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이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 방식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까?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인적분할 방식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지주사 전환 이후 신성장 사업과 철강사업에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포스코 인적분할 방식 지주사 전환 선택할까, 최정우 막대한 비용 부담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5일 포스코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포스코는 1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지주사체제 전환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되면 지주사체제 전환도 없던 일이 되지만 승인을 받게 되면 2022년 1월 임시 주주총회 등을 거쳐 본격적으로 지주사체제 전환을 위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파악됐다.

관건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기업분할 방법이다. 최 회장도 이 문제와 관련해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가 어떤 기업분할 방식을 선택하는 지에 따라 투입 자금 규모나 지주사 전환을 위한 주주 설득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분할 방식은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방식으로 나뉘는데 인적분할은 모회사와 신설회사를 수평관계로 분리해 각각 독립된 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기존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회사 주식을 나누게 된다.

반면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회사 지분을 100% 확보해 자회사로 두는 수직적 분리 방법으로 추후 사업회사를 다시 기업공개(IPO)해 추가적 자금조달을 할 수 있다.

사업회사 지분을 기존과 동일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을 설득하기에는 인적분할 방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이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는 점에서도 인적분할 방식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앞서 포스코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사회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 등과 관련해 깊이 논의해볼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배당성향 30% 목표 기준에 따라 올해 배당은 사상 최고수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20년 3월 코로나19로 포스코 주가가 급락했을 때 1억246만 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였다. 포스코 이사회에서도 자체적으로 1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하면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인적분할을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내년부터 강화되는 공정거래법시행에 따라 포스코가 인적분할을 추진하려면 지주사가 확보해야하는 상장 자회사 지분율은 기존 20%에서 30%로 확대되는 규정에 맞춰 추가적으로 자사주를 반드시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사주 매입을 위해서는 4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9월30일 기준으로 포스코가 발행한 주식 수는 8718만6835주로 발행주식을 기준으로 30%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459만4788주 만큼 추가적 매입이 필요하다.

3일 포스코 주식의 종가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약 4조1449억2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물론 포스코가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지주사체제 전환을 통해 신성장 사업 등에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고려하면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 있다. 

포스코 올해 3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자금시재(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매매증권, 유동성유가증권, 유동성만기채무증권 포함) 규모는 11조7470억 원에 이르고 있어 4조 원 규모의 자금은 무리 없이 조달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 포스코의 영업에 따른 현금창출능력(EBITDA)도 13조 원에 이르는 만큼 자사주를 매입할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철강사업에 필요한 돈까지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약 54조 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30조~40조 원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 만큼 지주사 전환을 위한 수조 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2차전지 소재에서 가치사슬 구축을 포함해 신성장부문을 키우기 위한 것 까지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4조 원 규모의 자금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물적분할 이후 철강사업회사를 상장하지 않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적분할을 통해 사업회사를 떼어내고 소액주주 등을 설득하기 위해 사업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주사가 사업회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수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서도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묘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물적분할을 추진하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투자회사 자체적으로 경영권 방어가 취약해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다.

포스코는 국내 다른 대기업과 달리 '오너'가 없고 대부분의 지분을 소액주주들이 쥐고 있는 데다 자사주 자체적으로는 의결권이 없어 상대적으로 인적분할과 비교해 경영권 위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지분은 2021년 9월30일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9.75%를 확보해 1대 주주, 미국 시티뱅크가 7.30%로 2대 주주 우리사주조합이 1.41% 등을 쥐고 있다.

포스코의 기업분할 방식과 관련해 증권업계에서는 인적분할이 주가에 더 긍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분할되던 기업가치는 동일하지만 물적분할보다는 인적분할이 앞으로 포스코 주가에 더욱 긍정적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기존 주식시장에서 물적분할을 발표한 이후 사업회사와 관련해 주주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로 주가가 부진했던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포스코의 지주사 전환은 자금조달 목적보다는 2차전지 소재와 수소 등 신성장 사업들이 본업인 철강과 별도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같은 목적을 고려하면 인적분할 방식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