고급브랜드로 성장했다”며 “각종 수상과 호평이 세계시장 확대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