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고철(철스크랩) 수요 증가와 사용처 확대에 따른 가격 급등에 힘입어 철강제품 가격을 추가로 인상할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는 고철이 전기로를 통해 철강제품으로 가공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각국 정부의 탄소배출 기준이 강화되면서 고부가제품을 생산하는 고로에서도 고철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정책에 고철가격 올라 , 포스코 현대제철 철강가격 높일 기회

▲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고철 평균가격이 1톤당 60만 원을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고철 수요가 늘어 철강업체들의 물량 확보에는 갈수록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고철 가격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톤당 31만2천 원 선이었는데 현재 약 2배로 급등했다.

고철 가격이 1톤당 60만 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국내 철강업체들의 고철 자급률은 85% 수준으로 나머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도 고철 수출에 세금을 매기거나 정부 차원에서 수출을 제한하는 등 정책을 펴고 있어 철강업체들의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경제연합은 올해 6월부터 고철 수출금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고철 수입을 금지했다가 올해 들어 기조를 바꿔 고철 수입을 재개하면서 물량 확보에 온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고철 품귀현상이 빚어지며 국내로 수입되는 고철 가격도 최근에는 1톤에 70만 원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포함한 국내 철강회사들이 고철 원가 상승을 반영해 철강제품 가격을 인상할 유인이 커진 셈이다.

특히 고부가 철강제품을 사용하는 고로(용광로) 운영 회사에서 고철 사용비중을 늘리면서 제품 가격을 높여 받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로 조업만 하고 있는 포스코는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탈탄소 기술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단기적으로 고철 활용 비율을 높여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고철 사용비중을 기존보다 5%포인트 이상 확대한 20%까지 늘리고 2025년에는 이 비율을 30%까지 높인다.

현대제철은 전기로에서 이미 고철을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고로에서도 철광석 대신 고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현대제철에서 고로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탄소배출권 비용과 관련한 부담이 커진 만큼 적극적으로 고철을 활용해 탄소배출 감축을 추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이런 상황에서 고철 원가 상승을 철강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내 수익성을 더욱 강화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현재 국내외 철강경기가 호황인데다 여전히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한 상태인 만큼 철강회사들이 원재료비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기 유리한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회사들은 올해 들어 철강 공급부족 현상에 대응해 제품 판매량을 늘리면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더구나 고로 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고부가 제품이 많기 때문에 고철 원가 상승을 제품에 반영하면 가격을 더 큰 폭으로 높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 55조 원, 영업이익 6조8700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9.32%, 영업이익은 346.10% 증가했다.

현대제철도 2021년 3분기까지 연결기준으로 누적 매출 16조4094억 원, 영업이익 1조6754억 원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3.9%, 영업이익은 9419.3% 늘었다.

고철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철이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으로 꼽히는 만큼 국내뿐 아니라 세계 철강회사에서 고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철 가격 상승에도 수요가 늘어나는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에 따라 철강산업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강화되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에는 고로 조업에서 철광석을 직접 투입해 쇳물을 뽑아냈지만 최근에는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철광석 일부를 고철로 대체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철을 활용해 철강제품을 사용하면 철강석으로 제품을 만들 때보다 탄소배출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다만 전기로에서 주로 생산되는 봉형강 등 제품은 단기적으로 가격 인상이 쉽지 않아 국내 철강회사들에게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봉형강제품은 철강사와 개별 건설사 사이 계약이나 주요 유통업체, 대리점 등을 통해 거래되고 있어 분기마다 열리는 건설자재구매협회와 가격 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원가 인상분을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최근 철강제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 너무 과도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20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종합감사에서 “포스코는 철강 독과점기업임에도 최근 철강값 폭등과 관련해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노력으로 성장한 기업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