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1년 넘게 멈췄던 노선운항을 재개하고 운항편수도 늘리는 과정에 ‘오미크론’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국내 항공사들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과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협약을 바탕으로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등장으로 항공수요가 다시 얼어붙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데스크리포트] 12월 기업 동향과 전망-항공 물류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서 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은 전파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확인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벨기에, 영국, 독일, 이탈리아, 체코, 네덜란드, 이스라엘, 홍콩, 인도 등 40여 개 국가에서 오미크론 감염자가 확인됐다.

항공사들의 우려는 조금씩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계속 증가해온 여객수가 오미크론 등장과 강화된 방역지침을 계기로 꺾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여행 심리가 위축되고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은 노선 운항 계획을 변경하고 있다. 

그나마 트래블버블협약을 맺은 사이판과 싱가포르 노선은 아직까지 영향이 없지만 다른 관광 노선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12월부터 인천~괌 노선 주4회 운항을 계획하고 있던 제주항공은 16일까지 예정됐던 괌 노선 7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티웨이항공은 16일부터 30일까지 5편의 태국 방콕 노선 운항을 취소했고, 진에어는 8일과 10일 운항을 취소하고 주4회였던 인천~괌 노선 운항을 주2회로 줄였다.

23일부터 괌 노선을 재개하려던 아시아나항공과 에어서울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에어서울은 내년 1월 29일로 일정을 미뤘고, 아시아나항공은 운항 재개 시점을 내년으로 미루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괌 노선을 주4회 운항 중인 대한항공은 화물과 환승 수요 등을 고려해 현재까지는 운항 축소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제주항공은 인천~치앙마이 노선의 10일, 17일 운항을 취소했고, 22일부터 주4회 일정으로 운항을 재개하려던 인천~방콕 노선은 재운항 시점을 내년 1월 29일로 연기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일본 노선 운항을 축소했다. 

대한항공은 주3회 운항을 계획한 인천~오사카 노선을 주2회(3, 4주차)로 줄였고, 아시아나항공은 오사카 노선(7일, 14일, 22일 비운항)과 나고야 노선(17일, 24일 비운항) 운항을 감축했다.

<항공>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12월 말로 예정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을 위한 유상증자가 내년으로 다시 미뤄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12월 말로 예정된 1조5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또다시 3개월 연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유상증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사안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1조5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 지분 63.9%를 인수하면 금전적 부문에서는 지분인수 작업이 일단락된다.

하지만 당초 6월말 예정이었던 유상증자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가 경쟁당국의 기업결함심사 절차가 종료되지 않으면서 9월말로 연기됐다가 이번에 또다시 연기되면서 계획보다 9개월이나 늦어지게 된 셈이다.

공정위는 조속한 심사를 통해 연내 심사를 마무리짓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정상 1개월 내에 결론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합병과정에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나 운수권 축소, 인력구조조정 등이 뒤따를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등 일부 노선의 운수권·슬롯 조정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진에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가 유상증자로 국제선 노선 재개를 위한 실탄을 마련했지만 국내외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진에어에 따르면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에 발맞춰 국제선을 운항을 확대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당초 인천~괌 노선을 기존 주2회에서 주4회로 증편하고 단계적 일상회복 속도에 따라 연말부터는 횟수를 늘려 매일 1회 왕복운항한다는 계획까지 세웠지만 당분간 운항을 축소해 주2회만 운영하기로 했다.

골프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항공편도 띄운다.

진에어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여행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12월15일부터 인천~코타키나발루에 부정기편으로 비행기를 띄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여행심리가 회복되는 추세를 고려해 태국 방콕과 치앙마이, 베트남 다낭 등을 오가는 비행기편 운항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이어지면서 진에어의 국제선 확대 노력이 결실을 내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제주항공  

제주항공이 여객수요를 대신해 화물사업을 늘리면서 코로나19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월부터 제주항공은 국내에서 제주~김포 노선에 이어 2번째로 제주~대구 노선에서 화물운송사업을 시작했다. 

