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과 웨이브 등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이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시장도 경쟁이 치열한 데다 콘텐츠 현지화 등에 들어가는 비용부담 등은 숙제로 남는다.
 
티빙 웨이브 K콘텐츠 열풍에 해외로 눈돌려, 독자진출 부담 만만찮아

▲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왼쪽)와 티빙 로고.


19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은 한국 콘텐츠 수요가 풍부한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기존에도 한류 유행이 있었던 지역이다. 여기에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 규모가 최근 빠르게 커지고 있는 중이라 한국 사업자가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데도 부담이 비교적 덜하다.

일본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 3894억 엔(4조262억 원) 규모로 2019년보다 33% 커졌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에서는 이용자가 소비하는 콘텐츠의 30% 이상이 한국 콘텐츠로 파악됐다.

양지을·이명한 티빙 공동대표이사는 18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2022년 일본과 대만, 동남아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양 대표는 “일본과 대만은 유료구독형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데다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검증됐다”며 “앞으로 동남아까지 사업을 넓힐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티빙은 일본과 대만, 동남아 현지에서 네이버 관계사 라인플러스와 협력할 계획도 세웠다. 라인플러스는 일본과 동남아 등에서 널리 쓰이는 모바일메신저 라인의 운영사다.

웨이브는 2019년 9월부터 기존의 한국 웨이브 유료구독자가 동남아 국가 7곳 현지에서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한국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웨이브고’를 서비스하고 있다. 당시 웨이브는 글로벌 진출에 앞서 유료이용자의 서비스지역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이사가 2020년 9월 기자간담회에서 “2021년이나 2022년경 어떤 관점에서 글로벌 진출을 시작할지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은 미국 진출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시장의 규모가 크고 한국 콘텐츠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티빙은 2023년에 미국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웨이브도 미국 현지에서 상표권 등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 규모는 2021년 607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됐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넷플릭스 콘텐츠 인기순위를 보여주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2020년 12월 한국 드라마 스위트홈이 미국 톱10에 첫 진입했고 2021년 9월 오징어게임은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사업자들은 해외에서도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과 맞붙어야 한다. 넷플릭스는 이미 19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했다.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도 한국을 비롯해 서비스 국가를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동남아 지역은 국가마다 쓰는 언어가 제각기 다른 만큼 콘텐츠에 자막과 음성더빙 등을 입히는 현지화 작업에도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간다. 더욱이 동남아 지역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 구독료가 비교적 낮은 편이라 수익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1년 2분기 기준으로 가입자당 평균 매출 14.54달러를 거뒀는데 아시아 지역만 보면 9.74달러에 머물렀다. 동남아의 현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인 아이플릭스와 뷰, 훅 등을 살펴보면 평균 월간 구독료가 5천 원을 밑도는 수준이기도 하다. 

정부에서는 해외진출의 어려움을 덜어낼 수단으로서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의 연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이 연합체로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이 한국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진출을 연합체로 추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열린 제휴로 사업을 키울 마음은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연대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이사도 2020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티빙 주주인 CJENM·JTBC와 협력 여부를 질문받자 “아직은 사업자 경쟁관계 때문에 협업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