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22년에도 물가상승률이 2%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16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발표한 뒤 열린 설명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보다는 다소 낮아지겠지만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면서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2%에 근접한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이주열 "내년 2%대 물가상승 지속, 경제환경에 변화 감지"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2019년 물가안정 목표를 연 2%로 정한 뒤 물가 운영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매년 6월과 12월, 1년에 2차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올라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넘어섰다.

이 총재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농축산물 가격도 기상여건 악화, 병해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며 공급 측 요인이 물가상승을 이끌었다”며 “국내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되면서 11월 개인서비스물가가 2020년보다 3% 오르는 등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점차 커진 점도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2%를 웃도는 높은 가격 상승률을 나타내는 품목의 범위가 에너지, 농축산물 등 일부 품목에서 최근에는 내구재, 개인서비스, 주거비 등 많은 품목에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경제 환경에 구조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기업들이 비용절감보다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우선시해 리쇼어링(국내 복귀)에 나서는 등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재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기업들이 생산과 유통 관리에 있어 재고를 최소화하는 기존의 저스트-인-타임(just-in-time) 방식에서 만일에 대비하는 저스트-인-케이스(just-in-case)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효율성보다는 복원력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또 저탄소, 친환경 경제로 전환 움직임이 원자재 가격 상승, 화석연료의 수급불균형 등을 유발하면서 장기적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2022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요인이 늘어나고 그 영향 확산되면서 물가 오름세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 통화정책이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데 제약이 될 순 있지만 금리 인상 조치는 시차를 두고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쪽으로 작용해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