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성 케이뱅크 행장이 최근 고객 확장에 성과를 거둔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융플랫폼 사업에서 카카오뱅크 추격에 나섰다.

서 행장은 은행 IT(정보기술)시스템을 리눅스로 변경하는 승부수를 던져 금융플랫폼의 획기적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케이뱅크 금융플랫폼에서 카카오뱅크 추격, 서호성 리눅스 도입 승부수

서호성 케이뱅크 행장.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IT시스템 변경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시중은행 IT부문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도 대부분 리눅스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며 "특히 처음부터 리눅스를 도입한다면 어렵지 않지만 영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IT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은 난도가 높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IT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영업을 통한 데이터가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IT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식당 영업을 하면서 내부 리모델링을 하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도 "카카오뱅크처럼 처음부터 리눅스 시스템을 도입한 은행은 있지만 중간에 리눅스로 전환한 것은 케이뱅크가 업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서 행장이 케이뱅크 IT시스템 전환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케이뱅크가 IT시스템을 리눅스로 전환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신속성과 개방성이다. 두 가지 모두 금융플랫폼 확장에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금융플랫폼은 한 곳의 앱에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러 금융사와 제휴를 통해 상품군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눅스는 소스코드가 공개된 오픈소스로 조건에 따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범용성이 높아 기존 금융사뿐 아니라 혁신서비스를 선보이는 핀테크 기업이나 이종산업 간의 제휴에 용이하다.

금융플랫폼은 고객과 만나는 창구로 IT시스템이 느려지거나 연결장애를 일으키면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속도가 빠른 리눅스가 유리하다.

서 행장이 IT시스템을 리눅스로 전환을 서두르며 금융플랫폼 사업 확대를 위한 기틀을 닦은 셈이다.

서 행장은 올해 8월 신규 로고와 브랜드 슬로건을 공개하며 "새로운 혁신적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 스스로 돈을 버는 기회를 제공하는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예대마진을 주요 수익원으로 두고 있어 시중은행과 유사한 사업형태를 띄고 있다. 다만 디지털 기반으로 설립된 만큼 은행을 넘어 금융플랫폼으로 성장 가능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장 과정에서 시중은행보다 기업가치가 훨씬 고평가됐는데 이는 금융플랫폼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포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 행장은 IT시스템을 금융플랫폼에 맞게 전환하며 카카오뱅크 추격에도 고삐를 죌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이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자본확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2019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영업을 중단했다.

그 사이 카카오뱅크는 흑자전환 이후 상장까지 이뤄내며 케이뱅크와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은행사업은 규제산업에 속하는 만큼 한 번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는 분야다. 실제 올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총량 관리에 맞춰 대출 실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플랫폼 사업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단계인 만큼 조금 늦었지만 추격에 나선다면 겨뤄볼 수 있는 분야로 여겨진다.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카카오뱅크도 3분기 기준 플랫폼 수익 비중은 전체 수익의 10.5%에 불과하다.

케이뱅크는 금융플랫폼을 통한 카카오뱅크 추격 가능성을 시장에 보여주기도 했다.

앞서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와 제휴효과로 고객 수를 크게 늘렸다.

케이뱅크는 1일 기준 고객 수 7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보다 480만 명 늘어난 수치다. 

카카오뱅크 고객 수(1500만 명)와는 아직 차이가 크지만 1년 사이 성장률만 놓고 보면 케이뱅크가 가파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보다 고객 수가 약 180만 명 늘었다.

서 행장이 제휴서비스 확대 등으로 금융플랫폼 역량을 키운다면 카카오뱅크 추격의 불씨를 다시 지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케이뱅크는 지난해부터 IT시스템을 유닉스에서 리눅스로 전환하고 있다.
   
은행 등 금융사의 정보기술 시스템은 여수신·외국환 업무 등 고객과의 직접적 금융거래를 담당하는 계정계와 콜센터와 제휴업체 정보 연계 등 비대면 채널을 관리하는 채널계, 은행 데이터를 저장 분석 및 관리하는 정보계로 구성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부터 정보계를 시작으로 일부 남아있던 유닉스 기반 시스템에 관한 리눅스 전환을 추진해왔다. 

올해 상반기까지 계정계 가운데 간편결제 시스템의 리눅스 전환을 마쳤고 지난달에는 계정 데이터베이스, 카드 애플리케이션도 리눅스 체제로 전환했다.

케이뱅크는 2022년 말까지 뱅킹 애플리케이션에 관한 리눅스 전환을 통해 계정계와 정보계, 채널계로 구성된 모든 IT시스템의 리눅스 전환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