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감성을 인공지능과 데이터로 자극시키는 에인터테이너(AI-ntertainer).’ 이마트의 미래 디지털 전환 및 통합 전략의 선봉을 맡은 장유성 전무는 이렇게 스스로를 소개한다.

빠르게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유통산업의 흐름 속에서 장 전무는 어떻게 이마트와 SSG닷컴, 이베이코리아를 아우르는 미래 디지털전략을 만들어낼까?

◆ 이마트, 계열사 디지털 전환 전략 통째로 맡겨

8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SSG닷컴에서 데이터인프라(DI) 본부장을 맡고 있던 장유성 전무가 이날부터 이마트로 소속을 옮겨 ‘퓨처DT(디지털 전환)통합TF(태스크포스)’를 담당하고 있다.
 
[오늘Who] 이마트 디지털 갈 길 찾는다, 대표 직속 TF 맡은 장유성 주목

▲ 장유성 이마트 퓨처DT통합 TF장.


퓨처DT통합태스크포스는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조직으로 강희석 이마트 및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 직속 조직이다.

장 태스크포스장의 인사는 7일 오후에 이마트와 SSG닷컴 내부 전산망을 통해서만 공유됐다. 신세계그룹이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1일 전격적으로 실시한지 6일 만에 난 이마트의 ‘원포인트’ 인사다.

태스프포스의 업무와 조직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SSG닷컴 관계자는 “이마트와 SSG닷컴, 곧 자회사로 편입될 이베이코리아 등 계열사의 디지털 관련 전략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태스크포스는 이름이 비슷한 기존 조직 DT(디지털 전환)본부와 업무영역이 명확히 구분된다. 기존 DT본부는 이마트만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태스크포스는 계열사 통합 디지털 전환 전략을 구상한다는 것이다.

장 태스크포스장의 역할을 기존과 비교해 확실히 확대됐다.

그는 2020년 1월 SSG닷컴에 합류한 뒤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데이터인프라(DI) 본부장을 맡으면서 SSG닷컴에 쌓인 온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경험을 넓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에 신설된 이마트 소속의 태스크포스를 맡으면서 앞으로는 조직 이름대로 ‘미래’와 ‘디지털 전환’, ‘통합’ 등 다양한 전략을 고민하게 됐다.

◆ 기존 성공모델과 완전히 차별화한 전략 필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를 선봉으로 계열사의 온오프라인 통합을 통한 이커머스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장 태스크포스장의 어깨는 가볍지 않다.

이커머스시장은 네이버와 쿠팡 등 양강체제가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이마트는 SSG닷컴을 분사하고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하는 등 변화의 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과거 오프라인 유통강자의 위상을 이커머스에서도 이어가려면 가야할 길이 여전히 멀다.

장 태스크포스장은 이커머스시장의 주도권을 찾으려면 기존 성공모델과 완전히 차별화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 태스크포스장은 6월 신세계그룹 뉴스룸에 칼럼을 기고하며 “신세계그룹도 기술 산업계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계속 스텝을 따라가기보다는 한 번쯤은 큰 도약(Quantum Leap)을 이루는 용기를 지니면 어떨까요?”라고 했다.

그는 유통업계 변화의 흐름을 △이커머스 호황기와 초대형 커머스 플랫폼의 등장 △편리하고 직접 소통이 가능한 D2C(유통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각 회사 쇼핑몰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 플랫폼의 도전 △옴니채널 트렌드에 따른 헤드리스 플랫폼의 급부상 등으로 조명했다.

글로벌 유통공룡인 아마존은 초대형 커머스 플랫폼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 수년 사이에 쇼피파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유통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쇼피파이는 상품공급자가 아마존과 같은 판매자를 거치지 않고 구매자에게 직접 제품을 배송하는 방식의 D2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캐나다의 전자상거래기업이다. 이미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이베이의 시가총액을 크게 추월하기도 했다.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다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전략을 구사한다면 절대강자로 여겨진 아마존의 대항마로 쇼피파이가 떠올랐듯 이마트와 SSG닷컴, 이베이코리아 등이 이커머스시장의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장 태스크포스장은 그 해법으로 데이터의 중요도를 기반으로 한 고객경험의 고도화를 꼽고 있다.

장 태스크포스장은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디지털유통혁신 콘퍼런스에 참석해 “오프라인 매장은 점장이 눈으로 고객이 필요한 것, 많이 사는 물건들을 볼 수 있는데 온라인 비즈니스는 그 역할을 데이터가 한다”며 “데이터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성공적 결합을 위해 ‘텐저블 테크놀로지’라는 개념도 들었다. 텐저블 테크놀로지는 온라인에서도 현실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현하는 기술이다.

오프라인에서 쇼핑을 하면 냄새와 질감을 모두 오감으로 느낄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런 경험이 제한적이다. 이커머스시장에서 강자가 되려면 오프라인의 경험을 온라인에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장 태스크포스장은 설명했다.

◆ 수학·컴퓨터과학 전공한 인공지능과 데이터 전문가

장 태스크포스장은 업계에서 유명한 인공지능 및 데이터 전문가다.

1971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뒤 뉴욕대학교에서 수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공을 컴퓨터과학으로 바꿔 2005년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소인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서 기술자문위원을 맡기도 했으며 13년 동안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의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맡았다. 

주요 경력은 ‘울프램리서치’에 몸담았던 것이다. 울프램리서치는 수치해석 프로그램 매스매티카라는 언어를 기반으로 만든 계산 엔진 울프램알파를 개발한 회사로 장 태스크포스장은 이 회사에서 총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수석커널개발자, 기술전략이사, 최고상품책임자(CPO)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헬스케어사업팀에서도 2013년 8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일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정보기술기업인 Huma.ai를 창업해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이후 SK텔레콤에 합류해 서비스플랫폼사업단장과 모빌리티사업단장을 맡아 인공지능 기반의 내비게이션을 만드는데 기여하다가 지난해 1월 신세계그룹으로 옮겼다.

글로벌 비즈니스 특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링크드인에는 장 태스크포스장과 함께 일한 사람들의 추천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장 태스크포스장과 함께 삼성전자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했던 직원은 “장유성과 함께 한 경험을 떠올리면 리더십을 통한 파괴적이며 의미있는 혁신이 떠오른다”며 “그는 삼성전자 헬스케어사업을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로 전환해 오늘날 삼성 헬스케어사업이 만들고 있는 진보와 성공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장 태스크포스장의 직속부하였던 다른 직원도 “폭넓고 완벽한 컴퓨터 지식과 고도의 기술팀을 관리하는 실용적 노하우를 모두 갖춘 사람을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며 “기술적 도전에 대한 장유성의 접근은 그의 경영기술과 결합해 그를 혁신적 회사에서 가장 인정 받고 필요한 가치있는 리더로 만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