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이 HMM의 지분을 대거 확보하게 된 만큼 앞으로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HMM 경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장기적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의 제191회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청구권을 행사를 결정했다.
 
HMM 최대주주 되는 한국해양진흥공사, 김양수 해운재건 키 잡아 막중

▲ 김양수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번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8364만7009주를 확보하고 기존 HMM 주식 보유분인 1394만3850주(지분율 3.44%)를 포함해 모두 9759만859주(지분율 19.96%)를 보유하게 됐다.

해운업계는 김 사장이 전환청구권을 행사를 통해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중심으로 HMM의 경영관리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191회 전환사채말고도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이 발행한 192회 전환사채 2천억 원, 194회 500억 원, 195회 1천억 원, 196회 3300억 원, 197회 3600억 원 등 모두 합쳐 1조6400억 원의 전환사채와 193회 신주인수권부사채 3천억 원을 들고 있어 향후 최대주주로 오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증권업계는 HMM이 중도상환 재원을 신규투자나 미래 불확실성을 대비한 자금으로 남겨 놓을 수 있고 국가기관의 보유지분율이 높아져 신용도 상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HMM에게도 전환 청구권행사가 득이 된다고 평가한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9월13일 “HMM이 경영 정상화를 달성했다면 산업은행으로서는 더이상 지분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해양진흥공사를 중심으로 HMM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고 산업은행은 점진적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KDB산업은행이 HMM 지분의 매각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선 것을 두고 국내 해운산업 경쟁력 제고, 대형국적선사의 경영정상화, 해운산업 리더국가 도약의 적임자는 산업은행이 아니라 한국해양진흥공사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2018년에 7월 해운사업 재건을 목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설립한 공공기관이다.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핵심으로 선박관련 투자·보증, 선박 매입 후 재임대, 컨테이너박스 리스(lease), 해운정보제공 등 해운업 지원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2018년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설립, 2021년 HMM 지분 확대 등 움직임을 2017년 2월 파산한 한진해운의 사례와 연관해 설명하기도 한다.

한진해운은 HMM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국적선사로 당시 한국에서 가장 업력이 긴 해운회사였다. 그러나 총수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해운산업 경기변동 예측에 실패하며 경영난을 겪은 뒤 2017년 2월 최종파산했다.

당시 정부와 산업은행으로서도 파산을 선택한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만약 한진해운을 HMM(당시 현대상선)에 합병하는 방안을 선택했다면 해운업분야의 국가 경쟁력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여러 해가 지난 지금 나오고 있기도 하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한진해운의 경영실패가 HMM에서는 결코 나타나지 않도록 HMM의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나아가 장기적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8월부터 입찰을 통해 경영개선기업의 경영관리방안 수립 컨설팅 용역을 구해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회계법인이 9월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사장이 일찌감치 HMM을 책임지고 관리하게 될 상황을 준비해 왔다는 시선이 나왔다.

김 사장이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해운금융1본부의 컨테이너기획부 직원 12명 가운데 8명을 HMM의 경영지원과 금융지원을 담당하게 할 정도로 HMM 경영관리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선복량의 확대, 저비용-고효율의 선박금융구조, 해운정보제공, 친환경 전환 등 해운업계가 현재 당면한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추진·지원하고 있다.

HMM은 컨테이너선 운임 폭등과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 가입효과에 힘입어 2021년 상반기 매출 5조3347억 원, 영업이익 2조4082억 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HMM의 누적결손금은 2021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4조1391억 원에 이른다. 해운산업의 경기변동주기까지 감안하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경영 정상화의 고삐를 섣불리 놓기는 어렵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이 실적뿐만 아니라 중점적 과제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때까지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빠른 민영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지분보유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의 최대주주에 오르고 산업은행의 지분이 줄어들더라도 당분간 협조체제는 계속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운업 분야를 전문적으로 들여다 보겠지만 기업회생에서는 경험이 많은 산업은행과 긴밀히 협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주도한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의 회생과 매각도 참고해야 한다.

주식전환청구권 행사 공시가 올라오자 이를 반대하던 HMM 소액주주들은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HMM 소액주주들은 지분가치 희석 등을 우려하며 한국해양진흥공사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각종 주주 게시판 등에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전환사채의 중도상환을 받을 것을 요구해왔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전환청구권 행사를 두고 “HMM을 공동관리하고 있는 기관으로서 기업가치와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분의 단기적 매각은 자제하고 기존 보유주식 및 전환될 주식과 관련해 공매도 대차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