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발생한 유무선통신망 장애와 관련해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기본책무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구 사장은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이라는 비전 아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KT의 B2B(기업간거래)사업에 힘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통신시설 투자를 줄인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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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B2B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구 사장이 다시 통신 시설투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최근 KT의 전국적 유무선통신망 장애 원인이 통신망 관리소홀 때문이라고 밝혔다.

작업관리자를 두지 않고 협력사 직원들만으로 통신망 작업이 이뤄졌고 작업 전 네트워크 오류 여부를 확인하는 가상 테스트베드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망 관리가 허술하게 진행된 원인으로 구 사장이 취임한 2020년 3월 이후 KT의 통신시설 투자(CAPEX)를 줄인 점과 무관치 않다는 시선도 있다.

KT는 구 사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9년에는 통신시설 투자에 3조2568억 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2020년 통신시설 투자는 2조8720억 원으로 줄었고 2021년 상반기에도 8641억 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KT 위기분석 및 관리역량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KT는 25일 유무선통신망 장애가 발생했을 때 처음에는 외부공격자가 고의로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켜 속도를 저하시키는 디도스 공격을 원인으로 추정했다. 그 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최신설비 교체작업 과정에서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에 오류를 범한 것이 원인으로 확인됐다고 정정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25일 YTN과 인터뷰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복구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본다고 하면 KT는 기간통신사로서 굉장히 부족한 점이 많다”며 “위기관리시스템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점검해 고도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원인조사에서 KT의 책임이 명백히 드러난 만큼 구 사장으로서는 통신시설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2018년 KT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듬해 시설투자를 대폭 확대한 적도 있다.

KT는 아현지사에서 화재가 발생했던 2018년에는 시설투자로 1조9770억 원을 사용했으나 2019년에는 3조2569억 원을 들였다. 1년 만에 64.7%나 늘렸다.

KT는 올해 들어 통신서비스의 품질과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4월에는 KT의 인터넷서비스 속도가 10Gbps로 광고했던 것과 달리 실제 속도는 100Mbps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 설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구 사장이 취임한 이후 B2B사업을 비롯해 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을 위해 기업인수(M&A) 또는 지분투자 등으로 모두 1조 원 이상을 투입했다.

구 사장은 2020년 10월 방송채널사용사업자 현대HCN, 현대미디어를 각각 4911억 원, 290억 원에 인수했고 9월에는 글로벌 데이터 전문기업 앱실론을 1700억 원에 사들였다.

KT는 디지털플랫폼기업 전환을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추가로 1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KT 25일 AI컨택센터(AICC) 사업계획을 밝히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ABC(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분야에서 리더십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금융 등 B2B를 중심으로 새 사업기회를 발굴하겠다는 디지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디지코 전략에는 KT 통신망의 안정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 만큼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라도 구 사장은 통신시설 투자를 늘릴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구 사장은 26일 사과문을 내고 “심층적 점검과 보완을 통해 이번 사고가 유무선 네트워크 통신망 전반을 면밀히 살피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