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동섭 사장과 함께 SK온 각자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SK온은 올해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다.
 
[오늘Who] SK온 최재원 오너십 충전, 전기차배터리 투자금 확보 탄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겸 SK온 각자대표이사.


오너경영인인 최 수석부회장이 직접 SK온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투자금 확보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SK온에 따르면 최 수석부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SK온에서 세계 기술과 동향을 읽고 대응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글로벌 성장전략을 진두지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최 수석부회장이 평소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기 때문에 배터리 사업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최 수석부회장은 2013년 횡령혐의로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을 때에도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팀에 편지를 보내 직원들을 독려하고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필 편지에서 “자동차에 연료를 채우는 것에서 나아가 집이나 사무실에서 자동차를 충전하는 시스템에 리딩(leading) 역할을 해내자”며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그 뒤 2018년 헝가리 코마콤 배터리공장 기공식, 2019년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 기공식 등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관련 주요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배터리 사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결정이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에 오너일가 경영인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면 사업의 추진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SK그룹의 배터리 등 친환경사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세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미래 주요 먹거리다.

SK그룹은 최근 포드와 배터리 합작회사 설립에 5조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헝가리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3공장을 짓고 있고 중국에서는 배터리 4공장 신설에 3조 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온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 40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늘리는 목표를 세워뒀다.

SK온은 이처럼 투자를 급격하게 확대하는 만큼 자금확보를 위해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 유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부회장은 경영에 참여하면서 SK온의 프리IPO도 적극적으로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IPO는 상장 절차를 추진하기 전에 일부 지분을 매각해 자금유치를 하는 것을 말한다.

프리IPO규모는 약 3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SK온의 기업가치 30조~35조 원의 10% 수준으로 본격적 유치 절차는 2022년 초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수석부회장이 최태원 회장의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앞으로 배터리 사업에서 긍정적 성과를 낼 공산이 크다.

더구나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이 배터리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다양한 분야를 주도해 온 만큼 배터리 제조산업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높을 뿐만 아니라 식견도 겸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SK이노베이션의 연료전지 분리막기술 개발, 2012년 9월 서산 배터리공장 준공 등을 모두 최 수석부회장이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부회장은 2020년 7월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SK이노베이션의 충남 서산 배터리 생산공장에서 배터리 분야 관련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함께 했다.

올해 7월에도 최 회장의 미국 출장에 동행해 미국 내 배터리 사업현장을 점검하기도 하는 등 배터리 사업 현안에 관심을 적극 기울여 왔다.

이번 인사와 관련해 최 수석부회장은 “SK온을 빠르게 키워 SK그룹의 탈탄소 전략 가속화, 글로벌 전기차 및 배터리 서비스 시장 확대에 기여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브라운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 뒤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SK텔레콤 전략지원부문장, SKE&S 대표이사 부회장, SK그룹 글로벌위원회 위원장, SK텔레콤 이사회 의장 및 SK 대표이사 부회장,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의 계열사 자금 수백억 원을 횡령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2013년 9월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 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형기만료를 3개월 여 앞둔 2016년 7월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최 수석부회장은 이후 특경가법에 따라 5년 동안 취업을 할 수 없다는 취업제한 5년 규정을 적용받았고 2021년 10월 말부로 이 조치에서 풀려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