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이 마이데이터시장 선점을 통해 이른바 락인효과를 바라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마이데이터사업을 통해 강점인 자산관리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금융투자 마이데이터로 자산관리 고객 묶는다, 이은형 선점 의지

이은형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11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마이데이터 시범서비스가 시작되는 12월1일에 맞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열 계획을 세웠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마이데이터기능 적합성 심사 및 보안 취약점 점검을 모두 완료했다"며 "하나금융투자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하나원큐프로'를 통해 12월1일부터 마이데이터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사업이란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에 따라 금융데이터의 관리주체인 개인의 동의를 받아 은행, 보험, 통신사 등에 흩어져 있는 고객데이터를 수집해 초개인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뜻한다.

마이데이터사업자는 고객에게 표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개인신용정보를 수집, 활용해 소비자에게 마이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서비스 제공 전 금융보안원의 기능적합성 심사와 보안취약점 점검을 마쳐야 한다. 

이 부회장은 하나금융투자가 12월1일에 맞춰 마이데이터서비스를 출시해 경쟁사들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를 비롯해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이다. 이런 증권사들은 모두 기능적합성 심사를 통과했으며 키움증권은 보안 취약점 점검도 완료했다. 이밖에 현대차증권, 교보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KB증권은 마이데이터 예비허가를 받았다.

마이데이터는 증권업계뿐만 아니라 은행, 카드, 핀테크 업계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시장이다. 따라서 경쟁사들보다 한 발 빨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장은 마이데이터사업을 통해 락인(Lock-in)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이 자사의 자산관리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도록 묶어두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초개인화서비스를 받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일반 소액투자자들에게도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산관리부문을 확장할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도 기대된다. 하나금융투자 외에 하나은행, 하나카드, 핀크 등도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본허가를 받고 마이데이터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사업은 이 사장의 자산관리부문 강화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이 사장은 올해 3월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에 오르며 자필 취임사를 통해 하나금융투자가 나아갈 방향 가운데 하나로 "자체적 디지털 자산관리체계와 솔루션 개발 등 디지털혁신에 집중하는 것"을 꼽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시장의 큰 관심을 받은 '증여랩'을 통해 랩어카운트시장을 공략했다. 증여랩은 지속가능한 글로벌기업에 장기투자하고 증여에 필요한 혜택을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 상품이다. 이 사장은 증여랩의 기획과 개발, 광고 콘셉트 등 모든 과정에 적극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에는 서울 강남구에 고액자산가 대상으로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강남파이낸스WM센터를 새로 열기도 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자산관리에 강점을 지닌 증권사로 평가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상반기 자산관리시장 점유율 8.9%를 차지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으로 자산관리수수료수익 233억3600만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업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자산관리수수료수익을 낸 것이다.

하나금융투자가 증권업계 자기자본 순위 6위 증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산관리부문에서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을 위한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시스템의 의무화 시기를 8월4일로 정했으나 안전하고 편리한 마이데이터 서비스안착을 위해 API 시스템 의무 구축시기를 내년 1월1일로 유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2월1일부터 한 달동안 시범운영 기간을 뒀고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API시스템을 통한 마이데이터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진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