제주~대구 노선은 제주에서 생산되는 감귤, 생선, 당근 등 농수산물을 하루에 1번 나르게 되며 하루에 최대 1천kg 정도의 물량을 수송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은 국내 첫 화물운송사업 노선인 제주~김포 노선을 통해서는 주로 의류 등 공산품을 운송하고 있다. 이 노선은 2018년 9월 처음 운영을 시작한 이후 화물 수송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물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2020년 10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여객기 좌석을 활용한 화물운송사업 허가를 받은 뒤 인천~방콕 노선에 화물운송 전용 여객기를 띄웠다. 

이후 중국 옌타이와 하이커우, 옌지, 베트남 호찌민, 대만 타이베이 등까지 화물 노선을 확대했다.

화물운송 전용 여객기의 운항횟수는 2020년 10월 인천~방콕 노선 1회 운항에 그쳤지만 올해 8월에는 중국 옌타이와 베트남 호찌민 등 2개 노선에서 모두 30회를 운항하는 등 횟수도 크게 늘었다. 
 
제주항공은 현재 국내 화물노선은 기존 여객기 좌석을 제거하지 않고 기존 여객기의 화물칸을 활용하고 있는데 화물수요에 대응해 다른 대형항공사들처럼 기내 좌석을 모두 뜯어내고 화물기로 개조해 운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이 내년 2월 상업 운항 재개를 목표로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운항증명은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항공사가 운항개시 전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전문인력, 시설, 장비 및 운항·정비지원체계를 갖췄는지를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성정은 최근 기존 주주의 주식을 전량 무상 소각해 최대주주가 됐다. 성정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이스타항공에 700억100만 원을 넣고 주식 1400만200주를 받았다.

반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의 자녀가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지분율 41.65%)와 이 의원의 형이 대표로 있는 비디인터내셔널(7.68%), 군산시청(2.06%)과 증권사, 개인주주 등이 보유한 구주는 모두 소각됐다. 

이스타항공은 지난달 12일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아 12월12일 전까지 채권 변제 등을 마쳐야 한다.

이스타항공은 항공운항증명을 발급받는 대로 보유하고 있는 B737-800 여객기 2대와 추가로 리스한 동일 기종 1대 등 총 3대로 내년 2월부터 국내선 운항을 재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운> 

◆ HMM 

HMM이 해운운임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올해 4분기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역대급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해운운임 강세는 다시 이어지고 있어 HMM에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장기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2월3일 기준 일주일 전보다 125.09포인트 오른 4727.06으로 집계됐다. 해당 지수가 4700선을 돌파한 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9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전체 노선의 운임이 올랐는데 대표적으로 미주 서안 노선은 1FEU(길이 12m 컨테이너)당 701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289달러 치솟은 수준이다. 미주 동안 노선도 1FEU당 1만623달러로 196달러가 올랐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항구에서 물류 병목현상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연말 물동량 증가로 당분간 해운운임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델타 변이에 이어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 바이러스까지 등장하면서 해운운임 상승세는 더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HMM의 호실적이 이어짐에 따라 주가 하락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는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주주배당이 실시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팬오션

팬오션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팬오션은 그동안 드라이 벌크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왔는데 30만 톤급 원유운반선을 인도함으로써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사업에 진출하게 됐다. 드라이 벌크는 철광석·석탄 같은 광물이나 곡물을 실어나르는 것을 말한다. 

팬오션은 앞으로 국내 정유사와 해외 에너지기업 등을 대상으로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팬오션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사업을 이끌 선박은 30만DWT(재화중량톤)급으로 '그랜드 보난자(GRAND BONANZA)'호로 명명됐다. 

그랜드 보난자호는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한 친환경·고효율의 30만 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이다. 길이 336미터, 폭 60미터 규모로 탈황장치인 스크러버가 탑재됐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 1월1일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온실가스 배출규제인 에너지효율설계지수 2단계를 충족한다. 
 
팬오션은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해운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