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대표이사에 내정된 장덕현 사장이 신사업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기판에 대규모 투자를 계기로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담당하며 쌓았던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를 맞게 됐다.

FCBGA기판 특성상 시스템반도체와 기술적으로 밀접하기 때문에 삼성전기가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을 노려 사업 진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장 사장의 리더십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삼성전기 신사업 과감한 투자, 장덕현 성공 보증수표 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24일 전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고객사와 FCBGA기판 공급 관련한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대규모 생산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기는 베트남 생산법인에 대규모 FCBGA기판 생산단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2023년까지 8억5천만 달러(약 1조78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최근 삼성전기 연말인사에서 대표이사에 내정된 장덕현 사장이 신사업 강화 전략을 지휘하고 대규모 투자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출신인 장 사장이 처음 선임되었을 때만 해도 전자부품 전문업체인 삼성전기와 성격이 다른 의외의 인사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기가 곧 시스템반도체용 패키지에 사용되는 FCBGA기판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장 사장의 역할이 명확해졌다는 시선이 나온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시스템반도체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벌이게 만큼 시스템LSI사업부에서 통합칩(SoC) 개발을 주도했던 장 사장이 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기 매출에서 반도체 패키지기판은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장 사장은 결국 삼성전기의 신사업 성과를 과제로 안고 대표이사에 내정된 만큼 이런 전문성을 발휘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사 확보에 힘쓰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FCBGA기판은 삼성전기의 기존 주력사업이던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와 고객사 기반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MLCC는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전기차 등 고객사에 폭넓게 공급되고 있지만 FCBGA 기판은 애플, 인텔, AMD 등 글로벌 대기업을 안정적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사업 성패를 가를 수 있는 변수다.

그만큼 기술력과 공급 능력 측면에서 모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뒤 보도자료를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고성능화 및 반도체 패키지기판 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FCBGA기판 신사업 성공은 삼성전기의 미래 성장에 크게 기여할 잠재력이 있다.

패키지기판이 쓰이는 중앙연산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처가 PC에 이어 데이터센터, 자율주행차, 모바일기기와 인공지능 연산시스템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FCBGA기판 공급부족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돼 삼성전기의 시설 투자 효과가 본격화되면 곧바로 실적 증가를 이끌 공산이 크다.

FCBGA기판시장에 글로벌 경쟁사가 많지 않아 삼성전기가 선제적 생산투자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유리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LG이노텍도 내년부터 FCBGA 기판사업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내년부터 반도체 패키지기판시장에서 한국 부품업체들이 주도권을 잡으며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시스템반도체기업들 사이 성능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고성능 패키지기판 기술을 갖춘 삼성전기에 수혜로 돌아올 수 있다.

장 사장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컨트롤러를 주로 개발했고 시스템LSI사업부에서 통합칩 개발을 담당하면서 반도체 패키징기술 관련한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센서사업팀장으로 일하며 삼성전자 이미지센서의 글로벌 고객사 기반 확대에 힘써 온 만큼 반도체 패키징기판도 글로벌로 공급 확대를 추진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맡다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이동한 경계현 사장은 애플 등 고객사에 공급하던 경연성회로기판(RFPCB)사업을 과감히 중단하는 등 삼성전기 사업 재편을 주도해 왔다.

삼성전기에서 핵심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던 패널레벨패키징(PLP)기판사업도 이윤태 전 대표이사 사장 시절 삼성전자에 이관됐다.

이처럼 전임 대표이사들이 삼성전기에서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만큼 장 사장이 본격적으로 사업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앞으로 메타버스시장과 관련된 확장현실(XR)기기용 카메라모듈과 부품, 자율주행차용 전장부품 등 다양한 신사업 진출 계획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장 사장이 FCBGA기판 신사업 육성 전략을 적극적으로 전면에 앞세운 만큼 다른 신사업에서도 추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전기는 “장기적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네트워크 등 고부가 제품 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