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기존 사내하청 노동자의 입사 거부로 진통을 겪는 충남 당진 공장 자회사 현대ITC를 안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이 철강 가격 상승으로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주력 당진 공장의 생산차질 가능성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대제철 실적 신기록 기회 놓칠 수 없다, 안동일 사내하청 갈등 정공법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


19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현대ITC는 기존 당진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경력직 추가 채용과 신규 채용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대ITC는 당진 공장 협력업체 소속 사내하청 노동자 5300명을 고용하기 위해 9월 설립됐다. 다만 당진 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2600명은 자회사가 아닌 현대제철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현대ITC 입사를 거부했다.

사내하청 경력직 추가 채용은 원서접수가 마감됐는데 500여 명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현대ITC에 입사를 거부했던 2600여명 가운데 20%가량이 마음을 돌린 것이다.

함께 진행된 신규채용에서는 50명을 뽑는 데 모두 7600명가량이 지원해 152대1의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사장은 철강업계에서 처음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놓고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자회사 출범 초기부터 거센 진통을 겪자 애초 계획과 달리 추가 채용의 문을 열면서 조직 안정화에 고삐를 죄는 것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비정규직 노조)는 현재 자회사 설립에 강하게 반발하며 8월23일부터 당진 공장 통제센터를 점거해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원들의 점거 및 파업에 따라 사무직 직원들도 생산라인에 투입됐는데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이들의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제철 직원들은 17일 성명서에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불법적 사무실 점거로 20여 일이 넘도록 정상적 근무를 방해받아 정신적·육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 상황의 조속한 해결 촉구를 호소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진 공장은 고로(용광로)가 있는 현대제철의 핵심 생산시설이다. 더구나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7천 명 가운데 당진 공장 인원이 가장 많다는 점에서 추가 인력 보충을 비롯해 자회사 현대ITC의 안정화가 시급하다. 

현대제철 인천공장과 포항공장에 설립한 자회사들은 당진 공장과 달리 기존 사내하청 인력을 100% 흡수했다.

증권업계에선 현대제철이 철강수요 증가로 올해 영업이익 2조 원가량을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4년 영업이익 최고기록 1조4911억 원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안 사장은 포스코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외부인사로는 처음으로 2019년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올랐다. 

하지만 2019년 현대제철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 후퇴했고 2020년에도 코로나19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안 사장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로 올해 실적은 연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안 사장으로서는 주력 당진 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둘러싼 진통을 하루빨리 수습해 생산을 안정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공정에서 보조적 업무를 수행한다고는 하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 진통이 장기화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제철 비정규직노조와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비정규직노조는 추석연휴 이후에도 현대제철에 직접교섭을 요구하며 투쟁 수위를 더욱 높일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협력사 소속 사내하청 직원과 직접 교섭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노조의 통제센터 점거와 관련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원칙대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제철소 안전을 위해서 통제센터의 역할이 중요한데 현재 불법점거로 안전사고와 관련한 대응이 늦어질까 우려된다”며 “앞서 비졍규직노조에서 8월 통제센터를 무단으로 점거하면서 발생한 손해와 관련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