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두 항공사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국내 항공업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항공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지만 얽힌 실타래를 빨리 풀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이 경쟁제한 우려를 덜 수 있는 노선 재배분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해 넘길 가능성, 노선 재분배 내놓을까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9일 항공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심사를 올해 안에 마친다고 해도 해외 경쟁당국의 합병 심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올해 안에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한항공은 올해 1월14일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베트남을 비롯해 앞서 터키와 대만에서 승인을 받았고 태국에서는 기업결합 사전심사 대상이 아님을 통보받았다. 

또한 임의신고국가인 말레이시아로부터 승인 결정을 받았으며 필리핀 경쟁당국으로부터도 신고대상이 아니므로 절차를 종결한다는 의견을 접수했다.

이로써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중국 등 5개 나라에서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유럽 경쟁당국은 아직 두 기업의 결합에 대해 사전심사를 진행하는 단계로 본심사에 들어가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유럽 등에서는 기업결합 사전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단계는 맞지만 대한항공이 기업심사와 관련해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거나 심사를 신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제출 요청을 받은 서류를 제출하면서 기업결합 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공정위가 약속대로 올해 안에 결론을 내더라도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늦어지면 올해 안에 두 기업의 인수합병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서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과 관련해 올해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독과점이 상당히 우려되는 기업 사이의 결합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당초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한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계획이었다”며 “슬롯과 운수권 배분 등과 관련한 조정을 모두 마치고 두 항공사의 기업결합이 마무리될 때까지 2~3년은 족히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두 기업의 결합조건으로 슬롯과 운수권 등의 조정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독과점을 우려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 특히 외항사에 배분한다면 통합항공사가 운항하는 노선이 줄어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운수권을 외항사가 아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아직 운항 여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렇게 되면 외항사에게 운수권 등을 넘겨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항공사가 운항하는 노선이 축소되면 조종사 등 인력 구조조정도 발생할 수 있다고 대한항공 노조는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0월 성명을 내고 “공정위가 운수권을 제한한다는 것은 항공사의 수입원을 원천차단하겠다는 것이다”며 “운항 노선이 줄어들 경우 3만 명이 넘는 직원들의 고용불안과 막대한 공적자금에 따른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더 속이 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인수합병 자금이 빨리 들어와야 악화된 재무상황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3분기 누적기준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802.46%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2월 결산기업 586곳 가운데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대한항공은 1조5천억 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과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7천억 원만 투입된 상황으로 기업결합 승인이 나면 추가로 8천억 원을 수혈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지지부진한 두 기업의 결합 승인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11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항공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통합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업결합승인 결과를 기대한다”며 “독과점과 인력 구조조정 우려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교각살우(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결합 승인을 조속하게 받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이 경쟁제한 우려를 덜 수 있는 조정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했을 때 점유율이 50%가 넘는 노선은 32개에 이른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항공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는 것은 독과점을 용인해달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며 “대한항공이 먼저 운수권과 슬롯 등의 독과점 요소를 어느 정도 내려놓겠다는 계획을 내놓는다면 인수합병 승인에 속도가 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