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신림1구역 재개발조합이 컨소시엄 입찰 허용 여부를 두고 내부에서 갈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사업비만 1조 원이 넘는 서울 서남권 최대 재개발사업인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건설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서울 신림1구역 재개발 내부 갈등 깊어져, 사업 지연되나 건설사 촉각

▲ 서울시 관악구 신림1구역 조감도. <한국토지신탁>


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 조합원 일부는 컨소시엄 입찰 참여를 막기 위한 모임을 꾸리고 조합원들로부터 컨소시엄 입찰반대 결의서를 모으고 있다. 

9월30일 기준으로 전체 조합원 1460명 가운데 조합원 260여 명이 결의서를 제출했다.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조합원모임은 지속적으로 결의서를 모아 과반을 넘기고 컨소시엄 입찰을 막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들은 신림1구역에서 ‘컨소시엄을 반대하고 단독입찰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1인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이 신림1구역 조합내부에 컨소시엄 반대 움직임이 일어나게 된 것은 GS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입찰한 데서 비롯됐다. 

8월31일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 입찰 마감 때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가 GS건설을 주관사로 한 컨소시엄을 꾸려 단독으로 입찰해 유찰됐다. 

8월9일 열린 현장설명회에서는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한 3개 건설사 이외에 현대엔지니어링, 대우건설, 호반건설 등 모두 10개 건설사가 참여해 입찰 흥행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예상과 크게 달랐던 것이다. 

신림1구역 재개발조합은 유찰에 따른 재입찰공고를 냈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재입찰 때는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추가해야 하고 이 조항이 삽입되지 않은 재입찰공고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림1구역 조합 집행부는 9월25일 열린 대의원회에서 컨소시엄 금지조항 추가와 재입찰공고 취소 등을 논의했으나 결국 부결돼 예정대로 시공사 입찰 진행하고 있다. 

조합은 일부 조합원들의 반대 움직임에도 당초 계획대로 10월5일 2차 입찰을 진행한 이후 입찰결과 수용 여부를 조합원 찬반투표에 붙이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림1구역 조합 관계자는 “9월25일 열린 대의원회에서 컨소시엄 금지조항 추가 등의 사안들이 부결됐다”며 “이에 예정대로 2차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과정에서 조합과 조합원들 사이에 충분한 소통이 되지 않았고 조합 집행부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재입찰을 강행하고 있다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신림1구역의 한 주민은 “조합이나 건설사들이 컨소시엄과 관련해 조합원들을 설득하거나 홍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대의원 회의 결과도 조합원한테 통보가 오지 않았다”며 “조합을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컨소시엄 입찰 허용 여부를 두고 조합 내부의 잡음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1차 입찰에서도 GS건설 컨소시엄 한 곳만 참여한 데 이어 2차 입찰에서도 이 컨소시엄 한 곳만 참여한다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컨소시엄 입찰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만큼 수의계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재입찰공고가 다시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그만큼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조합원 10분의1 이상이 발의하면 조합의 임원을 해임하는 임시총회도 열 수 있어 조합집행부와 조합원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은 컨소시엄으로 시공했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지고 하자 등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아파트 브랜드 한 곳으로 정해지지 않은 아파트 단지는 향후 가치 상승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GS건설 컨소시엄은 대표건설사 한 곳에서 모든 공사를 지휘함으로써 기술력과 효율성을 높이면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공동이행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아울러 준공 이후 발생한 하자도 대표건설사인 GS건설이 3사 통합 AS센터를 통해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런 방침에도 컨소시엄을 반대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도시정비업계는 10월5일로 예정된 2차 입찰에도 GS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열린 2차 현장설명회에는 1차 입찰에서 참여했던 건설사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이외에 대우건설, 포스코건설과 다른 건설사 한 곳 등 모두 6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입찰보증금이 300억 원으로 만만치않아 다른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은 사업비만 1조 원이 넘어 서울 서남권의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꼽힌다. 

신림1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808-495번지 일원 22만여㎡의 부지에 지하 2층~지상 29층 42개동 규모로 공동주택 3961가구, 오피스텔 100실, 근린생활시설 등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추정사업비만 1조537억 원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