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내정자 겸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내정자 사장의 의지로 설립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도약을 책임진다.

이 사장에는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에서 경험을 살려 수소연료전지추진시스템 개발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첫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현대글로벌서비스 맡은 이기동, 정기선이 뿌린 씨앗 키운다

▲ 이기동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사장.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현대글로벌서비스 영업이익이 2020년과 비교해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181억 원, 영업이익 1397억 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1% 늘지만 영업이익은 11% 줄어드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저유황유, 고유황유, 선박용 경유 등을 공급하는 유류사업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 높은 친환경선박 개조사업(retrofit, 레트로핏)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올해 상반기 친환경선박 개조사업에서 매출 734억 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138억 원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친환경선박 개조사업은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 선박평형수 처리장치(BWTS) 등 친환경설비를 기존 선박에 탑재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12월 당시 현대중공업의 조선, 엔진, 전기전자사업부의 선박서비스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됐다.

설립 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는데 올해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친환경선박시장 성장에 힘입어 현대글로벌서비스가 내년부터 다시 실적을 늘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동 사장은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글로벌서비스를 홀로 이끌게 됐다.

앞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이기동 사장과 정기선 사장 공동대표체제로 운영됐다. 정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승진과 함께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이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후계자인 정 사장의 의지로 세워진 현대글로벌서비스 성장을 이뤄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정 사장은 일찍이 친환경선박 개조사업 등 선박서비스사업 성장성을 보고 현대글로벌서비스 설립을 직접 이끌기도 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2018년 4월 기자간담회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정기선 부사장이 2014년부터 강력히 주장해 세운 회사”라며 “스스로 책임지고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단해 대표이사를 맡겼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까지 정 사장이 일궈온 현대글로벌서비스 성장을 다시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이 사장은 수소연료전지 관련 사업으로 발을 넓히며 현대글로벌서비스 성장동력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 수리 전문회사에서 디지털 선박사업, 친환경선박 개조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7월과 8월 현대자동차, 일진하이솔루스와 각각 손잡고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선박용 수소연료전지추진시스템의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수소연료전지추진시스템은 수소연료전지를 선박 추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을 중심으로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추진선 상용화를 위해 선박용 고효율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외부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추진 시스템 개발역량을 갖춘다면 그룹 계열사와 시너지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7월 현대차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상용화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식에서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실제 상업운전이 가능한 수소추진선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엔진사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대글로벌서비스의 수소연료전지추진시스템 등 친환경 동력원사업을 확대할 적임자로 꼽힌다.

이 사장은 1961년 태어나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2012년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상무에 오른 뒤 2012년 말부터 2015년까지 현대중공업과 미국 엔진 및 발전기기업 커민스의 공동 투자로 출범한 현대커민스엔진 대표이사를 지냈다.

018년 11월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사업대표(부사장)를 맡았고 2020년 12월 현대글로벌서비스로 자리를 옮겨 정 사장과 공동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기동 사장은 현대중공업 엔진사업 실적 개선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로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책임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벌서비스가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사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9월 현대중공업을 상장했고 내년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가운데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현대오일뱅크 다음으로 상장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월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현대글로벌서비스 상장 전 지분투자(IPO) 유지에 성공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글로벌서비스 지분 38%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 6534억 원에 매각했고 현재 지분 62%를 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