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미국에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짐 페트러스 롯데호텔홀딩스USA 최고경영자(CEO)는 롯데호텔이라는 브랜드가 미국에서 다소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점이 오히려 사업 확대의 열쇠라고 보고 있다.
 
호텔롯데 미국에서 확장, 트럼프호텔 출신 CEO 지명도 약해도 공격적

▲ 짐 페트러스 롯데호텔홀딩스USA 최고경영자(CEO).


짐 CEO가 롯데호텔을 미국에 안착시킨다면 호텔롯데가 추진하고 있는 상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이 앞으로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호텔롯데가 지분 100%를 보유한 롯데호텔홀딩스USA는 최근 시카고에 있는 킴튼호텔모나코의 호텔 운영권을 3600만 달러에 인수했다.

현지 언론인 시카고비즈니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롯데호텔이 191개 객실을 보유한 킴튼호텔모나코를 롯데호텔 브랜드로 바꿀 것이다”고 보도했다.

롯데호텔홀딩스USA를 이끄는 수장이 바뀐 뒤 처음 추진된 호텔 인수라는 점에서 이번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짐 페트러스 CEO는 7월 롯데호텔홀딩스USA 대표에 오른 뒤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호텔롯데는 미국에서 5년 안에 20개의 호텔을 열겠다”고 말했다.

호텔롯데가 미국에 진출한지 7년 동안 호텔 3곳을 여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미래 목표를 공격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인수한 킴튼호텔모나코는 그 여정에 있는 첫 번째 호텔이다.

호텔롯데가 미국에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려는 배경에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호텔은 미국 이외에도 5개 나라에 진출해있지만 호텔기업으로서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으려면 미국 호텔산업에 깊숙이 침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 호텔산업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점에서 미국에 롯데호텔 브랜드를 안착시킨다면 기업공개를 할 때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18세기 후반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호텔운영기법을 발전시켰고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에 뿌리를 둔 대형 호텔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호텔이라는 브랜드가 글로벌 유명 호텔체인과 비교할 때 다소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쉽게 사업을 확대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짐 페트러스 CEO는 오히려 이런 점이 호텔롯데의 영토를 미국에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여행매체 스키프트는 7월에 짐 페트러스 CEO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메리어트나 힐튼과 비교해 롯데호텔의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호텔 소유주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짐 페트러스 CEO는 이를 놓고 “오히려 이는 경쟁우위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중저가 브랜드로 바꾸려는 수요를 공략하면 롯데호텔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하얏트와 힐튼, 메리어트 같은 글로벌 호텔기업들은 호텔을 직접 소유하기보다는 위탁경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호텔경영으로 번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기보다는 다른 체인을 확대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호텔기업들은 위탁경영을 통해 전체 운영매출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 미국에서 확장, 트럼프호텔 출신 CEO 지명도 약해도 공격적

▲ 롯데뉴욕팰리스호텔.


짐 페트러스가 노리는 지점이 바로 이 곳이다. 롯데호텔은 다른 유명 호텔체인보다 소유주에게 더 낮은 수익을 요구하기 때문에 위탁경영권을 따내는 데 더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호텔체인 윈덤그룹 역시 비용구조 혁신을 통해 호텔 소유주들에게 받는 수익을 줄이는 방식으로 글로벌 호텔사업을 빠르게 확대했다.

짐 페트러스 CEO는 호텔업계에서만 30년 가까이 일한 전문가다.

글로벌 비즈니스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링크드인에 따르면 짐 페트러스 CEO는 스타우드호텔앤드리조트에서 12년8개월 일한 뒤 미국 내에서도 고급 호텔로 인정받는 트럼프호텔콜렉션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9년가량 근무했다.

다시 스타우드호텔로 옮겨 글로벌 리더 직책을 맡기도 했으며 2018년부터 3년 동안 블랙스톤-BRE 호텔앤드리조트에서 하와이 체인을 담당했다.

호텔롯데는 과거부터 미국의 호텔산업을 매력적이라고 판단하고 차근차근 진출 전략을 추진해왔다. 2014년 괌에 처음 진출한 데 이어 2015년에 뉴욕팰리스호텔을 사들이며 뉴욕 맨해튼 중심부까지 나아갔다.

뉴욕팰리스호텔은 해마다 UN총회가 개최되는 곳으로 ‘제2의 백악관’으로 불릴 정도로 미국에서 주목을 받는 장소다. 현재는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2019년 12월에는 미국 시애틀 중심가에 있는 호텔을 1억7500만 달러에 인수해 2020년 9월에 ‘롯데호텔시애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