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와 SR의 통합문제가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고속철도 운영기관의 통합을 놓고 중복비용 해소 등 효율성이 중요하다는 논리와 운영기관 사이 경쟁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팽팽하게 맞서고 좀처럼 절충안을 도출하기 어려워 이번 정부는 물론이고 내년 대 선이후 새로운 정부에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공사와 SR 통합은 논의만 하다 날 새, 두 곳 다 사장 선임도 못해

▲ 한국철도공사와 SR 로고.


5일 다음 대통령선거의 여야 후보가 결정되면서 정치권은 본격적으로 대선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각 당으로서는 상대후보가 확정되면서 서로 정치적 공세수위를 높여갈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현안은 논의조차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현재 정부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와 SR의 통합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때부터 이어온 해묵은 사안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두 곳 고속철도 운영기관의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두 기관을 통합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고속철도 분리운영에 따른 중복비용 발생을 지적한다.

고속철도 기관의 분리에 따른 중복비용은 2018년 국토교통부가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 평가연구’에서 연간 559억 원에 이른다는 중간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해당 용역은 최종 결론은 내지 못하고 중단됐다.

SR의 지나친 한국철도공사 의존 역시 통합의 주요 근거로 제시된다.

SR은 차량정비 및 유지보수를 한국철도공사에 의존하고 있고 운행하고 있는 차량도 한국철도공사가 구입한 차량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SR의 대표이사는 물론 주요 임원진 등에서도 한국철도공사 출신의 비중이 높다.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철도공사와 SR의 관계를 놓고 “경쟁관계가 아니라 자회사 수준 아니냐”며 “SR 대표이사와 3명 본부장이 다 한국철도공사 출신, 간부 184명 중 84%도 한국철도공사 출신이고 한국철도공사 지분이 41%에 이른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체제 유지를 통한 철도서비스 개선 유도가 중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SR의 한국철도공사 의존은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결과인 만큼 오히려 두 기관의 경쟁구도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중복비용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용역조사 결과가 객관적 수치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당시 연구용역 결과에 나온 중복비용 수치를 놓고 “용역에서 언급된 비용은 단순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내용의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고속철도 운영기관의 통합을 놓고 찬반이 맞서고 있는 데다 철도문제는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현안인 만큼 정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황성규 국토부 2차관은 10월15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에서 “정부는 올해 말까지 위원회를 통한 지속적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검토를 완료한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논의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한국철도공사와 SR의 통합 여부가 철도산업 발전과 국민편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필요하다면 더욱 다양한 논의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황 차관의 발언을 보면 결론을 내는 데 속도를 내겠다기보다는 최대한 폭넓은 논의를 거치겠다는 의도가 더 강해 보인다.

현재 한국철도공사와 SR 두 곳 모두 사장후보자 인선이 진행 중이라는 점 역시 통합 관련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SR은 권태명 사장의 임기가 올해 8월로 끝났지만 지금까지 세 차례나 공모를 거치며 사장 선임이 지연됐다. 현재는 5명 후보자로부터 지원을 받아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명단을 제출한 상태다.

한국철도공사는 손병석 전 사장이 7월2일 물러난 이후 첫 공모에서 후보자 추천 배수를 채우지 못했고 9월24일까지 두 번째 공모를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새 사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