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지급을 놓고 진행할 2심 재판에서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방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제시하는 논리에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논거 사이 모순점도 있다고 지적받고 있는 만큼 법적 공방에서 충분히 재판부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 최진환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24일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내년 3월16일 2심 재판의 1차 변론기일이 열린다.

SK브로드밴드는 1심 소송에서 법원으로부터 망 사용료에 관한 채무를 확인받았던 만큼 이번 2심 소송에서는 법원의 감정절차를 통해 구체적으로 망 사용료를 확정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SK브로드밴드는 네이버, 카카오 등이 부담하는 망 사용료를 기초로 넷플릭스가 부담해야 하는 사용료를 연간 약 300억 원으로 계산해 2018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넷플릭스가 1천억 원대의 망 사용료를 부당이득으로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지급하고 있는 망 사용료를 넷플릭스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네이버가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지급한 망 사용료는 2017년 연간 약 1100억 원 수준이다.

네이버, 카카오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사용하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가 국내 트래픽의 78.5%를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돼 이들 사업자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의 망 구축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넷플릭스는 2심에서는 1심에서와 다른 논리를 주장하겠다고 예고했다.

넷플릭스는 23일 열린 2심 재판의 변론준비기일에서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망 사용료는 무료다’라는 1심 주장을 항소장에 담지 않았다.

대신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기술인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를 통해 콘텐츠가 있는 해외 서버에서 한국으로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전송한다며 SK브로드밴드의 트래픽을 줄여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외국 서버에서 국내로 직접 들여왔으니 이를 놓고 SK브로드밴드와 같은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에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넷플릭스가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를 운영하는 것은 자체 비용을 스스로 줄이는 것일 뿐 SK브로드밴드로서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국내 가입자에 전송해야 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이 때 증가하는 트래픽에 관해서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에서도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내세우는 논거가 매번 달라지고 또 논거끼리 모순된 점도 보인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이번에는 망 사용료의 상호무정산원칙이라는 개념도 함께 거론하고 있는데 이 개념은 콘텐츠사업자가 아니라 인터넷제공사업자 사이에 서로 트래픽 부담이 비슷할 경우에 적용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더구나 상호무정산원칙은 망 사용료가 유상이라는 점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1심에서 넷플릭스가 주장한 망 사용료 무료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넷플릭스는 그동안 세계 어디에서도 망 사용료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후 2014년에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미국 통신사에는 망 사용료를 지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4월에 열린 1심 소송 3차 변론에서 이를 놓고 사적으로 합의해 지급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OTT 업체가 망사용료를 내야한다는 국제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 주요 통신업체들은 지난 11월 넷플릭스가 통신망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업체인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는 국내 진출을 앞두고 망 사용료를 간접적으로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앞서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넷플릭스(원고)가 SK브로드밴드(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통신망 사용료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넷플릭스의 채무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내년 3월 1차 변론기일이 열리는 2심은 6월에 넷플릭스가 제기한 1심 항소와 9월 SK브로드밴드가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반소가 병합된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의 동영상 콘텐츠 공급이 늘어나면서 트래픽 통신료 정산방법을 기존 정액제 방식에서 망을 사용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하는 페이드 피어링(Paid Peering) 방식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