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도네시아에서 맞붙는다.

두 회사는 인도네시아 국영석유회사 페르타미나(PT PERTAMINA)의 자회사 PTKPI에서 발주하는 ‘TPPI 올레핀 콤플렉스 프로젝트’를 두고 치열한 기본설계(FEED)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12/26]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인도네시아 대결, 4조 프로젝트 승자는

▲ (왼쪽부터)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과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과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은 모두 기본설계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 경쟁력을 높여 해외 수주에서 성과를 쌓아왔다.

이에 고도의 기본설계 능력이 필요한 FEED & EPC 입찰 방식에서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6일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 해외건설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인도네시아에서 TPPI 올레핀 콤플렉스 프로젝트가 2022년에 발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총 공사비 4조8천억 원가량으로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플랜트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19년 공사 예정 부지를 직접 방문해 석유제품 경상수지 적자 축소 및 에너지 자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엔지니어링 모두 프로젝트 기본설계(FEED) 용역 업무를 각각 수주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분율을 고려해야 하지만 4조8천억 원의 총 공사비는 두 회사의 올 한해 해외수주 규모를 넘어서는 대형 프로젝트다. 두 회사 사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초까지 삼성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해외에서 각각 35억4700만 달러(4조 원), 29억508만 달러(3조3400억 원)를 수주해 삼성물산(44억7300만 달러)에 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관사인 프랑스기업 테크닙(Techinip), 인도네시아 현지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주관사로서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인도네시아 현지업체와 짝을 이뤘다.

최 사장과 김 사장은 모두 기본설계에서 EPC(설계·조달·시공)으로 이어지는 연계수주 전략에 힘을 써온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

기본설계는 플랜트사업의 기초 설계와 견적을 설정하는 작업으로 플랜트 프로젝트 전체에 관한 이해와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분야로 꼽힌다. 또 사업의 초기단계부터 고객사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서 지난 10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가 선정한 플랜트사업 기본설계를 담당할 엔지니어링 후보군에 뽑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으로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할 사업에 관한 우선협상권을 지니게 됐다. 

기본설계 기술력을 인정받은 최성안 사장은 동남아시장 진출을 통해 해외 수주의 전통적 텃밭인 중동지역 의존도를 낮추면서 신흥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실제 올해 삼성엔지니어링은 태국 올레핀 플랜트 개보수(1400억 원), 말레이시아 사라왁 메탄올 프로젝트(1조2천억 원) 등을 따내며 동남아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해외에서 뛰어난 기본설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창학 사장은 2020년 초에 단순 시공을 벗어나 플랜트사업 모든 과정에 걸쳐 수주를 노리는 영업방식 전환을 도모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후 유럽EPC사들이 견조하게 진입장벽을 구축했던 유럽 지역 플랜트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대표적 사례가 폴란드 최대 규모 국영정유기업 PKN올렌(PKN Orlen)에서 발주한 20억 유로(2조7천억 원)의 PKN 올레핀확장공사 프로젝트를 올해 7월에 수주한 일이다.

이 프로젝트도 FEED & EPC 방식으로 진행돼 발주처로부터 기본설계 및 사업수행 역량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TPPI 올레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페르타미나가 발주한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 공사(현대엔지니어링 지분 21억7천만 달러)를 2019년 9월에 수주했다. 

이어 2020년 2월과 9월에 발릭파판 정유공장 1·2차 추가 공사도 잇달아 따내 같은 발주처의 사업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주금액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더 많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수주 순위 상위 5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해외 수주금액이 늘어 기세가 좋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차별화한 설계기술력을 바탕으로 2022년 본 수주까지 성공해 동남아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겠다”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의 주관사로 참여한 만큼 기본설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발릭파판 정유사업을 통해 얻은 발주처의 신뢰를 바탕으로 내년에 있을 수주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