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정부의 예산정책이 탁상공론일 뿐이라며 '이재명표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에 들어갔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재명 홍남기를 '탁상공론'이라고 저격, 문재인정부와 차별화 자락깔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후보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15일 아침 국회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포함한 정책 결정 집행자 여러분들께서 따뜻한 방안의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현장에선 정말로 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현장 감각도 없이 국민이 낸 세금과 맡긴 권한으로 필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기재부를 몰아세웠다.

모든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지역화폐 예산에 문제가 많다고 봤다.

이 후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지원금 규모를 따지면 1.3%로 세계 주요국의 10분의1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가 높은 가계부채율과 빠른 가계부채 증가율까지 2관왕을 했는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는 나쁘고 소비는 해야 하니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도 예산안 가운데 지역화폐 관련 예산이 20조 원에서 6조 원으로 줄어든 대목을 들어 "전통시장을 많이 갔는데 '이렇게 유용한 지역화폐 예산을 왜 삭감해서 우리에게 절망을 느끼게 하냐'는 얘기들이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홍 부총리가 오래 전부터 모든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지역화폐 예산 책정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었던 시절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 설전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제 이 지사는 여당의 대선후보로서 말의 무게가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 문재인 정부의 부총리를 공개 직격하는 것은 새로 정부를 구성하면 그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공개선언에 가깝다. 

이에 일각에서 이번 발언 등을 통해 이 후보가 본인의 색깔을 분명히 나타내면서 현정부와 차별화에 나선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기존 이 후보와 홍 부총리의 당정갈등은 집권당 내부의 의견 대립 정도로 평가됐다. 청와대 역시 홍 부총리의 편에서 기재부에 힘을 실어줬다.

2020년 9월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후보는 긴급재난지원금 2차 지급을 주장하자 홍 부총리가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홍 부총리에게 "언행에 신중하길 바란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얼마 전인 2021년 10월에도 재난지원금을 놓고 이 후보와 홍 부총리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이 후보는 지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홍 부총리는 당장 여력이 없다고 맞서며 의견 대립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제 대선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여당 대선후보의 말이 지니는 무게는 훨씬 무거워졌다. 이 후보의 이날 발언은 선거에서 이기면 ‘이재명 정부’가 펼칠 정책방향이 된다.

다시 말해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달리 집권하면 모든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지역화폐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 후보가 이처럼 현정부와 차별성을 부각하는 것은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권교체를 원한다고 대답한 비율이 57%, 정권유지를 원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3%였다. 모름 혹은 응답거절은 11%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8월부터 같은 내용의 조사를 시작한 이후 정권 교체론과 정권 유지론의 응답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다.

이번 조사는 2~4일 전국 만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권교체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후보로서는 그의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선대위 출범식에서 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사과한 것으로 이런 차원의 행보로 보인다. 

이 후보의 직격에도 홍 부총리는 자신의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원으로서 청와대의 '묵인' 아래 재난지원금 88% 선별 지급을 관철한 것인 만큼 물러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실제 홍 부총리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열어 "금년도 초과세수 등을 활용한 손실보상 비대상업종에 대한 맞춤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한 "재정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라"며 "이번 주부터 국회에서 진행될 예산소위, 조세소위, 법안소위 등에 더욱 면밀히, 철저히 대응해 달라"고 말했다. 여당의 압력에 대비하는 주문인 셈이다.

홍 부총리가 이처럼 선별지급 태도를 굽히지 않음에 따라 이 후보와 '충돌'을 불가피해 보인다. 

이 후보는 50% 정도에 이르는 정권교체 지지층을 끌어와야 하기에 현정부와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또 추진력을 최대 강점으로 꼽고 있어 한두 번 말만 던지고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정부와 거리두기는 특정 사안에 국한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40% 수준이라 이들 지지층도 끌어안아야 한다. 이에 부동산정책과 모든 국민재난지원금 정책은 '이재명표'를 내세우는 반면 외교안보정책 등은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는 '투 트랙'을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 후보는 지난 12일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나 대북정책을 두고 "교류협력 평화정책으로 남북이 서로 불신하지 않고 북한이 해외에서 맘놓고 투자할수 있는 국가로 전환해야 한다"며 "경제가 평화를 이루고 경제가 평화를 보장하는 그런 상황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