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 우수 경주마 생산사업 수확 눈앞, 국내 말산업 회복 더 '절실'

▲ 한국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의 모습. <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가 우수한 경주마를 생산하려는 종축사업에서 수확을 눈앞에 두게 됐다. 

마사회와 말산업계로서는 종축사업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국내 말산업의 기반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현재 위기상황에 몰린 말산업을 살리는 일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17일 마사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마사회 소속 경주마 ‘닉스고(Knicks Go, 5세 수말)’는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세계 경주마 최종랭킹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닉스고는 올해 주요 경마대회에 7차례 출전해 5번이나 우승을 거뒀다. 특히 경마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미국 브리더스컵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주인 ‘브리더스컵 클래식’에 출전해 우승을 하기도 했다.

닉스고는 브리더스컵 클래식 우승 이후 국제경마연맹(IFHA) 산하 세계경주마랭킹위원회가 11일 내놓은 최신 경주마 랭킹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닉스고의 성공은 마사회의 ‘케이닉스(K-NICKS)’사업의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케이닉스는 마사회가 2008년부터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동 개발한 유전체 분석기반의 경주마 선발기술이다.

케이닉스기술은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실제 경주력이 검증되기 전에 우수한 경주마를 저가로 확보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케이닉스 기술을 통해 확보한 경주마가 데뷔 후 우수한 성적을 거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경주마가 되면 대회 상금 등 직접적 수익은 물론 은퇴 뒤 씨수말 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나아가 마사회가 확보한 우수한 경주마의 교배를 통해 국내 말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우수한 경주마의 혈통을 받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교배에 투입하는 등 경주마산업에서 종축사업은 핵심 중의 핵심이다.

김낙순 전 마사회장은 “종축사업은 경제적 효과가 커 말산업의 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사회는 닉스고를 통해 케이닉스사업의 성공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마사회는 닉스고를 2017년에 미국 킨랜드 경매를 통해 8만7천 달러(약 1억 원)에 구입한 이후 현재까지 닉스고의 경마대회 우승상금만으로 100억 원 넘게 거둬 들였다.

닉스고는 내년 1월 페가수스컵 출전을 끝으로 경주마를 은퇴한 뒤 한국 경주마 최초로 미국에서 씨수말로 데뷔할 것으로 보인다.

닉스고의 씨수말 데뷔 첫해 교배료 수입은 4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후 닉스고의 자마(子馬)들이 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 교배료 수입은 더욱 커진다.

마사회는 닉스고를 미국에서 5년 동안 씨수말로 활동하게 한 뒤 국내로 들여와 국산마 개량에 활용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마사회 관계자는 “닉스고가 처음 낳은 말들의 경주 성적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링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닉스고의 국내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며 “닉스고가 성공적으로 씨수말 커리어를 쌓고 국내에 도입돼 씨수말로 활용된다면 앞으로 국산마 경쟁력 강화와 그에 따른 국산마 수출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마사회는 물론 국내 말산업업계로서는 닉스고의 성공과 대비되는 국내 말산업의 어려운 상황이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케이닉스사업 등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얻어낸 성과를 이어가려면 국내 말산업의 토대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국내 말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으로 고사 직전까지 몰려 있기 때문이다.

말산업업계에서는 정부의 온라인마권 도입 반대, 사회적 거리두기기간 중 경마장 무관중조치 등 경륜·경정이나 프로스포츠 등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차별적 규제를 적용해 국내 말산업의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고 바라본다.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내놓은 성명서를 통해 “닉스고가 브리더스컵 클래식 우승 등으로 한국 경마역사 100년 만에 쾌거를 이루고 있음에도 정부는 편파적 규제로 말산업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